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살벌한 세상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살벌하다. 날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도시의 밀집지역으로 이사와 살면서 나는 거의 날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 왜 사이좋게 살지 못하는가. 모두가 어렸을 때 친구와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는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른이 되면 왜 그렇게 모든 게 달라지는가. 슬프다.

새삼 권정생 선생이 동화작가가 된 것이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제는 딸과 식사를 하다 나도 동화를 좀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내가 정말 권정생 선생처럼 그렇게 순수한 마음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나는 너무 영악하다. 그래서 개신교 수도원을 세우신 목사님께서 내게 늘 “최목사는 머리가 너무 좋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도무지 바보, 그것도 맨바보의 가능성이 없는 인간이다.

그럼에도 내가 동화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그만큼 세상이 살벌하기 때문이다. 살벌한 세상 한 가운데 따뜻한 이야기 한 줄 남기고 싶은 내 마음의 투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동화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한 편의 동화 같은 삶을 살면 된다.

대단한 일도 아니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기만 하면 된다. 내게 인상을 쓰며 다가오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원수가 되어버린 사람도 미워하지 말고 그 사람이 잘 되고 잘 살 수 있도록 기도도해야 한다. 말로만 하면 안 된다.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한다.

내가 이런 내용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욱 살벌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차기 총리로 한덕수를 선택했다. 한덕수는 김엔장으로부터 십팔억이나 받아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 김엔장이 어떤 곳인가. 돈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곳이다.

물론 법적으로 행하는 일이다. 여기서 법이 정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제발 좀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는 친일도 애국도 아무것도 아니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 거기에 동원된 사람 가운데 하나가 한덕수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보다 더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그가 앞으로 할 일 역시 뻔하다. 그는 최소한의 미끼를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구색 맞추기로 제공한 후 제 욕심을 차릴 것이다. 정권을 넘나들던 현란한 변신술은 이번에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게 되고 죽어나갈까. 이건 예견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이다.

윤석렬은 때론 그런 한덕수를 방패막이로, 때론 선전의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물론 그 끝엔 한덕수가 주구가 될 것이고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되새겨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한덕수는 한덕수대로 챙길 것은 다 챙길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중이라는 어리석은 군중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 과정에서 더욱 살벌해질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래도 개인주의의 도덕이 성립되어 있다. 개인주의가 가지는 한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덕목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다르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의 덕목 따위는 없다. 잔인한 폭력만이 있을 뿐이다. 그걸 대한항공 조씨 일가가 보여주었다. 그래서 윤석렬은 미국의 트럼프와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머지않아 그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분노하지도 않는다. 더 많은 국민이 그를 선택했다. 나도 그 국민의 일원이다. 앞으로 5년간 잘 참아야 한다. 권력을 가진 이에게 힘으로 대드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러나 힘의 유무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은 힘의 사용을 단념한 사람들이다. 힘으로 이루는 것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하나님 나라의 방식은 비폭력 저항이 되어야 한다.

비폭력 저항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아는가. 나는 비폭력 저항이 레이저 빔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폭력 저항은 끝도 없는 인내 속에 형성된 모든 것을 훼파하는 강력한 빛이다. 왜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의 빛이라고 하는지 아는가. 그들의 빛이 세상의 어두움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어두움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 힘을 알았다. 물론 그런 힘을 지니게 된 것도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었다.

“(신앙의 자유 이전의) 그리스도교 전통은 그 기초를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과 부활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이해에 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것을 요약해주는 단어는 인내였다. 인내로 형성된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역사는 하나님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은 상황을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견해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가의 힘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눈썹을 찌푸리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결코 억지나 힘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았다.”(p.481)

“역사는 하나님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했다.” 이것이 믿음이다. 물론 이들의 이런 믿음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인내로 형성된 관점이 있었다.

아, 얼마나 위대한 믿음인가. 이 믿음은 모든 것을 이긴다.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뿐만이 아니었다. 횡행하는 모든 불의를 그들은 믿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들은 약자들을 보살피고, 원수들을 사랑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이다.

그래서 나도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동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위대한 영웅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권정생 선생의 동화의 주인공이었던 “강아지 똥”처럼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맨바보 “중달이 아저씨”처럼 될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랑을 하거나 내 비루한 삶의 합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한 편의 동화가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남기는 것처럼 나도 이 땅의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작으나마 힘을 주고 소망을 가지게 하려는 것이다. 주제넘은 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것은 바로 이런 주제넘은 짓이었다.

비루한 가난뱅이들이 다른 가난뱅이들을 돌보고, 멸시를 받으면서도 멸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사람에게 다른 쪽 뺨을 돌려대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이 한 행위는 난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삼았고,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애를 썼다. 나누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원수들을 감동시켰고, 자신들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빛이라는 성서의 의미이다.

그들은 참고 또 참았다. 죽어가면서도 자신들의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인내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베드로 사도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만은 잊지 마십시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그렇다. 역사는 하나님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하다. 윤석렬과 한덕수가 아무리 분탕질을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강아지 똥이 되고 맨바보 중달이 아저씨가 될 것이다. 살벌해지려는 것은 세상이다. 그러나 그 살벌함을 제거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과 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그런 그리스도인들을 악한 자에게서 지켜주시도록 아버지께 기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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