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얼마전 서울대생 74%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똘똘한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조국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 역시 정말로 조국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쪽으로 무의식의 추가 기운다. 여전히 망설이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조국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 내 추측이다. 그러나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서울대생의 반대를 전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 서울대생의 84%가 십 분위로 나눈 사회계층 가운데 첫 번째 1,2분위에 속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그러니까 거의 모든 서울대생들이 부잣집 자녀들이라는 말이다.

생각해 보라. 강남 우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해체하려는 강남 좌파를 용인할 수 있겠는가.

없다. 절대로 그럴 수 없다. 특히 강남 우파의 자녀들은 부모세대보다 훨씬 더 자신들의 특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계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계급이 다르면 절대로 만나지도 교제하지도 않는다. 물론 섹스 파트너로서는 계급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은 가당치도 않다. 동성 간의 친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시적으로 어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올드 프렌가 될 수는 없다.

내 생각이 너무 '좌빨'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나는 좌빨이 아니다. 나는 복음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예수의 제자이다. 하나님 나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현저한 정의는 평등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신 가장 현저한 행동이 계급의 타파이다. 그분은 모든 사회적 장벽을 허무셨다. 유대인에게 이방인은 상종할 수 없는 지옥의 불쏘시개로 만들어진 개들이었다. 그 장벽을 허무셨다.

가부장 사회에서 남녀 차별은 결코 허물거나 무시될 수 없는 순리였다. 이 장벽 역시 허무셨다. 당시 노예들은 말할 수 있는 짐승이었다. 죽여도 되고 유린해도 되는 노리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장벽 역시 허무셨다. 이것을 그리스도인의 자유라고 말하지 말라. 틀린 말이 아니지만 자유란 의미가 들어가면 자칫 그대로 두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의 평등은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하나님의 정의이다.

내가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하나님 나라인 교회를 추구하고자 기존의 교회의 예배를 멈춘 것도, 교인이 한 사람도 없는 목사로 새로운 시드멤버를 기다리며 수년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님 나라인 교회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교회의 틀에는 결코 복음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를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과거를 청산한 것이다.

평등이 가장 우선하는 하나님의 정의라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추구하는 교회에서 목사와 성도 간의 차별이 있을 수 있는가.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있는가. 빈부의 격차가 있을 수 있는가. 소외가 있을 수 있는가. 혐오와 배제가 있을 수 있는가. 헌금유용이 가당한가. 세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가.

특히 성범죄와 관련해서 나는 성서가 언급하고 있는 '거룩한 입맞춤'을 강조하고 싶다. "너희는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는 말씀에 담겨 있는 진정한 형제애를 오늘날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남녀 간에 입맞춤을 하여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의 형제애가 현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가족이 된 그들에겐 오히려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형제애가 평등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한다. 비극의 주인공이 된 김용균씨의 죽음은 단순히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을 당연시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IMF 위기 때이다.(1997)

공기업 민영화, 거시 경제 안정을 위한 재정의 건전성 중시, 기업의 구조조정(개혁) 등의 다양한 정책 조합은 신자유주의의 구체적인 출발이었다. 그러나 그 핵심은 하청노동자의 양산이다. 그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까지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 담론의 외투를 입고 우리에게 왔기에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회적 약자(여성, 정신장애인,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 가난한 무주택자, 동성애자, 이주자 난민....)에게 엄청난 '폭력'으로 다가온다. 신자유주의가 통제받지 않는 경우, 시장이 즉, 사회 자체가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마치 소모품처럼 '갈아 넣는' 파시즘적 상황에 이르게 된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는 소비주의와 불안을 모태로 끊임없는 무한 경쟁 속에서 약자들을 서서히 눈에 안 보이게 '배제'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국가가 폭력을 사용하여 사회를 통제하였다면 이제는 사회 자체가 폭력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태극기부대에 넘치는 폭력의 광기는 바로 이러한 사회 체제의 일면이다.

기독교 안에 있는 폭력적 혐오 역시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연대 대신에 '사회적 파편화'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각자도생하면서 자신보다 약자를 위계 서열적으로 억압하는 것을 당연하게(합리적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체제는 특히 위계 서열적 차별이 극심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부잣집 자녀들인 서울대생들이 토지공개념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조국을 반대하는 것은 위계 서열적 차별을 내면화한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안사회로서의 하나님 나라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폭력과 문제성을 환하게 드러내는 빛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일을 위해 선택된 이 시대의 의인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자가 되려는 신자유주의 체제 신봉자들이 되어 대형교회를 이루고 오히려 자신들이 보호하고 섬겨야 할 성서가 말하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들인 사회적 약자들을 짓밟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자랑하는, 단순히 무식한 자들이 아니라 불법을 행하는 악인들이 된 것이다. 아무리 제자훈련을 해보라. 아니 이미 드러나고 밝혀지지 않았는가. 그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반역자들이 되었다!!

그들을 개혁할 방법이 있는가. 없다. 아무리 그들을 개혁해보라. 그들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사단의 회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하나님 나라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평등이다. 모든 사회적 장벽들이 철폐된 하나님 나라인 교회를 새로이 설립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제대로 인식한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며 방향이다.

  • |
  1. index.jpg (File Size:5.8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홍콩] 구석구석 홍콩여행 – Aberdeen(에버딘) file

      홍콩 섬의 남쪽 해안에 위치한 애버딘은 1841년 영국군이 처음으로 해변에 도착한 곳 중 하나였다. 영국 전쟁 및 식민지 장관 인 조지 해밀턴-고든 (George Hamilton-Gordon) 제 4차 애버딘 백작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중국명으로는“향기로운 항구”를 의미한다. ...

    [홍콩] 구석구석 홍콩여행 – Aberdeen(에버딘)
  • 미국은 법치를 따르라 file

    안녕하십니까?   아침공기가 싸늘하고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 색감이 달라지는 요즘입니다. 감기조심 하십시요.   지난 10월 26일에는 유엔본부앞 월드처치 센터에서 한반도평화 시민사절단이 주관하는 한반도평화 국제회의(int'l conference for Korea Peace)가 열렸습니...

    미국은 법치를 따르라
  • 일본방해속 영화 ‘주전장’ 美대학순회 대성공! file

        엘에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UCLA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 ‘주전장’ 상영회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또한 ‘주전장’ 상영을 주관한 다른 대학 교수님들은 ‘주전장’ 상영을 취소할 것을 종용하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꿈쩍 하지 않았습니다.   (최신 ...

    일본방해속 영화 ‘주전장’ 美대학순회 대성공!
  • 신 자유주의 체제와 하나님 나라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얼마전 서울대생 74%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똘똘한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

    신 자유주의 체제와 하나님 나라
  • "이해가 됩니까?" 보다 "제가 설명을 잘 해드렸나요?"라 말하라

    좋은 용어의 선택은 성공을 불러오기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우리가 무심코 흔히 사용하는 말이 듣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단 둘이 말하거나 연단에서 청중에게 연설을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 중에 “쉽게 말...

    "이해가 됩니까?" 보다 "제가 설명을 잘 해드렸나요?"라 말하라
  • 미국에서 수의사가 되려면?

    특정대학은 박사학위까지 7년 걸리는 프로그램도 있어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미국에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미국에는 미국 수의학 협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에서 인가한 수의과 대학...

    미국에서 수의사가 되려면?
  • 김정은이 백마타고 백두영봉 오른 이유는?

    [시류청론] ‘새로운 길’ 모색 중인 듯… 트럼프, 마지막 기회 붙잡아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월 15일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하여 백두령봉에 올라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

    김정은이 백마타고 백두영봉 오른 이유는?
  •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되새기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되새기며 한국 현대 문학계의 거장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여류 문인으로 박완서 씨가 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등단해 2011년 1월 타계할 때 까지 40년간을 꾸준히 글을 쓰며,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에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

  • 시드니한인작가회 <산문광장> file

      최근에 만난 그대   김인숙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몇 달 전부터 자주 그를 만나고 있다. 우린 금방 친구가 되었다. 사실은 내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선 것이다. 우린 대화 아닌 대화를 어둠이 이슥하도록 나누는데, 대부분 나 혼자만 커...

    시드니한인작가회 <산문광장>
  • 지성수 컬럼: 시드니 스캔달- 제3화 file

    1999년 동티모르 분쟁 당시 유엔 결의에 의해 동티모르에 파견된 동티모르 국제군(INTERFET)의 모습. 동티모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다국적 유엔 평화유지군에는 호주군 및 한국군(상록수부대)도 참가했었다.   웨스트 파푸아의 눈물   요즘 서 파푸아 뉴기니 ...

    지성수 컬럼: 시드니 스캔달- 제3화
  • 약학 전공은 인기가 높아가는 추세

    침착성과 근면 성실함 있다면 좋은 약사 될 수 있어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미국의 약국에 가면 삼 십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보통 약을 타러 온 다른 손님들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리고 약국의 작은 공...

    약학 전공은 인기가 높아가는 추세
  • 배우자의 병간호 뒤에 찾아온 고통 file

    감정의 무게가 온 몸을 옥죄지 않았을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신현주(한의사) = 지난 주 오랫 동안 알고 지낸 유씨가 온몸이 다 아프다며 찾아 왔다. 유씨는 보름 전에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냈다. 남편 김씨는 여러 가지 암으로 그동안 투병생활을 했었다. 결국 혈액...

    배우자의 병간호 뒤에 찾아온 고통
  • 뉴욕의 남북화합 학술대회 file

    2019년 세계평화학술대회 남북정치인 등 손맞잡아 카터 전 대통령 축하메시지         “21 세기 최대 인류사적 사건”으로 정의해야 옳은 ‘조미관계개선’은 오늘도 우여곡절을 거치고 있다. ‘전략적 인내’로 8 년의 황금 같은 시간을 다 잃어버린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 ...

    뉴욕의 남북화합 학술대회
  • [홍콩] 기자의 눈 - 또 하나의 이웃, 홍콩의 코너빌딩(Corner Bldg.) file

      홍콩은 숲속이다. 빌딩나무들이 아름드리 쑥쑥 자라고 있는 빌딩들의 숲이다.   이 빌딩숲에서 타도시보다 유독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홍콩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도 눈길을 끌지만 두 거리를 양쪽으로 당당하게 걸치고 있는 코너 건물들이 있다. 앞면만 보...

    [홍콩] 기자의 눈 - 또 하나의 이웃, 홍콩의 코너빌딩(Corner Bldg.)
  • 지소미아의 재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 file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오는 22-24 일간 이낙연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여하는 방일기간에 한일무역 갈등을 봉합하는 대신 지소미아를 재개하자는 의견들이 일부에서 제시되고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되는 일이다.   이는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고자 미일군...

    지소미아의 재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
  • ‘3무 축구’는 신의 한수? file

    '평양 월드컵 취재기' 막전막후<上>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남북의 평양 월드컵 예선전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무관중 무중계 무취재 등 ‘3무 축구’,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수 없어서 ‘깜깜이 축구’라는 말도 나왔고 영국 B...

    ‘3무 축구’는 신의 한수?
  • 지성수 칼럼: 시드니 스캔들 - 제2화 file

    한국에서 1997년 IMF 사태가 터지자 학비 조달이 어려워진 한국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는 상황을 다룬 당시 시드니 모닝 헤럴드 신문 기사. 'Cash crunch forces Korean students to quit studies here' 라는 제목이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 '스캔들'의 어원...

    지성수 칼럼: 시드니 스캔들 - 제2화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켄들 (제1화)

      * '스켄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내 생애 한국을 떠나려고 3 번의 시도를 했다   첫...

  •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 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합시다   관계없는 퀴즈-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a good lawyer and a bad lawyer?   법적으로 계약(Contract)이란 합의(Agreement)를 의미하는 약속이다. 그리고 합의내용을 글로 적은 계약서가 있건 없건 계약은 존재하고 법적으로 인정된다. 허다한 ...

  • 할 일 다한 조국, 나머지는 국민이 한다

    [시류청론] 조 장관 사퇴는 검찰개혁 성공을 위한 ‘일보 후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국 법무장관이 10월 3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사의를 표한 후 다음 날인 14일 전격 사퇴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는 제목의 ...

    할 일 다한 조국, 나머지는 국민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