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칼럼] '코스타'를 바라보는 다른 눈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몇 년 전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유럽 코스타(유학생 수련회)의 강사로 왔던 분이 교회에서 집회를 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참석했는데 실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방언 전문 목사였던 것 같습니다. 방언을 받기 위한 요령을 말해주고 강사가 손으로 머리를 누르거나 두드리면 방언이 터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도의 방법들을 말해주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너무도 비성경적인 것이라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하였습니다. 코스타 강사라는 사실이 딸 아이에게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코스타의 신학은 '고지 점령' 신학과 같은 맥락입니다. 우수한 재원들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면 그들이 성공한 만큼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우리 사회를 더 많이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고입니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런 사고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사고입니다. 성경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세상을 정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말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결코 세상에서 성공하는 그런 방식으로 확장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의 말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1:26-29)

사람은 누구나 '엘리트'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말은 '엘리트'의 입장에서는 수긍하기가 어려운 말씀입니다.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받은 능력 자체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총이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들의 사고를 합리화하려고 합니다. '엘리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버려야 할 것이 바로 그 '엘리트' 의식이라는 것을 그들은 생각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코스타는 카나다, 일본, 러시아, 유럽 등으로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유학생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번영 신학'과 함께 또 다른 복음의 세속화일 뿐입니다.

"우리의 힘을 없애는 것, 이것이야말로 은총의 뿌리다. 아주 조금이라도 우리 안에서 힘이 생겨날 때마다 성령과 하나님의 권위는 그에 상응해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내 판단으로는 이 관점이 하나님 나라와 관련해서 유일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부루더호프 공동체의 장로인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말입니다. 그의 말에는 그가 진실된 마음으로 복음을 살아내면서 깨달은 성경적인 진리가 녹아 있습니다. 그 내용은 사도 바울이 말한 바로 그 내용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방식은 힘을 추구하고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없애고 세상에서의 성공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수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장애우들을 섬기고자 하바드, 예일 그리고 노트르담 대학의 교수라는 성공의 자리를 버린 헨리 나우엔은 사람들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그 진리를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는 성공하거나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업적을 쌓도록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부름을 받았다. 성공은 힘과 긴장 그리고 인간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풍성한 결실은 상처받기 쉬움으로부터, 그리고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함으로 생겨난다. 나는 오랫동안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들 속에 살면서 안전무사를 추구해 왔다. 하나님 나라의 일들은 작은 어린이들에게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으며, 하나님은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해 인간적인 기준으로는 어리석은 자를 선택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는 이들의 따뜻하고 가식 없는 환대를 경험하고,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스러운 포옹을 체험하면서, 참된 영적 귀향이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곧 천국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로 돌아감을 뜻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헨리 나우엔의 말에도 사도 바울의 말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방식은 코스타의 사고처럼 우수한 유학생들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의 방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사고는 헨리 나우엔의 말을 들은 후에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헨리 나우엔이 깨달은 그 내용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런 것들을 깨달은 것 자체가 그가 우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그토록 우수한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그 일이야말로 위대하다는 해석을 내리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방식이 세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듣고도 그것을 영리하게 세상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에버하르트 아놀드 부인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그것은 상반되는 두 목표 사이의 충돌과 같다. 하나의 목표는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 위대한 사람, 영적인 사람, 영리하고 좋은 사람, 천부적인 재능으로 말하자면 인간성의 산맥에서 최고봉에 오른 사람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목표는 겸손한 사람, 소수에 속한 사람, 장애가 있는 정신지체자, 수감자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위대한 이들의 고지 사이에 있는 비천한 이들의 계곡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강등당한 사람이며,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는 사람이며, 연약하고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첫 번째 목표는 특정한 개인으로 하여금 그가 지닌 천부적인 재능에 힘입어 신의 경지까지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에 그는 하나의 신이 되어버린다. 또 다른 하나의 목표는 사람이 된 하나님,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지위를 추구한 하나님의 경이와 신비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 둘은 전적으로 상반된 방향이다. 전자는 자신의 영광을 좇는 상승적인 돌격이다. 반면에 후자는 인간이 되는 하강 운동이다. 전자는 자기애와 자기 높임의 길이며, 후자는 하나님의 사랑의 길,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다."

더 이상 첨언이나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기독교가 참된 기독교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복음이 말하는 진리가 철저하게 인간의 욕망을 거스를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뜻 이 진리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생각하십시오. 그분이 바로 장애가 있는 정신지체자가 되셨고, 수감자가 되셨습니다. 그런 그분을 향해 성경은 말합니다.

"이러므로(완전히 자기를 비워 가장 낮은 곳에 이르렀기에)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2:9-11)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성공의 자리에 높이 오르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버하르트 아놀드 부인이 말하는 것처럼 그 일은 자신을 신으로 만드는 일이며, 자신의 영광을 좇는 상승적인 돌격이며, 자기애와 자기 높임의 길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은 그와는 정 반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입니다. 세상에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하고 싶은 인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며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의 증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교회들이 세상에서 상처받고 실패한 낙오자들이 기꺼이 다가와 치유와 평화를 경험하는 '샬롬의 나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하나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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