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놓인 돌 하나 바로 놓아도 이웃에 큰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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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제가 오래 전에 대전에 3년간 사는 동안 반가운 손님 한사람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진해에서 찾아온 50대 중반의 손님은 옷차림이나 품위가 어엿한 신사였습니다. 얼굴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는 제가 자기를 몰라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40여년 전의 경험을 되살려 주웠습니다.

제가 진해에서 공군에 몸담고 있던 50년도 후반에 그는 구두 닦는 소년이었습니다. “아니 자네가 그 소년이었다면 그 소년은 눈 하나가 없었는데?” 라고 제가 말하자 “네, 바로 제가 그 소년입니다. 눈은 의안으로 갈아 끼었지요.”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어렴풋이 그가 어렸을 때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자기의 단골 손님이었던 제가 구두닦이 소년들이 일을 하던 곳에 와서 “오늘은 돈벌이를 못했겠구나” 하면서 호떡이라도 사먹으라고 약간의 돈을 주웠다는 옛날을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 데려와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전을 가르쳐주었던 기억을 되새겨 주면서 자기들 여러 명은 제가 지도한 대로 교회에도 충실하게 다녔고 정직하게 삶을 닦아 왔었다고 했습니다. 학교는 못 다녔지만 독학으로 문맹도 벗어났고 결혼도 하여 자녀도 4-5명 슬하에 두었으며 이제는 생활에 걱정이 없는 상점도 소유하고 있다는 대견스러운 자기보고를 했습니다.

기나긴 세월 동안 저의 행방을 알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노라고 하며 풍문에 제가 귀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마움을 표하기 위하여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억조차 희미한 적은 성의가 그 구두닦이 소년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주웠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쑥스러웠으나 모범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준 그 사람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또 한 사람의 인상적인 방문을 받았습니다. 역시 수십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와 제 아내는 서울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신혼 부부이었습니다. 젊은이 한사람이 약간의 면식이 있는 분의 소개로 찾아 왔었습니다. 막 제대를 했다하며 거처할 곳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도 단간 방 신세이었지만 저와 아내는 그에게 몇 주 동안 식구처럼 침식을 제공해 주었었습니다. 그 후에 그는 경찰관이 되었고 저는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도 역시 제가 귀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그 동안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근무를 하여 지금은 총경이 되어있었습니다. 총경 계급이면 경찰서장 급인데 현재 서울의 경찰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현황을 알려 주었습니다. 잠시동안 베풀었던 적은 성의를 그는 잊지 않고 있다가 강산이 변해도 네 번이나 변한 오늘에 그 때의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하여 방문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맞이한 저희 부부는 한편 반가웠지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지극히 적은 호의와 친절이 이런 반가운 해후를 가져다 준 인연이 될 줄을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희들의 가슴은 벅찼습니다.

지금 말씀 드린 저희의 성의는 보잘 것 없었지만 사회와 남에게 베푼 숨겨진 성의와 그것이 낳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열매가 얼마나 많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또 언젠가 읽은 아름다운 정성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시골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교사한테 그의 어머니가 찾아 왔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학교를 마치고 처음으로 취직한 아들이 대견스러워 어머니는 학교의 소재지인 시골에 찾아왔던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출근길에 오른 그 교사는 다리가 없는 개천을 건너가야 했습니다. 디딤돌을 딛고 건너가다가 돌 하나가 기웃등거려 그만 발이 물에 빠져 바지를 적셨습니다. 그는 바지를 갈아입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머니에게 되돌아온 이유를 말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그 돌을 바로 놓고 왔느냐?” “그냥 왔습니다.” 라고 대답한 아들을 어머니는 꾸짖었습니다. “이젠 철이 든 줄 알았더니 아직도 멀었구나. 그 돌을 바로 놓지 않으면 남도 너처럼 물에 빠질게 아니냐? 어서 가서 돌을 바로 놓고 와서 바지를 갈아입어라.”

그 아들 선생님은 얼굴을 붉히고 바로 나가 돌을 바로 놓고 왔다는 이야기이었습니다. 잘못 놓인 돌 하나라도 바로 놓는 작은 정성이 사회와 이웃에게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준다는 산 교훈을 새삼스럽게 음미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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