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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의 감독들과 함께 찍은 사진(Supplied)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검사와의 악연

 

한국에서 오랜 세월을 철거민들과 함께 하던 빈민운동가 출신인 내가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에 대하여 관심이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맥락에서 시드니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나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2012년에 영화를 시드니에서 상영하기로 하고 기왕이면 제작진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힘이 들지만 유가족까지 포함하여 4명을 초청해서 우리 집에서 여장을 풀었다. 물론 여러 명이 힘을 모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일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나로서는 가장 큰 책임을 지고 표를 팔러 다니랴 손님 대접 하랴 정신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용산참사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였던 강수산나가 '재외 선거관리'라는 명목으로 시드니 영사관에 파견을 나와 있었다. ‘영사관에 웬 검사가?’ 라고 생각되겠지만 ‘재외 선거관리’라는 명목을 걸었지만 사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시드니에서 1년간 휴가를 보내는 것이었다.

 

강 검사는 용산참사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재판의 검사로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것에 일조한 인물로 평가받기도 하는 사람이다.

강 검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기소해서 형을 받게 만든, 그것도 억울하게 생각될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더욱이 자신의 음성이 나오는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이 유쾌할 리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영화 상영을 위하여 한국에서 영화감독, 유가족 대표들이 오고 상영 후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계획이기 때문에 시드니에 살고 있는 강수산나 검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고,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떤 형식으로든 강 검사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순서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영화 상영을 계획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내에 표를 팔러 간 김에 평소에 친분이 있는 시드니 총영사관의 관계자를 카페에서 만나서 차 한 잔 하면서 표도 팔고 분위기를 전달해서 영사관측이 잘 대처해 주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며칠 후 난데없이 연방경찰로부터 내가 시드니 영사관에 파견되어 있는 강 수산나 검사를 위협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호주연방경찰(Australian Federal Police)은 강 검사로 부터 '국제법으로 보호받는 외교관에 대한 협박과 신체 위해 혐의' (allegation of threat and assault under the Crimes -Internationally Protected Persons-Act)가 있다고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정식 기소된 바는 아니지만 사실 확인 차원에서 나를 만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경찰 담당자는 "국제적으로 보호받은 외교관에 대한 법"을 위반하면 징역 10년까지 처해진다는 내용도 전했다.

 

나는 내가 순리를 따라 선의로 제안한 일에 대하여 어째서 강 검사가 호주 연방 경찰에 신고를 하는 악의로 대응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강 검사는 한국의 검찰 조직의 일원이기에 순전히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만 그런 행위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용산 참사 공판에서 강 검사가 반드시 본인의 의사가 아니더라도 검찰 조직의 일원으로서 맡겨진 임무를 수행했으리라 짐작되듯이 호주 경찰 신고 사건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 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강 검사는 이미 용산 참사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재판의 검사로서 악역을 한 것 때문에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또 양심적 시민을 위험인물로 몰아 호주 경찰에 고소를 한 일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그 이름이 길이 기억되게 된 것이다. 종이 신문과 달라서 온라인에서는 이름만 치면 당사자에 대한 모든 것이 검색되고 영원히 지워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가는 말이 험해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이 세태이지만 검찰이 '가는 말이 고운데 오는 말을 험하게 걸어 온 것'은 ‘무조건 겁부터 주고 보자’는 검찰의 유전적 공안 DNA 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강 검사가 나를 호주 경찰에 신고하라고 해서 무엇을 얻었는가? 호주 경찰은 나에게 법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지만 한국에서 그 다음에는 어떤 결과가 생겼는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세월도 있었지만 지금은 법보다 SNS가 더 가까운 세상이다. 결과적으로 강 검사로서는 될 수 있으면 화제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을 것이 분명한 (용산 참사) 재판을 다룬 영화의 흥행을 도와주는 것이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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