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6c2039edcbb4c36e54155db169cf35.jpg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백마리의 개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 

후한의 왕부가 한 말이다. 

소문을 이렇게 명확히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소문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그럴듯하다고 해서 소문이 사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찌된 게 소문은 움직이면서 강해지고 퍼져가면서 힘을 얻는다. 

수많은 소문 중에 단 하나만 사실로 밝혀져도 

나머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사실로 믿게 되는 

‘소문의 착시효과’까지 가세하면 사람 목숨 하나 빼앗는 건 일도 아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와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소문이 퍼지면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루머는 사실로 굳어지면서 더 크게 확장된다. 

‘무서운 소문’의 시대다.



근래 들어 가장 참혹했던 소문은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두고 벌어진 루머 잔치였다. 

지난 한 해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괴롭히는 소문은 너무나 많았다. 

세월호 가족들이 피해학생 전원의 대입 특례 전형을 요구했다거나, 

사망자 형제 자매의 대입특례 전형을 주장했다거나, 

보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으려고 한다거나, 

유가족을 위한 평생 생활안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등의 

악의적이고 부풀려진 수많은 거짓 소문들이 난무했다. 

발없는 말이 되어 천리를 퍼져나간 루머는 

희생자 가족들의 찢기고 무너진 심장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았다.

안타까운 건 아직도 이 루머를 

사실로 믿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는 점이다.



300여명의 꽃다운 영혼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지도 벌써 3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도 아홉 영혼의 시신은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고,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요원하다.



‘진실규명’과 ‘선체인양’을 바라는 희생자 부모들의 절규는 

200일 넘게 광화문 찬 바닥 위에 뒹굴고 있건만,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는 

사사건건 방해하는 여당 추천 특위 위원들과 집권당의 교묘한 방해로 

아직까지 출범 조차 못하고 있다. 

소문과 거짓은 난립하고 진실은 침몰한 형국이다.



3월 11일(수)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건,

소문이 아닌 진실을 직접 대면한다는 가슴 아린 기대감 때문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만큼 

그들이 토해내는 진실의 목소리가 사무치게 듣고 싶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돼버린 국가적인 재앙이다. 

무책임과 무능으로 일관된 참사과정 속에서

언론 조차 제 역할을 못하면서 괴담과 소문이 난무하여, 

소문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지난 한 해 숨을 쉬는 것 조차 미안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사실을 전해들을 길이 막막해 왜곡된 사실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달라스 한인들의 눈물을 하나하나 제 자리에 놓아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함께 울겠습니다”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분노하겠습니다”고 외쳤다면,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번 만남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자식을 잃고 목놓아 울 자유조차 빼앗겼던 그들에겐 

진실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파해 줄 ‘우리’가 필요하다. 

너무나 야위었을, 너무나 힘들었을, 너무나 지쳐있을 

그 분들의 손을 잡고 이번엔 우리가 울어줄 차례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거짓말쟁이

    성경에 나오는 거짓말의 시조가 하와에게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시킨 뱀이었다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헤르메스의 거짓말을 꼽을 수 있다. 헤르메스는 형 아폴론의 소를 훔쳐가면서 소의 꼬리를 끌어 뒤로 걷게 하고, 자신도 신발을 거꾸로 신어 도둑행각을 가렸다. 화가 ...

    거짓말쟁이
  • 한국 홍보, '어벤저스' 영웅들에 맡길까?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그들이 돌아온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보유한 헐리우드 마블사의 초대형 흥행작 '어벤저스' 시리즈의 속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영웅들의 귀환을 기다린 이들의 기다림은 비로소 끝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열기가 한국...

    한국 홍보, '어벤저스' 영웅들에 맡길까?
  • 가슴을 가진 이에게 망각은 어렵다

    눈 앞에 죽어가는 자식이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부모들이다. 자식이 차갑고 어두운 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 죽기 조차 죄스러운 이들이다. 피를 말리는 기다림 끝에 싸늘하게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놓고 ‘축하한다’는 말을 ...

    가슴을 가진 이에게 망각은 어렵다
  • 마녀사냥꾼의 칼춤

    1487년 마녀 식별법을 담은 ‘마녀의 쇠망치’라는 책이 나오면서부터 마녀사냥은 본격화됐다. 도미니코 수도회 성직자 두 명이 쓴 이 책에는 수사관들과 판사들이 마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 등이 기술됐다. 이 책은 모든 여성을 잠재적 마녀로 취급한다. “교회가...

    마녀사냥꾼의 칼춤
  •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이번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명예 회복해야,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이번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명예 회복해야, 우리나라가 성완종 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원외교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영장 실질심사 당일인 지난 9일 새벽 유서를 쓰고 잠적한 ...

  •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 냉전은 끝났지만 냉전이 가져온 무기개발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잔재가 바로 스텔스기와 사드(전구 고고도 지역방어, THAAD)이다. 사드는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즉, 전구 고고도 지...

    사드 딜레마,  성급한 선택대신 국익위한 실리 외교 택해야
  • 잔인한 4월

    작년 이맘때 그들은 또 다른 '우리'였다. 이른 아침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 후 직장에서 집에서 분주한 하루를 보내는 어제 같은 오늘을 살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삶은 너무나 달라졌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가슴 속엔 풀리지 않는 통...

    잔인한 4월
  • [프랑스] 언제까지 매카시즘인가? (프랑스 존 제공) file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 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 얼굴에 큰 상처를 입혔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테러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프랑스] 언제까지 매카시즘인가? (프랑스 존 제공)
  • 동포 여러분! 소망과 꿈을 모두 이루시길!

    [백주현 대사 이임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동포여러분,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3년간의 대사직을 무사히 마치고 떠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간 우리 동포사회는 대화와 이해의 폭을 넓혔고 공동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협력의 기반을 이루...

  • 오늘 다시 페레스트로이카를 생각한다.

    미하일 고르바쵸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소련에서는 자신과 나머지 세계의 모습을 바꾼 변화가 시작됐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페레스트로이카는 아주 짧은 기간, 불과 7년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 시절 무...

  • 진실에 대한 목마름

    진실과 거짓이 함께 냇가에서 목욕을 했다. 별로 씻고 싶지 않았던 거짓은 대충 물만 묻히고 나와 진실이 벗어놓은 깨끗한 옷으로 말쑥하게 차려 입은 후 떠나버렸다. 뒤늦게 목욕을 마치고 나온 진실은 거짓의 더러운 옷을 입기 싫었다. 그 때부터다. 거짓은 자신이 진...

    진실에 대한 목마름
  • 3.1정신계승에 관한 단상 file

    카자흐스탄 한인과 고려인동포들과 함께 제96주년을 맞이하는 3.1절 기념행사를 치루면서 느꼈던 소감과 함께 특히 조국 광복을 위해 이름없이 무덤도 없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자 참석하신 독립유공자 유가족분들을 대하며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

    3.1정신계승에 관한 단상
  •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과 러시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과 러시아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은 특히 러시아에서 큰 명절로 기념한다. 몇 년 전에 실시 되었던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은 1년 중에 가장 큰 기념일로 새해 설날,...

  • 리퍼트 대사 피습 통해 이성, 조화와 관용을 지향하는 변곡점이 ...

    리퍼트 대사 피습 통해 이성, 조화와 관용을 지향하는 변곡점이 되어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우리에게 그 충격만큼 반향도 크다. 항몽(抗蒙)시대 고려 조정을 쥐락펴락하며 제멋대로 날뛰던 다루가치들이 더러 죽어나간 경우는 있지만 사신을 함부로 ...

  • “우리 차례다”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백마리의 개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 후한의 왕부가 한 말이다. 소문을 이렇게 명확히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소문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그럴듯하다고 해서 소문이 사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찌된 게 소문은 ...

    “우리 차례다”
  • MB회고록통해 방어한 자원외교, 국조에서 진실 밝혀야 한다

    MB회고록통해 방어한 자원외교, 국조에서 진실 밝혀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으로 정가가 시끄럽다. 회고록 자체만 놓고 보면 이렇다하게 평가할 것은 없다. 자화자찬이고 변명일색이라는 세간의 평가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고록이 풍부한 교양으로 국...

  • 눈치

    한국말에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그거 말 되네~”라는 표현이다. ‘말이 된다’는 말은 없다. ‘말이 안된다’는 표현은 있지만 ‘말이 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원래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에는 유난스런 수식이 필요없다. 이것이 우리 말의 법칙이다. ‘...

  • 고환율과 세금으로 대기업 살리고 서민 죽이는 서민증세는 규탄되...

    고환율과 세금으로 대기업 살리고 서민 죽이는 서민증세는 규탄되어야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의 재무상인 콜베르는 국민한테 세금을 착취하는 방법론을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1세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털...

  • 국민 민심에 메아리없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국민 민심에 메아리없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한국과 일본에선 '기자회견'이지만 중국에선 '기자회' 또는 '기자 초대회'라고 한다. 우리말의 '기자단'도 중국에선 무슨 오락기자 단체처럼 '기자구락부'고 '특파원'도 '특파기자'라 부른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기자회견의 원...

  • “노르망디 포맷 정상회담 아스타나 개최…. 하반기엔 회복 기대” file

    [이 글은 백주현 대사가 지상사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한 격력사 전문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국제정세를 잘 분석함으로써 올해 경제상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라고 판단되어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몰려오는 경제위기의 파고가...

    “노르망디 포맷 정상회담 아스타나 개최…. 하반기엔 회복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