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세금으로 대기업 살리고 서민 죽이는 서민증세는 규탄되어야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의 재무상인 콜베르는 국민한테 세금을 착취하는 방법론을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1세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털 뽑힌 거위신세가 되었다.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둔갑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을미년부터 연말정산이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개명을 하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을미년 하면 120년 전 ‘을미사변’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치욕의 ‘을미사변’은 갑오년 동학 농민운동에서 시작된다. 동학혁명의 발단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무리한 세금착취 때문에 발생했다. 조병갑은 전정, 군정, 환곡 등 일반농민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착취하여 원성을 샀던 것이다.

당초 저소득층의 부담은 줄고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근로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연봉에서 가장 먼저 빼주던 근로소득공제가 줄면서 부양가족 공제 혜택 등을 적용받지 않는 미혼 직장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대부분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예전에 소득공제 방식의 경우 지출액만큼 전체 소득을 그만큼 줄여 계산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과세표준을 낮추는 데에 유리했다. 이제는 대다수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공제받을 수 있는 세금액은 제한적이 된 반면, 근로소득자 상당수가 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세율적용 구간이 상향된 경우는 세금폭탄이 발생하였다. 지난해 자녀를 낳은 경우에도 세금 혜택이 줄어들게 되어 출산장려 정책과도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은 낮아진 반면,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연말 정산 환급액 축소는 정부가 재벌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봉급생활자의 지갑을 털어 메우려 한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21일 당정협의를 갖고 최근 크게 문제가 된 연말정산에 대한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현행 소득세법을 일부 고쳐 더 걷은 세금을 연내 되돌려준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더 높이고 출생`입양 세액공제 신설, 독신 근로자 표준공제`연금보험료 세액공제 상향 등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의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당정이 이례적으로 2014년도 귀속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해 납부한 세금을 되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은 대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와 국회의 부실한 정책 설계가 자초한 결과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비과세`감면 축소로 세수를 늘리려다 조세저항에 직면하자 이런 초유의 대책까지 동원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 부족 예상액이 11조원에 이르고 갈수록 세수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진지하게 따져볼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우는 아이 입에 사탕 물리는’ 졸속 대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의 소득세법은 정부 정책적 필요나 여론에 따라 보태고 빼는 등 이리저리 고쳐 거의 누더기 수준이다. 소득공제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심지어 ‘난수표 같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마당에 또다시 세법 일부를 고치는 것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식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소득세법 전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찬찬히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 심의기구를 만들어 세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라는 소리다. 그런 후에 복지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솔직하게 ‘증세가 필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반발이 거센 이유는 정부 발표와 달리 저소득층에서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등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공평과세와 소득재분배 원칙에 입각해 정밀하게 세법을 고쳐야 한다. 섣부른 대책으로 또 혼란만 부를 게 아니라 세금 백년대계를 내놓을 때다.

겉으로 여러 가지 변명과 핑계를 대지만, 고환율과 세금으로 대기업을 살리고 서민을 죽이고 있다. 정직하지 못한 경제를 창조경제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경제살리기’가 서민경제 죽이고 ‘대기업경제 살리기’라면, 우리는 단호히 이를 거부한다. 창조경제의 민낯이 국민을 속이는 경제개념이라면, 불신으로 생긴 경제불황의 늪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유럽 19개국에 배포되는 주간신 유로저널 단독 사설  www.ek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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