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gill Meat Solution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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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두 번 중량측정소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휴게소를 겸하며 가끔 DOT에서 나와 단속(團束)한다. 진입로에 설치된 간이 저울을 지날 때 무선으로 DOT 차량에 신호를 주는 모양이다. 경찰관은 두 번 다 나를 무사통과시켰다. 12번핀과 13번핀은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알렌타운에 있는 아메리콜드는 처음 와본 곳인가? 지형이 낯설고 기억이 안 난다. 지시대로 53번 도어에 드랍하고 야드에서 빈 트레일러를 찾고 있자니 야드자키가 다가온다. 무슨 일인가? 친구. 빈 프라임 트레일러를 찾고 있다. 나를 따라와라. 저쪽에 잔뜩 있다. 그는 밖으로 나가 다른 거리에 있는 건물로 나를 이끌었다. 야드가 더 넓고 한산하다. 200으로 시작하는 최신 모델을 골랐다.

 

다음 화물은 Hazleton, PA에서 Lewiston, ME로 간다. 픽업 시간이 내일 아침 7시부터다. 혹시 모르니 일단 가보자. 발송처에서 4마일 거리에 트레일러 세척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트레일러 내려놓고 사무실에 가니 역시나 아직 화물이 준비 안 됐다. 내일 오후 4시나 된다고. 엥? 새벽 4시도 아니고 오후 4시라고? 모레 오전 8시까지 배달해야 하는데. 뭐 내일 정오쯤에 확인해 보든지.

 

어차피 픽업 약속은 오전 7시에서 오후 2시 사이다. 어디 가서 밤새고 와야지. 근처 트럭스탑은 자리가 없을 것이고. 트럭 주차를 허용하는 월마트가 있다. 내가 하트 표시까지 해 놓은 것을 보면 좋은 곳이다. 더구나 밥테일이니 아무 문제 없을 터였다. 이곳 발송처에도 밥테일 트럭 대여섯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프라임 트럭이 여러 대 있었다. 화물 메모를 보니 이곳에서 오버나이트 파킹을 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25달러를 청구한단다. 체크인 아웃 기록으로 하나? 주말에는 체크인 안 해도 된다는데 내일이 토요일이니 괜찮으려나? 야드가 붐비지도 않고 눈치를 봐서는 그냥 있어도 될 것 같다. 나중에 가라면 그때 월마트로 가도 되겠지. 일단은 졸리니 한숨 자자.

 

이곳 Cargill Meat Solution은 지난 1월 30일에 왔던 곳이다. 폭설 후에 최악의 한파가 몰아쳤던 날이다. 허둥대다 트레일러 에어라인 끊어 먹는 사고를 쳐서 서비스를 불렀었다. 수리 후 출발했는데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 바퀴가 터져 또다시 서비스를 불렀던 최악의 날이다. 트레일러 드럼이 얼어붙어 바퀴가 돌지 않고 그냥 끌려왔는데 몰랐다. 그날의 일기를 보니 당시 내 두 번째 트럭인 가이암의 APU가 고장 난 상태라 히터를 틀 수도 없고 강추위에 엄청 고생했었다. 그날 일기 제목이 마가 씌운 날이었다.

 

 

 

열심히 가는 중

 

 

오늘 많이 달렸다. 583마일가량. 남은 거리를 약 1,100마일로 줄였으니 내일과 모레 각 550마일 정도 달리면 된다.

 

아침에 10시간 휴식 시간이 지나려면 30분 남았지만, off duty drive로 월마트에 갔다. 1마일밖에 안 떨어진 곳이라 이 정도는 괜찮다. 장 보는 동안 10시간 휴식 시간이 채워진다. 이곳은 아예 트럭 주차하라고 따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트럭스탑인지 월마트인지 모를 정도다. 인구가 많지 않아서 가능한 거겠지.

 

필요한 것만 사려고 했는데 견물생심이라 눈에 보이는 대로 이것저것 담게 된다. 꽤 샀는데도 70달러를 넘지 않았다.

 

사흘 연속 풀로 달리는 일은 드물다. 내가 바라던 배달이기도 하다. 거리는 멀고 중간 배달지는 없는 화물.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일은 돈이 안 된다. 오로지 거리가 돈이다. 중간 배달지가 있으면 장소당 20달러를 받지만, 그거 안 받고 운전하는 게 낫다. 배달하려면 시간 맞춰야지, 기다려야지, 장소에 따라 힘든 후진해야지 수고는 많은데 돈은 안 된다.

 

종일 최대한 거리를 가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네브래스카 – 아이오와 – 일리노이에 왔다. Wyanet, IL의 휴게소에서 자고 간다. 45대 주차 규모로 휴게소치고는 큰 편인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9대의 트럭이 서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로드레인저 같이 밤에도 주차 사정이 좋은 트럭스탑이 있어 그런 모양이다. 나도 로드레인저로 갈까 했는데 굳이 한산한 휴게소 놔두고 다른 곳에 갈 필요는 없어 머물렀다.

 

내일은 I-80을 타고 인디애나, 오하이오를 지나 펜실베이니아 초입까지 갈 것 같다. 70시간 중 남은 시간이 19시간 30분인데 1,100마일을 갈 수 있으려나? 어쩌면 금요일 새벽에 들어오는 5시간까지 써야 할 수도 있다.

 

 

펜벤다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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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시간 이상 운전만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I-80은 자주 다닌 길이라 경치가 새로울 것도 없다. 음악, 오디오북, 팟캐스트 등 운전하며 들을 거리가 도움이 된다.

 

계획대로 펜실베이니아까지 왔다. Brookville, PA의 Flying J에서 쉰다. 서부 펜실베이니아고 맞은 편에 더 큰 규모의 TA가 있어서인지 오후 7시에 빈자리가 많았다.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원래는 내일 일찍 출발해 저녁 무렵 발송처에 도착해 하룻밤 자고 모레 아침에 배달할 계획이었다. 남은 거리는 10시간에서 11시간을 가야 한다. 내게 남은 시간은 9시간이다. 모레 새벽 1시가 지나면 5시간이 새로 들어온다. 즉 이 5시간을 합해서 써야 한다. 메사추세츠 윌밍턴에 모레 6시 배달인데 이곳은 미리 가도 된다. 얼마 전에 가본 곳이다. 내일 오후 3시쯤 출발해서 가다가 중간에 1시간 쉰다고 치면 새벽 1시에 남은 9시간을 다 쓰게 된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5시간을 이용해서 가면 된다. 새벽 3시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

 

지난 이틀은 눈뜨기 바쁘게 출발했는데, 내일은 오후까지 여유롭게 쉴 판이다.

 

요 며칠 새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관심이 일고 있다. 2년전 미국에서 말기암 환자인 조 티펜스가 우연히 이 약의 암치료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실제 복용 후 짧은 기간에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 남성은 블로그에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고 펜벤다졸로 암치료 효과를 본 사람들의 경우를 40건 이상 수집했다. 그의 사연은 방송에도 소개됐다. 한국에서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처음 나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모두에게 같은 효과가 난다는 보장은 없다. 아내는 한마디로 무시했다. 내가 너무 자연치유나 민간요법을 선호하고 성공사례에 귀가 얇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임상실험 결과는 없고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실험실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도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최근에 올라온 한국 의사와 약사들의 동영상을 몇 개 찾았다. 가짜 뉴스라는 사람도 있고, 연구가 부족해 환자에게 적극 권장은 못 하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좀 더 많은 정보와 티펜스의 블로그, 페이스북 그룹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당장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들에게 잃을 것이라고는 약값 몇만 원 정도가 전부일 테니.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개그맨 김철민 씨도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방송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가 이 방법으로 암에서 회복된다면 반향이 클 것이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발기부전 치료제가 된 비아그라처럼, 강아지 구충약 펜벤다졸이 기적의 암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펜벤다졸 요법에 대해서는 Daum 힐링툴 카페에서 조 티펜스의 투병기를 한글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카페 회원이 요 며칠 사이 급증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화물

 

 

오전 11시 15분, 퀄컴 단말기에서 연속적으로 메시지 수신음을 낸다. 다음 화물이다. 살펴보니 메사추세츠에서 오후 1시 픽업해서 커네티컷에 오후 6시, 매릴랜드에 오전 3시 배달이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시간이 계산이 안 나온다. 왜냐면 나는 4시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지나야 8시간이 새로 들어온다. 거리는 멀고 시간은 촉박해 그 시간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메시지는 실제로는 9시 15분에 들어왔다. 퀄컴 단말기는 2시간 이상 시동이 꺼져 있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나간다.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으나 가끔 켜져서 지금처럼 메시지 수신을 알린다. 나는 자느라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온 메시지는 못 들었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답장했으면 이 화물은 취소됐을 것이다.

 

나는 아직 10시간 휴식도 끝나지 않았다. 트레일러 와쉬아웃하고 가자면 발송처 도착은 2시가 넘어도 힘들다. 배달처까지 갈 시간도 없다. 잘하면 1차 배달처까지는 갈 수 있다.

 

이 화물은 시간이 모자라 힘들다고 브라이언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점심 먹으러 갔나?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 일단 가는 방향에 있는 세차장으로 향했다. 트레일러는 그리 더럽지는 않다. 발송처와 각 배달처별 예상 도착시각을 적어 메시지를 보냈다.

 

가는 중간에 브라이언에게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8시 15분에 보냈단다. 중부 시간으로는 그렇겠지. 여기는 동부다. 이렇게 늦게 답장하면 어쩌냐는 뜻이다. 미안한데 내 퀄컴 수신 시각은 11시 15분이다. 일단 발송처로 가서 화물을 인수하란다. 리파워를 알아보겠다며.

 

화물을 배정할 때 각 드라이버에게 남은 시간과 휴식 시간 등을 계산해서 주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원래 내게 오지 말았어야 할 화물이다. 원래 픽업 약속 시각은 오전 6시다. 그렇다면 이 화물은 적어도 어제 다른 누군가에게 배정됐어야 옳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트레일러 세차는 생략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화물 싣기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발송처는 바닷가에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주변 풍경이 발송처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관광지와 주거지와 뒤섞인 듯한 작은 마을이었다. 발송처는 언덕 경사진 곳에 있었다. 좁기도 하고 바로 옆에는 일반 식당도 있다. 그곳 닥에 몇 대의 트럭이 있었는데 어떻게 후진했는지 신기하다.

 

식당 주차장 입구를 막지 않도록 트럭을 세우고 사무실에 체크인하러 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 선착장에서 유턴해 올라오면서 가드레일 끝부분에 트레일러를 내려놓으란다. 게이트를 열어 놓을 테니 다시 밥테일로 선착장으로 내려가 야드에 들어서면 프라임 트레일러 한 대가 있을 거란다. 이곳에서는 오전 6시 약속인 화물이다. 화물을 상태를 확인하고 트레일러 연결해 다시 올라와 식당 주차장 바깥쪽에 세우고 서류 받아 가란다. 초보 시절 왔으면 기절초풍했을 곳이다.

 

선착장에 가니 버스가 주차해 있다. 가뜩이나 좁아서 유턴할 공간이 안 날 것 같은데 버스까지 있으니 더 어렵다. 어렵게 유턴해 올라와 트레일러 내리고 다시 내려가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화물이 끝까지 가득 찼다. 여기가 바닷가니 수산물인 것 같다. 뒤로 무게가 많이 실렸는데 11번 핀에 맞추니 34,000파운드 한계 중량을 넘지는 않았다.

 

서류 받고 준비해 출발했다. 남은 시간에 1차 배달처까지 간신히 갈 수 있겠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보스턴 주변의 도로정체는 극심했다. 짧은 구간이 심하게 막힌 적은 있어도 오늘처럼 긴 구간에 걸쳐 도로가 막히기는 처음이다.

 

결국 메사추세츠도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을 다 썼다. 브라이언에게 70마일 남았는데 시간은 30분 남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리파워를 하란다. 시간을 넘겨 쓰더라도 가까운 트럭스탑까지 가기로 했다. 얼마 후 다른 드라이버에게서 전화가 왔다. 만날 장소를 약속했다.

 

얼마 후 브라이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상대방도 길이 막히는 모양이다. 내일 오전 5시까지 간다고 했으니 내가 직접 배달하란다. 쉬다가 시간이 돌아오면 출발하란다.

 

고속도로 플라자에 들어가니 자리가 없었다. 이미 시간은 오버지만 그냥 달렸다. I-84에 있는 소풍장소(Picnic area)에 들어 왔다. 이곳은 자리가 있었다. 간이 화장실만 있는 곳이다.

 

오늘 북동부의 차량정체 제대로 경험했다. 8시간 쉬고 새벽 2시에 1차 배달처로 출발하기로 했다. 50마일만 더 가면 된다.

 

오늘 성주의 여권이 왔단다. 이로써 우리집 식구는 모두 미국인이다. 이민자로서 가장 안정적인 신분을 마련했다. 한국 국적을 잃게 돼 아쉽지만 내 삶의 터전이 이곳이니 어쩔 수 없다. 다른 나라처럼 복수 국적을 허용했으면 좋을 텐데. 65세가 되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15년 후에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행법으로는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봉사나 인턴은 물론이고 표창장을 받은 적도 없다. 논문도 안 썼으며, 의대에 진학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은퇴연금인 401K 외에는 펀드도 없고, 주식도 없으니 장관직에 최적합이다. 그런데 오늘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가 됐으니 병역 기피로 언론과 야당에 공격당하고 검찰 압수 수색에 아내가 쓰러질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장관직은 포기해야겠다.

 

 

심바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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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돼 배달처에 다시 갔다. 경비실에는 아까와 다른 사람들이다. 야간조로 바뀌었겠지. 발송번호를 알려주니 어제 화물이라며 놀란다. 엄밀히 따지면 오전 3시고 아직 날짜가 바뀌지 않았으니 오늘 화물이다만 잠자코 있었다. 접수 사무실과 통화하더니 입장시켜준다.

 

15번 도어를 배정받았다. 원래 이곳도 후진이 까다로운 곳이다. 다행히도 왼편 닥은 비어서 그 공간까지 이용하며 후진했다. 바로 갖다 달라고만 하지 신분증을 맡기라고 하지는 않았다. 사무실에 가서 볼트 커터를 빌렸다. 아까와 크기가 비슷했다. 이걸로 될까? 힘을 잔뜩 주니 잘렸다.

 

새벽 2시에 짐을 다 내리고 나왔다. 이곳은 Late Fee를 따로 받지 않았다. 럼퍼피는 160달러로 같았다.

 

트럭스탑에 가봐야 자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발송처 앞 도로 갓길에 트럭 두세 대 주차할 공간이 있다. 그곳에 주차하고 잠을 잤다.

 

아침이 돼도 화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메시지가 왔을까 싶어 간밤에도 몇 번을 자다가 깨어 확인했다. 프라임 앱을 보니 내 PTA(Projected Time of Availability)가 오후 6시로 돼 있다. PTA를 현재 시각으로 수정해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어제 화물 내리자마자 PTA를 수정했어야 했나? 보통은 화물 배달 완료 메시지를 보내면 그 시각으로 PTA가 업데이트되는데 어제는 왜 그랬지?

 

Vineland, NJ --> Gas City, IN

월마트로 가는 화물이다. 바인랜드라면 전에 가본 곳이다.

 

가까이 있는 Flying J에 가서 리퍼 연료 가득 채우고, 블루비콘에서 트레일러 세척도 마쳤다. 바인랜드로 출발.

 

발송처는 일요일이라 한산(閑散)했다. 트레일러 내려놓고 접수 사무실에 가니 아직 화물이 안 실렸단다. 트레일러가 닥에는 있다고 했다. 오후 7시 약속이지만 그전에라도 짐이 실리면 연락 준다고 했다.

 

야드에 주차하고 또 잤다. 오후 4시 30분에 짐 다 실었다고 전화가 왔다. 서류 받고 트레일러 연결해 출발했다. 7시간을 더 운전할 수 있다.

 

Duncannon, PA의 파일럿 트럭스탑은 22번 국도상에 있다. 이곳에서는 주유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작은 곳이라 주차가 만만치 않다. 지난번에는 낮에 와서 간신히 자리를 찾아 주차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 주유하고 나가려는데 반대편에 더 넓은 공간이 있고 마침 주차하기 좋게 앞뒤로 한 열이 다 빈 곳이 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주차했다. 어두워진 오후 8시 30분에 트럭스탑에서 주차할 공간이 있다니.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국도변이라 고속도로보다 교통이 적은 탓이 있을 것이고, 일요일인 탓도 있고, 마침 배관 문제로 샤워실 사용 불가다. 아무튼, 적당한 시각에 적당한 장소에 주차해서 다행이다.

 

내일 한 500마일 달리고 쉬다가 모레 새벽에 최종 배달이다.

 

집이 넓지 않은데도 심바가 숨으면 찾기 어렵다. 이름을 불러도 모르는지 안 나온다. 심바 빨리 찾는 법을 아들이 아내에게 알려줬다. 엄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아요. 그럼 나타나요. 직빵이었다고 한다.

 

 

 

Rework

 

 

분주했으나 소득은 적었던 하루.

 

브라질(Brazil, IN)에 있다. 아침은 파리에서 먹었다. 정확히는 신파리(New Paris, OH)다.

 

새벽 4시 일어났다. 샤워하고 리퍼 연료 채우면서 타이어 공기압도 조정했다. 스티어링 타이어는 110psi로 맞추고 드라이브 타이어는 약 100psi로 조정했다. 원래는 35달러 정도 하는 타이어 공기주입기를 사려고 했으나 왠지 마음이 안 내켰다. 타로카드를 뽑으니 사지 말라고 나온다. 그래 자주 쓸 일도 없는데 짐만 된다. 오늘처럼 주유소에서 넣으면 된다. 모든 트럭스탑에 공기주입기가 설치된 것은 아니다. 없는 곳이 더 많다.

 

월마트 배달은 간단했다. 트레일러 내려놓고 새 트레일러 끌고 나왔다.

 

앤더슨 네슬리는 30마일 정도밖에 안 떨어졌다. 그런데 트레일러 세척(洗滌) 때문에 약 100마일을 더 돌아가야 했다. 근처에 트럭 세차장이 없다. 그나마 가까운 곳을 찾은 게 오하이오까지 갔다 와야 했다. 뉴 파리에 있는 페트로에서 리퍼 연료 채우고 블루비콘에서 트레일러 세차도 했다. 간 김에 아침도 먹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네슬리에 도착했다. 화물은 준비돼 있었다. 빈 트레일러 내려놓느라 조금 고생했다.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을 해야 하는 공간만 남았다. 뒤에서 전진 주차를 시도해 봤으나 텐덤 타이어를 가장 뒤로 물린 상태라 각이 안 나온다. 트레일러 왼쪽 옆면을 긁게 생겼다. 두어 군데 시도하다 포기했다. 다행히 정상 후진이 가능한 자리가 딱 하나 있었다.

 

화물이 든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텐덤 타이어가 가장 뒤로 물려 있는데도 드라이브 타이어가 3만 파운드다. 텐덤 타이어는 3만4천이다. 13번 핀으로 당기니 드라이브 타이어는 2만6천, 텐덤 타이어는 3만6천을 넘어간다. 원칙적으로 12번 핀을 넘어가면 안 된다. 12번 핀에 맞추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 드라이브든 텐덤이든 3만4천 이하여야 한다. 이 경우는 화물이 너무 뒤로 실렸다. 이 상태로 운행하다 걸리면 벌금이다. 브라이언에게 얘기하고 캣스캐일에 무게 측정하러 갔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은 8마일 떨어져 있다.

 

역시나 텐덤 타이어가 중량 초과다. 거의 3만 7천에 육박했다. 이 경우 화물을 다시 실어야 한다. 발송처에서는 중량 측정표가 있어야 재작업을 해준다.

 

네슬리로 돌아가 스테일 티켓을 보여줬다. 경비실에서는 미안하다며 26번 닥에 대라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재작업 자체는 금방 끝났다. 12번 핀에 맞춰보니 양쪽 모두 3만2천이 나온다. 이 정도면 다시 측정 안 해도 된다. 내가 실은 화물은 커피 메이트였다.

 

오후 4시가 이미 지났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기에 남은 시간은 2시간 조금 더 된다. 3일 오전 5시까지 배달인데, 이미 불가능하다. 약속 시각을 변경하거나 리파워를 해야 한다. 퇴근 시간이라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차량정체까지 빚어졌다. 사고로 더 막혔다. 브라이언에게 연락했다. 언제까지 가능하냐 묻는다. 최대한 부지런히 가면 3일 오후 4시까지는 가능하겠다. 잠시 후 4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시각은 미정이다.

 

휴게소에서 쉴 계획이었는데 파일럿 트럭스탑에 왔다. 새벽에 샤워하고 하루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오늘은 무척 더운 가을날이었다. 순간 최고 온도는 99도에 달했다.

 

재작업(rework)은 네이슨과 수련 기간에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싣고 올 때 한 번 했다. 솔로로 일하고는 처음이다. 오며 가며 시간과 수고는 많이 들고 돈은 안 되는 일이다. 트럭 운전사뿐 아니라 발송처도 작업자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아내와 아들, 아들 친구 셋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다녀왔단다. 마침 기타를 전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옛날 클래식 기타인 줄 알았더니 전기 기타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도 있었다. 내가 갔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전설적 기타리스트의 악기가 전시돼 있다니.

 

브라질 파일럿은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공짜는 아니고 유료다. 주유하면 24시간 사용권을 준다. 대게의 트럭스탑은 건물 내부에나 들어가야 터지고 외부 주차장에서는 신호가 약해 쓸모가 없다. 와이파이 사용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해서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대게는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곳은 와이파이 신호가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 다른 곳도 좀 이랬으면 좋겠구만.

 

역시나 펜벤다졸이 화제다. 강아지 구충제가 암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말기암을 자가치유하는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펜벤다졸의 공개 임상실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에서는 비용과 법률의 문제 등으로 이런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없다. 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튜브가 대단하다. 아니, 한국인이 대단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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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덴버 찍고 턴

 

 

새벽형 인간이 됐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 시작하고 해지기 전에 마치는 일과가 며칠째다. 좋은 일이다.

 

자다가 새벽에 히터를 켰다. 서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떨어졌다. 오전 8시쯤 캔자스 끝에 도착했을 때는 기온이 43도로 내려갔다. 초겨울 날씨다. 주유하다 추워서 긴 옷을 한 벌 더 껴입었다.

 

콜로라도에 오니 낮이라 기온이 올라간 것인지 평년 가을 기온으로 회복됐다.

 

공사 때문인지 덴버 가까이에서 도로가 많이 막혀 기다시피 갔다. 오후 2시 프라임 야드에 도착했다. 프라임 야드는 덴버 남쪽 공업지대에 있었다. 배달처도 덴버인데 5일 새벽에 누가 배달을 갈지 모르겠다. 거리도 얼마 안 돼 돈도 안 될 텐데.

 

트레일러 내려놓기 바쁘게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캔자스에서 조지아로 가는 화물이다. 총거리는 약 1,600마일. 하루 550마일 이상 부지런히 달려야 하는 일정이다. 브라이언은 쉴 틈을 안 주는군. 오늘 시계는 3시간 남았다. 프라임 야드에서 자려던 계획을 변경해 빈 트레일러를 달고 급히 나왔다. 덴버는 콧바람만 쐬고 가는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달린 지난주에 계산 거리는 2,900마일이 넘었다. 나의 역대 최장 거리다. 실제 거리는 그보다 길다. 계산 거리는 거의 직선거리에 가깝다. 트레일러 세차나 리퍼 주유를 위해 돌아가는 거리는 포함도 안 된다.

 

목요일은 페이첵이 들어오는 날이다. 프라임앱이나 이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커네티컷 배달처에서 낸 지각료가 환급되지 않았다. 매니저도 사람이라 실수한다. 한 명이 담당하는 사람 숫자가 많으니 예외적인 항목은 일일이 못 챙긴다. 글렌도 몇 번 그런 적 있다.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한다. 브라이언은 다음 주급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알아서 챙겨주겠지 하고 확인 안 했는데 어느 날 글렌이 실수한 것을 발견한 이후로는 항목을 더 꼼꼼히 살펴본다.

 

플래글러(Flagler, CO)의 코노코 트럭스탑에 들어왔다. 넓은 흙바닥에 트럭은 몇 대 없다. 오늘은 조용한 밤을 보내겠다.

 

요즘 대부분 요리를 전기밥솥 하나로 해결한다. 전기스토브와 프라이팬에 했던 요리도 전기밥솥을 이용한다. 도구를 꺼내기 귀찮아서다. 생활이 단순해진다. 의외로 전기밥솥으로 웬만한 요리는 된다. 라면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라면용 전기팟도 있는데 커피물 데우는 데만 쓴다.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날

 

 

대기가 젖었다. 처음에는 가랑비라고 생각했다. 구름이 낮게 깔리다 못해 땅까지 내려왔다. 작은 물 알갱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스프레이 속을 달리는 상태다. 와이퍼는 때로는 부지런히 때로는 게을리 오갔다.

 

들판을 가로질러 놓인 고속도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불빛 없는 새벽 고속도로는 어두워 위험하다. 속도를 내기 어렵다. 여명이 터 올 때까지 속도를 줄이고 달렸다.

 

I-70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다가 US-83을 타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버럴(Liberal, KS)은 캔자스 남부 오클라호마 접경지역이다. National Beef Packers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다. 처음 오는 곳이라 입구를 찾는데 다소 헤맸다. 헷갈리게 설계됐다. 화물은 준비되지 않았다. 4일 0시부터 5일 오전 2시까지가 약속 시각이다. 입구에서 밥테일로 기다리다 인근 월마트로 왔다. 리버럴 월마트도 트럭 주차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일반 승용차 주차구역과 분리했다. 마침 식품 보충이 필요하던 차였다.

 

7일 오전 5시 배달인데 갈 길은 1,200마일이 넘는다. 출발이 늦어지면 시간 맞추기 힘들다. 이틀간 야간 운전을 해야 할 것 같다.

 

컵라면 상표 중에 Nissin이 있다. 나는 일본 상품 불매를 계속한다. 니신 라면이 한국 라면 대용으로는 괜찮아 가끔 이용했으나 지금은 끊었다. Manchurian이라는 상표도 있다. 이름 때문에 중국 상표로 생각했다. 만추리안도 일본 브랜드였다. 제조는 미국에서 한다. 니신과 만추리안은 전국 월마트 어디에든 라면 코너를 장악했다. 가끔 농심 사발면과 신컵라면이 아시아 식품 코너에 있다. 없는 곳도 많다. 한국 기업이 좀 더 적극적 마케팅을 했으면 한다. 니신과 만추리안은 아베가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 안 먹을 작정이다.

 

 

엉망이었던 하루

 

 

이상한 날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연속 발생해 일정을 꼬아 버렸다.

 

간밤에 몇 번을 전화했다. 그럴 때마다 준비 안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전 8시에 전화했을 때는 서류가 있다고 했다. 그게 트레일러가 준비됐다는 뜻이냐? 아마도. 알겠다. 곧 가겠다.

 

내셔널 비프에 도착해 경비실로 갔다. 한 명은 대기 목록을 확인하며 일일이 전화하고 있었다. 내 전화기가 울렸다. 헬로. 여기 내셔널 비프다. 그래, 나 너 앞에 있다.

 

야드에서 찾은 191617 트레일러를 연결하려니 오른쪽 트레일러와 간격이 좁다. 랜딩기어 손잡이를 돌릴 공간도 안 된다. 지나가는 야드자키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그는 멀찌감치 끌어도 놓았다.

 

경비실에서 서류를 받고 서명을 했다. 젊은 여직원이 임시 씰을 확인하더니 번호가 다르단다. 저울 있는 곳에 가서 씰 번호를 재확인하고 오란다. 출구에서 트럭을 돌려 저울로 갔다. 남자 직원이 오더니 손짓으로 저울 위로 오가라 했다. 뭐가 문제냐? 무게 괜찮은데? 무게가 아니라 씰 번호가 문제다. 서류와 다르단다. 그는 씰을 끊어 트레일러 안을 살폈다. 어? 이거 짐을 싣다 말았다. 어쩐지 무게가 가볍더라니. 저기에 트레일러 주차해라. 주문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

 

야드 한쪽에 주차하고 기다렸다. 야드자키가 내 트레일러를 닥에 댔다. 이제 정시 도착은 물 건너갔다. 아침을 먹었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트레일러가 없어졌다. 치운 모양이다. 나보고 연결해 가라고 하면 될 것을.

 

넓은 야드를 일일이 뒤졌다. 가장 먼 곳에 뒀다. 이번에도 간격이 좁다. 기다렸다 지나가는 야드자키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절반 정도 앞으로 당겨 놓고 갔다. 다시 경비실로 가서 서류를 받아 출발했다. 아까보다 화물도 많고 무게도 더 나가지만 서류에 적힌 중량은 안 되는 것 같다. 도착해서 화물이 모자란다고 클레임 들어올 것 같다.

 

발송처 밖 도로에 세우고 출발 보고하니 오전 11시 30분이다. 도착 예정시간을 7일 오전 10시로 보냈다. 오전 5시가 약속이다. 이번 주말 담당자는 더그(Doug)다. 아칸소 클락스빌에서 리파워하란다. 400마일이 넘는 거리다. 남은 시간은 9시간도 안 된다. 중간에 30분 휴식하고 주유도 해야 하는데 갈 수 있으려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오후 10시까지 도착한다고 했다.

 

오클라호마도 거북이가 많다. 도로에서 몇 마리를 봤다. 그중 한 마리는 내 트레일러 바퀴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오클라호마 거북이는 나거보다 크기가 작고 껍질에 푸른색이 돈다. 아직 어린 녀석들인가? 나거의 경험도 있어 야생 거북이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가다 보니 차바퀴에 깔려 내장이 터져 나온 채 납작해진 모습도 보였다.

 

경찰차가 따라왔다. 경광등을 켠 상태길래 비켜주려고 갓길로 붙이니 나를 따라 갓길로 붙는다. 나를 잡으러 오는 게 분명했다. 갓길에 세웠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기다렸다. 경찰이 오더니 문을 열란다. 문을 여니 올라서 전자로그를 보자고 한다. 내가 근무 시간을 넘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운전면허증 보자. 지갑에서 꺼내 건넸다. 내가 왜 세웠는지 아나? 모르겠다. 아까 좌회전할 때 스탑 사인에서 완전히 서지 않았다. (그랬나? 선 것 같은데) 트럭과 화물 서류 다 갖고 차로 와라.

 

경찰차로 갔다. 조수석에 앉으라 했다. 그는 인스펙션을 했다. 서류에는 문제가 없다. 당신에게 경고장을 주겠다. 고맙다. 다행히도 티켓은 끊지 않았다. 그가 작업하는 동안 앞에 있는 트레일러를 보니 이상했다. 비상등 켰는데 왜 아무런 불도 안 들어오지?

 

경찰관은 인스펙션 서류 두 장을 출력해 내게 사인하라고 했다. 한 장은 내게 주며 회사에 보고하라고 했다. 인스펙션은 통과했고, 교통표지판에 따르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트럭을 몰고 출발했다. 경찰차는 뒤에 계속 서 있었다. 얼마를 가서 유타를 갓길에 세웠다. 트레일러 등이 하나도 안 들어온다. 방향지시등도 미등도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관이 봐준 것이다. 경찰관이 그걸 못 봤을 리 없다. 못 본 체해준 것 같다. 그걸 지적하면 티켓을 발부해야 할 테니.

 

그나저나 트레일러 불이 언제부터 나갔지? 아침에 연결할 때 확인 안 했나?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 밤이 되기 전에 고쳐야 한다. 낮에도 위험하다. RA에 연락했다. TA나 Petro에 가서 고치란다. 2시간은 더 가야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TA에 도착했다. 주차하고 샵으로 가니 4~5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별수 없다. 번호 남기고 왔다. 더그에게 연락했다. 네댓 시간 기다려야 수리 시작한다는데 그 시간이면 난 14시간 지나서 운전 못 한다. 그래도 트레일러 교환하러 가야 한단다. 안 그럼 시간 못 맞춘다고. 규정 위반하고 달리란 말이냐? 야간 담당자와 얘기하란다.

 

오후 8시 조금 지나 전화가 왔다. 고치러 오란다. 베이에 트레일러를 대고 살펴봤다. 1분도 안 돼 끝났다. 트럭 쪽 전원 커넥터가 빠져 있다. 트레일러 쪽은 살펴봤는데 트럭 쪽은 생각도 못 했다. 그쪽이 빠진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발송처에서 잭나이프 턴하다가 빠진 모양이다. 나는 바보다. 가뜩이나 바쁜데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주말 야간 담당자는 조쉬(Josh)다. 1시간 25분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 계속 가라. 알았다. 당연히 가는 중간에 업무 시간을 넘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달렸다. 이상하다. 핏스톤의 매니저들은 운전시간을 어겨가며 일을 시키지 않는데, 여기는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이 정도 위반은 적발되지 않나?

 

중간에 주유하고 계속 달렸다. 나와 교대할 사람이 보내준 주소가 실제 위치와 달랐다. 돌릴 곳이 없어 마을까지 들어가 한 블락을 돌아서 나왔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니 자그마한 주유소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차공간은 다 들어찼다. 아까 통화하며 목소리를 들으니 흑인 여성이다. 내려서 프라임 트럭을 찾으니 운전석에서 통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프라임에 통화 중이라 했다. 나는 건물 뒤로 가서 주차할 곳이 있는지 살폈다. 주유소 공간은 아니지만 주차할 장소가 있었다. 거기 세우고 트레일러를 막 분리하려는 순간에 그녀가 왔다. 잠깐만. 배달시간이 변경될 거라는데? 엥? 무슨 소리냐? 나보고 여기서 교환하라고 해서 왔는데. 너가 전화 받아봐라. 그녀가 내미는 전화기를 받으니 상대방은 조쉬였다. 나 길이다. 어떻게 된거냐? 미안하다. 늦게 연락했다. 배달 약속을 변경할 거니까 트레일러 교환할 필요 없다. 너가 끝까지 배달해라. 헐~ 진즉에 그렇게 할 일이지. 규정 위반하고 4시간이나 초과해서 왔는데. 발송처에서 약속보다 9시간이나 늦게 짐을 실었으니 배달 일정도 연기하는 게 당연하다.

 

트럭으로 돌아오니 조쉬가 보낸 문자가 있었다. hey we are going to reschedule – JOSH 장난하냐? 그 자리에 주차하고 잘까 하다가 아무래도 남의 주차장 같아서 13마일 떨어진 휴게소로 가기로 했다. 막 고속도로 진입로로 들어서는데 조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는 거냐? 응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어서 휴게소로 간다. 너는 쉬어야 한다. 거기 그녀 옆에 자리가 없냐? 없다. 휴게소 얼마 안 머니까 거기로 갈거다. 주차하면 연락해라. 알았다.

 

휴게소에 자리가 없으면 입구나 출구 갓길에 댈 생각이었다. 입구 갓길에 댄 트럭은 없었다. 휴게소 트럭 주차구역으로 들어갔다. 나 새우라는 듯,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누가 금방 떠난 모양이다. 땡큐 베리 마치다. 주차하고 조쉬에게 연락했다. 배달처 도착 예상시각을 묻길래 내일(7일) 오후 3시라고 했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여러 일이 생겼지만,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건과 내가 멍청하고 부주의했던 일이 뒤죽박죽 섞였다. 대게 천재지변은 인재(人災)를 수반해 더 커진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그랬듯이. 다시 말하면 불가항력 사건이 생기더라도 정신 차려 대응하면 웬만큼 수습할 수 있다. 오늘의 실수는 잘 되새겨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1004 덴버찍고3.jpg

 

 

리콜 세차

 

 

새벽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뭐지? 이 시간에? 옆 트럭이 주차장에서 나가려다 내 트럭과 부딪힐 것 같으니 좀 움직여 달라는 경우 말고는 문을 두드릴 일이 없다. 자다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어떤 흑인 사내다. 그가 한 말은 놀라웠다.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냥이다. 황당했다. 이 새벽에 구걸하자고 자는 사람을 깨우다니. 4달러만 도와 달란다. 왜 또 하필 4달러냐? 어이없었지만 지갑을 찾아 5달러 지폐를 건넸다. 요즘엔 트럭스탑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못 봤는데, 자는 사람을 깨워서 돈 달라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유야 어떻든 도와달라고 한 사람을 외면하기도 그렇다.

 

오늘은 일정이 여유로워 늦게까지 잤다. 일어나 보니 운전석 창문에 종이 카드가 꽂혀 있다. 블루 비콘 매니저 명함이었다. 광고인가 싶어 봤더니 뒷면에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세차에 만족하지 못하니 전화를 주거나 직접 방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특별히 문제점을 찾지 못했는데? 그는 언제 어떻게 내 트럭을 알아보고 명함을 창문에 끼워 놨을까? 아무튼, 신기해서 가보기로 했다. 블루 비콘은 자신들의 세차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진해서 다시 세차하라니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야 하나?

 

세차를 기다리는 트럭 줄이 길었다. 바쁘지 않으니 괜찮다. 차례를 기다려 카드를 보여주니 영수증을 보잔다. 전부 다 해달라기도 그래서 트럭만 다시 해달라 했다. 어차피 트레일러는 바꿔 달 가능성이 크다.

 

트럭 세차도 노동집약산업이다. 오늘 보니 베이에서 일하는 숫자가 열 명 정도였다. 시간이 돈이기는 하다. 빨리 세차해서 많은 트럭을 받을수록 이익이리라.

 

세차 후 발송처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문자가 들어왔다. 약속이 오후 7시였는데 오후 11시로 미뤄졌다는 내용이다. 시간 안배가 약간 더 까다로워졌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발송처에는 주차할 공간이 있다고 했으니까.

 

오후 4시, 발송처에 도착했다. 뭔가 이상하다. 트럭이 몇 대 서 있기는 한데 조용하고 사무실도 찾을 수 없다. 아무래도 입구가 다른 곳인 모양이다. 주변을 탐색하고 위성사진, 발송처 정보를 종합해 잘못 들어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제대로 입구를 찾아 주차하고 체크인하러 갔다. 29번 도어에 대란다. 거기엔 이미 트레일러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알리고 31번 도어로 수정했다. 다른 프라임 트럭도 주변에 몇 대 있었다.

 

그리고는 밤 10시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트럭도 마찬가지다. 리퍼 엔진만 쓸데없이 혼자서 계속 돌고 있다. 연료 아깝게끔. 늦어도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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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한인 작가회 산문 광장 - 로얄 보타닉 가든
  • 북한, 대미 강경 모드로 한.미.일 불안 극대화

    [시류청론] 연말시한 이전 북미대화 이어가야 민족 평화의 길 열려 (마이애미) 김현철 기자 =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연말 시한'을 불과 보름 가량 앞두고 미국의 대북 특별대표 비건이 급거 서울에 와 최선희 북한외무성 제1부상을 판문점에서 만나자는 등 한반도 정세...

    북한, 대미 강경 모드로 한.미.일 불안 극대화
  • [홍콩] 기자의 눈 - “설레는 12월, 홍콩의 크리스마스 풍경” file

    세월이 총알보다 빠른 것 같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마치 9월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은 저만치 뒤에 머물러 있다. 7개월째 접어든 홍콩민주화요구 시위로 인하여 홍콩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에도 12월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와 있다. 11월부터, 아니 10월부...

    [홍콩] 기자의 눈 - “설레는 12월, 홍콩의 크리스마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