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한신대총장을 지낸 초야(初夜) 오영석박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지난번 돌섬통신 “바보부부”에 대한 답글이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돌섬통신에 옮겨본다.

 

“이목사님!

30년이 넘도록 단테의 신곡에 심취해오신 목사님이 계십니다. 향수가 83세입니다. 영어도 잘 하시고 발음도 매우 좋습니다. 그분에게서 단테 신곡의 몇곡을 배웠습니다.

 

단테는 9세때 베아트리아체를 보았는데 그때 사랑의 화살이 소년 단테의 심장에 깊이 꽂혔습니다. 18세에 다시 그녀를 보았는데 마음에서 불타오로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열망을 억누르고 지나가고 말았지요. 단테는 대시인이 되어 고향 프로렌스의 정치가요 행정가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의 정파가 정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가 사신이 되어 로마로 가는 도중에 정변이 일어났습니다. 그의 정파는 정권을 뺏겨버렸고 그가 돌아오면 구속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뼈에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 플로렌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에서 한 많은 일생을 보냅니다. 그때 저 유명한 <신곡>을 창작하였습니다.

 

어떤 학자는 단테가 이미 프로렌스에서 써놓은 원고를 조카가 단테에게 보냈고 그가 <신곡>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가 외국에서 깊은 슬픔을 안고 고뇌하지 않았더라면, <신곡>을 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미국의 영성학자 ‘토마스 머튼’은 신곡을 애독하였습니다.

 

제가 이런 사족을 붙인 것은 목사님과 사모님의 관계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단테가 지옥에서 연옥으로 천국을 구경하고 하늘의 놀라운 세계를 통하여 지상의 역사를 통찰하는 과정에서 베아트리아체가 단테를 인도하고 돌보고 깨닫게 합니다.

 

베아트리아체는 영원한 구원의 여성이고 지혜와 사랑의 여성입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의 관계도 영원한 빛을 발하면서 돌섬을 비치고 있으나, 돌섬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도 놀라운 깨달음을 향유하리라 생각합니다.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메일을 읽다말고 거실로 달려갔다.

 

“여보 당신은 나의 사랑의천사 삐아드리아체야!”

 

도라지껍질을 벗기고 있던 아내가 뜨악해했다.

 

“당신 요즘 이상해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껴 앉지를 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해요 미안해요‘ 사랑고백을 하지를 않나? 2.8청춘도 아닌데 왜 그래요? 혹시 파킨슨병이 악화돼 그런건 아니요? 사람이 늙으면 죽기전에 달라진다고 하던데...”

 

행복해서 그런다. 아내가 사랑스러워서 그런다.

 

목회를 은퇴하고 돌섬으로 오자 아내는 그렇게 좋아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조각농장으로 나가 김을 매준다. 아침이슬에 손끝을 적시면서 풀을 뽑고 있는 아내는 농예예술가다. 오전에는 YMCA수영장에서 수중발레를 배운다. 오후부터는 애마부인(愛馬婦人)이 되어 일제 마스다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간다.

 

“은퇴했으니 부부싸움도 은퇴합시다. 대신 어린아이처럼 재미있게 사는거요.”

 

우리부부는 어린아이놀이 바보부부코미디를 하면서 즐긴다. 나나 아내나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바보연기라면 자신있다. 이주일 심형래보다 재미있다. TV연속극과 음악감상은 빼놓을수 없는 단골 레파토리. 아내는 이미자, 난 조영남이다. 아내는 가수학원에 다닐 정도로 이미자노래를 잘 불렀다.

 

돌섬은 동백꽃이 피고지는 섬마을이다. 아내가 ‘동백아가씨’ ‘섬마을 처녀’를 부르고 있으면 난 가슴이 메어진다. 눈물이 나서 견딜수 없다.

 

“여보 미안해. 이렇게 유행가를 좋아하는 당신을 40년동안 목사사모로 꽁꽁 묶어뒀으니...이제는 유행가 연속극 춤까지 마음껏 즐기시구려.”

 

목이 메이기는 아내도 마찬가지.

 

“아니오, 내가 되레 미안해요. 성경읽기 기도하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나를 40년동안 끌고 다니면서 목회하노라 당신이 고생한걸 생각하면....”

 

40년 목회하는 동안 그녀는 성경 한장 기도 한시간을 싫어했다. 그런데 꼬박꼬박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심방을 따라다녀야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섬에서 7년을 살면서 천사로 바꿔버렸다. 돌섬천사 삐아드리아체가 된 것이다. 목회 40년의 꿈이 돌섬에서 이뤄진것이다.

 

결혼 첫남 밤 아내는 울먹였다.

 

“당신이 날 천사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난 악마가 되어 당신을 망치게 할거예요.”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걱정말아요. 꼭 당신을 천사로 만들어줄 테니까.”

 

난 하나님을 믿었다. 하녀건 창녀건 미녀건 목사사모가 되면 책임지고 변화시켜 주실것을 믿었다. 야생마가 명마가 된다. 반사모(反師母)가 변화받으면 큰 사모가 된다. 아내에게 몇번 그런 기회가 있었다. 목회초년시절 내가 40일기도를 할때 아내는 딸을 업고 친정에 가 있었다. 그 기간에 아내는 성령을 체험했다. 방언은사를 받았다. 투시역사가 내려 누가 납치해간 소녀를 찾아내기도 했다. 장정 20명이 절절매는 미친여인을 고양이 생쥐 다루듯 했다. 두달전 여자목사 두명이 돌섬엘 다녀갔다. 신학대학을 나온 유능한 여걸들이다. 헤어지면서 기도를 하더니 아내에게도 기도하란다. 조마조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음성 신앙 영력 지혜가 3인중 1등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을 넘지 못하여 아내는 미등극천사(未登極天使)였다. 우리부부는 단테의 신곡처럼 천당 지옥 연옥을 오르내리면서 40년을 버텨왔다. 나는 손해볼게 없다. 갈등과 고통을 견디다보니 내적자유 내적능력을 터득하게 된다. 악마와 천사를 부릴줄 알게 된다. 악과 선을 이해하게 된다. 글을 쓸수 있게 된것이다.

 

우리부부의 돌섬생활은 첫날밤처럼 행복하다. 아내의 첫날밤 소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를 천사로 만들어주지 못하면 내가 악마가 되어 당신을 망하게 할거요.”

 

아내는 천사다. 돌섬의 베아드리아체다. 전영택목사가 작사하고 박재훈목사가 작곡한 찬송 “어서 돌아오오”를 조영남이 부른다. 아내도 따라부른다. 유행가가 아닌 찬송가를 부르는것이다. 40년간 유행가를 못부르게 포악했던 내가 미안하다. 유행가를 맘대로 부르게 놔뒀으면 찬송가도 불렀을 텐데.

 

“아내여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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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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