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 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 얼굴에 큰 상처를 입혔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테러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이념, 잘못된 모습이나 현상에 대해 비판을 가할 수는 있지만, 폭력을 동반한 유혈 테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테러범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은 오히려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맹국이자 상대적으로 '테러 안전국'으로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미국 대사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 공격당한 이런 일에 강하게 분노하면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말을 하고 있다. 누가 배후에 있거나 대한민국 나라 전체가 미국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극단주의자의 미친 공격'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 역시도 이런 큰 일을 당하면서도 차분하고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쾌유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감사까지 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이나 리퍼트 대사의 모습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 씨와 새정치연합 연계 의혹을 내세워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김 씨의 국회 출입을 허용해준 사례들과 지난 19대 총선 등에서 작년 말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했던 사실 등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종북 숙주론’을 거듭 제기하고, 문재인 대표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기회만 오면 반복되는 종북몰이의 재현인 셈이다.


종북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북한을 쫓아간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이다. 종북의 사전적 의미는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남한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인 것이다. 때문에 종북주의자로 몰리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소득에서 남한의 30배 이하로 뒤떨어져 있는 사회, 김일성주의를 종교화한 사회, 3대세습의 왕조국가, 인간개발 하위국에 올라있는 국가, 그러한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사회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지, 더욱이 전쟁 위협과 공포정치, 그리고 핵개발로 버티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정치엘리트들을 믿고 따르는 세력이 대한민국 땅에 그리 많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작금의 대한민국 ‘종불몰이’는 신종 매카시즘과 다름 아니다. 매카시즘은 반공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정치적 반대자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로 1950년대 미국의 상원의원 매카시가 국무부의 진보적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됐다. 그 후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산주의 자체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 남아, 아직도 서슬퍼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한국 정부와 여권 일부에서 이른바 ‘종북 몰이’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리퍼트 대사 피습에 대한 한국의 갈라진 대응’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弟夫)인 신동욱씨가 리퍼트 대사 병실 맞은 편에서 봉건시대 죄인이 용서를 구하던 ‘석고대죄’를 벌이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미 대사관 앞에서 무릎 꿇고 쾌유를 기원한 사실 등을 소개했다. 또 한국인들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미국에 미안함을 갖은 사례는 2007년 재미 교포 조승희가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사살했을 때도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전문가의 평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 델루이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정부와 정당들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슈화시켜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견제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법당국의 국가보안법 적용 검토와 관련,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이 “정신 나간 사람의 폭력적이고 가치 없는 행동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평가한 사실도 소개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국보법은 미국 정부가 수 십 년간 인권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비난하고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한국 보수층의 지나친 퍼포먼스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를 기습한 김씨는 정치적 신념에 찬 종북주의자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럴만한 가치도 명분도 없다. 엇나간 이념의 광기에 사로잡혀 공공과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폭력성으로 칼을 휘두른 망나니일 뿐이다. 정치권의 ‘종북몰이’ 광풍은 제발 그만 멈춰주면 좋겠다. 더 이상 국민을 냉전의 이데올로기 속에 가둬 두려 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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