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어느 분이 후손에게 남기신 말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어느 분이 “남의 돈을 쉽게 먹으려 하지 말라”고 후손에게 남겼다고 한다. 이 말은 나 같은 3D 취업 이민자에게는 가슴 속 깊이 물클한 것이 치솟게 하는 교훈이다.

이민 초기에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한 중년 백인 여성 고객 자동차를 떠맡게 됐다. 백인 자동차 정비공들이 그 고객의 일을 서로 맡으려 하지 않은 탓이다. 내가 정비를 하는 동안 평소 나에게는 관심도 없었던 백인 정비공들이 나를 가끔 힐끗 힐끗 쳐다 보며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여성 고객은 세 시간 넘게 꼼짝도 하지 않고 나의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정비를 끝낸 후 마지막 시운전을 하고 자동차 열쇠와 작명을 고용주에세 넘겼다. 평소에는 내가 시운전을 한 뒤 키를 넘기면 끝이었는데 고용주는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시운전을 다시 한 후 대금을 받고 키를 넘긴다. 이를 보니 그 여성 고객은 매우 까다로운 손님임에 틀림없었다.

그날 퇴근 시간에 그 여성 고객이 다시 공장에 찾아왔다. 동료 정비공들은 그녀를 보더니 나를 쳐다보고 의미심장한 표정들을 짓는다. 아마도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러나 고객은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가 나오더니 나에게 살짝 윙크를 살짝 한 뒤 차를 몰고 가버렸다. 공장 직원들이 퇴근 폰치를 찍고 맥주 한잔씩 하고 있는 데 고용주가 사무실에서 나오더니 나에게 20불짜리 지폐를 흔들면서 건네준다. 여성 고객이 맡겨놓고 간 팁이었다.

78년도에 20불이면 큰 금액이다. 그때 나는 ‘미국이란 나라는 살 맛 나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하면 잘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 얼른 들었다.

이민생활을 하는 동안 대학원까지 나온 한 동포분은 "송형, 그렇게 기름때 묻혀가며 힘들게 살지 말고 이 공장 팔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편히 사세요" 하며 권고 아닌 권고를 했다. 또 "송형, 그런 힘든 노동을 해서 얼마를 벌겠어요. 이 부자나라에 왔으면 길에 널부러진 달러를 줍고 살아야지요" 하는 동포도 있었다. 나는 지금 그들이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 지 궁금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편히 살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얼핏 보면 느슨한 것 같으면서도 면밀하게 조직된 사회이다.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이들이 원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황소 XX 떨어질 때 기다리며 장작 지고 다니는 사람이나 알도 까기 전에 병아리 숫자를 세는 사람은 말년에 마음 편히 살기가 힘들 것이다.

할멈 역시 한국에서는 단 하루도 돈벌이를 해보지 못했지만 미국땅에 와서 30년 넘게 한 직장 한 자리에서 일했다. 그는 오늘 어느 한국 드라마에서 상사가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보더니 미국 직장에서는 자신이 마실 커피는 자신이 해결한다고 하면서 옛 직장 동료들이 보고 싶다고 한다.

미국땅에 살면서 돈 쓰는 데 엄격한 백인여성의 지갑을 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이민 생활의 반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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