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모인곳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일요일 새벽 뉴스를 확인하니 여전히 남해안 뱃길이 막혔다는 보도다. 남은 일정상 더 이상 섬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부산 서부터미널 부근에서 숙박한 나는 남은 닷새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이곳에서 멀지 않을 봉하마을을 생각했다. 나는 평소 미국에 살면서도 나와 동갑내기인 노무현 대통령의 서민적인 모습과 탈권위적인 행동을 좋아했다. 그분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은 뉴스로만 보았다. 이 기회에 한 번 찾아보라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1516397134450.jpg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살던 사택 아방궁으로 모함받은 곳

 

 

나는 새벽 버스터미널에서 길을 물어 진영가는 버스에 올랐다. 진영에 도착한 나는 주일미사를 위해 성당부터 찾았다. 성당에는 내가 미국에서부터 아는 허철수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마침 이날은 한국천주교 군인주일이었다. 허 신부는 강론에서 1919년 4월13일 대한민국 건국과 1940년 9월17일 광복군 창설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헌법전문에 나타난 임시정부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건국 100주년은 2019년 4월13일이며 국군의 날은 9월17일로 바꾸는 것이 역사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국절 주장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있지만 신자들만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고 판단해야 한다며 조리있게 설명했다. 나는 여행하면서 간혹 성당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강론을 들어보았지만 영남에서는 처음이다. 미사가 끝나자 허 신부는 반가워하면서 주일이라 나를 봉하마을까지 동행하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 성당을 나와 시내버스 기다리는 동안 빵집에서 커피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때웠다.

 

 

1516397093727.jpg

 

 

봉하마을에 도착한 나의 눈에는 가랑비 내리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참배객들이 찾아와 노란 풍선을 들고 걷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곧바로 묘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참배했다. 자신의 이상을 향해 떠오르려다 기득권세력에 의해 꺾여 국회 탄핵결의까지 당하고 간신히 임기를 마친 노무현. 퇴임 후에도 새 정부에 의해 수모당한 끝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인을 회상하면서 울컥하는 심정을 느꼈다. 나는 방명록에 “당신을 못 잊어 태평양 건너 왔습니다.”고 적었다. 나는 그가 최후로 몸을 던진 봉화산 기슭 부엉이바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엉이바위는 높은 울타리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 사람이 그곳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몸을 던진 후부터라고 한다.

 

 

1516397095677.jpg

 

 

부엉이바위 뒤 공터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한동안 상념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바위틈에서 여자가 불쑥 나타났다. 느닷없이 바위틈에서 흰 옷 입은 여인이 나타나 놀랐는데 알고 보니 바위틈에 서너 평 토굴이 있었다. 50중반의 여인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여승과 함께 토굴에서 기도드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여인을 따라 토굴 안에 들어가니 작은 불상과 제단이 차려져 있다. 여인은 개스 버너에 차를 끓여주었다. 여승은 마을에 갔다고 한다. 여인과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 회상하는 대화를 나누고 토굴을 나서니 제법 빗줄기가 굵다. 여인은 비치해 둔 일회용 비닐우비가 있다며 내게 씌워주었다. 나는 산길을 따라 봉화산 정상으로 향했다.

 

 

1516397091258.jpg

노무현 전대통령 유택

 

 

봉하(烽下) 마을은 옛날 봉화대가 있던 봉화산(烽火山) 아랫마을이라는 뜻이다. 현재 40여 가구 120여 주민이 살고 있다. 높이 140미터 정상에는 ‘호미를 든 관음상’이 세워져 있고 멀리 낙동강과 마을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또한 노무현이 퇴임 후 밀짚모자 쓰고 자전거에 손자를 태우고 달리던 화포천 둑길과 넓은 평야가 한눈에 보였다. 노무현은 대통령퇴임 후 고향마을을 친환경농업 생태마을로 꾸미고 싶어 했다. 그러나 후임정부는 건국 후 최초로 향리에서 농부로 살겠다는 전임 대통령의 소박한 꿈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검찰에 소환하고 뇌물로 받은 고가 명품시계를 논두랑에 버렸다고 언론에 망신을 주는 등 온갖 수모를 주었다. 최근에야 그것이 국정원 공작으로 밝혀졌다. 지금 정권이 바뀌고 전 정권의 온갖 비리가 드러나 수사하자 전 정권 사람들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불십년이요, 세상은 돌고 돈다는 옛말이 실감난다.

 

 

1516397097665.jpg

 

 

나는 봉화산 정상에서 사자바위와 고인이 즐겨 찾던 정토원 암자 쪽으로 하산했다. 중간에 부엉이바위를 못 찾고 헤매는 수녀 일행을 만나 함께 정토원과 부엉이바위를 다시 찾아보고 내려왔다. 묘역 안내봉사자에게 과거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이곳이 아방궁이라는데 구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실컷 구경하시라며 경찰이 지키고 있는 2층 사저를 가리켰다. 아방궁은 커녕 소박하기만 했다. 봉사자는 큰 부잣집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중소기업 사장집 규모는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부인이 혼자 살던 이곳은 노무현재단에 기부하고 인근에 사비로 사저를 신축해 2년 전 이사했다고 한다. 노무현 사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그동안 매년 한 달씩 개방했으나 곧 국민들에게 상시 개방할 계획이라고 했다.

 

 

1516397132498.jpg

노 전대톨령이 생전에 자주 들렀던 암자

 

 

보슬비가 내리는 중에도 일요일 오전 봉하마을은 참배객들로 붐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매년 100만 명 내외의 참배객이 찾고 있는 봉하마을은 이제 국민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나는 노무현 사저와 기념관, 생가를 둘러보면서 무엇이 국민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생각했다. 노무현은 비참하게 죽은 후 국민들 마음속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민들은 재직 중에는 촌스럽고 못마땅하게 생각되던 노무현이 서거한 후에야 그가 ‘진국‘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방명록에 쓰여진 “대통령에 있을 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 구구절절 적은 사연들을 보면서 다시는 그런 대통령을 잃지 않아야 하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맞다! 봉하마을은 아방궁이다. 시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모여 화려한 아방궁을 이루고 있었다. 참배와 관람을 끝내고 ’화려한 아방궁‘을 떠나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양산에서 평화시민운동하고 있는 활동가 박승자 여사가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박 여사를 만나고 상경하리라.

 

 

1516397086354.jpg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 |
  1. 1516397134450.jpg (File Size:188.9KB/Download:4)
  2. 1516397086354.jpg (File Size:129.6KB/Download:4)
  3. 1516397088839.jpg (File Size:57.0KB/Download:4)
  4. 1516397091258.jpg (File Size:143.9KB/Download:4)
  5. 1516397093727.jpg (File Size:151.1KB/Download:4)
  6. 1516397095677.jpg (File Size:147.2KB/Download:4)
  7. 1516397097665.jpg (File Size:121.7KB/Download:4)
  8. 1516397132498.jpg (File Size:226.5KB/Download: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로마제국의 황제와 한국의 대통령

    로마제국의 황제들 잔혹사를 떠올리며  청와대 주인들의 잔혹사와 대비해본다.  일제의 잔존으로 내려온 청와대 터를 옮겨……      지구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고대 로마는 BC 753년에 건국되었고 유럽의 대부분과 아프리카 북단, 잉글랜드, 소아시아까지 세력을 넓히...

    로마제국의 황제와 한국의 대통령
  •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2편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연가’라는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가’가 뉴질랜드의 구전민요라는 것, 더 나아가 그 민요 안의 옛이야기까지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옛이야기 ‘히네모아(Hinemoa)와 투타...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2편
  • Art is

      뉴욕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메트로폴리스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약 330만 점에 이르는 소장품은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거의 대부분의 소장품은 개인 수집가들이 기증한 것이고 일부는 미술관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

    Art is
  • 투명인간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간에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봤을 그 투명인간 말이다. 기억 속의 투명인간은 거의 슈퍼 히로에 가깝다. 조국을 위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다.     내가 그려왔던 투명인간은 드라마 속...

    투명인간
  • 세상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file

    사순절 이야기- 스물세 번째 편지     잠언 14:4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지만, 황소의 힘을 빌려야 소출이 많아진다.>   아이들은 스쿨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지저분하게 흘립니다.   스쿨 버스 안에서 뿐 만이 아니라 아이들은 어디서든 늘 가만있지 못하...

    세상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 화려한 아방궁 ‘봉하마을‘ file

    시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모인곳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일요일 새벽 뉴스를 확인하니 여전히 남해안 뱃길이 막혔다는 보도다. 남은 일정상 더 이상 섬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부산 서부터미널 부근에서 숙박한 나는 남은 닷새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

    화려한 아방궁 ‘봉하마을‘
  • 지구를 돕는 악투리안 file

    별나라형제들이야기(33)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악투리안의 교육내용과 과정은 어떠한가?   다음으로 저자가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부분은 교육이었다. 지구인과 악투리안의 교육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구인은 타인과 경쟁을 하지만 그들은 경쟁이 없...

    지구를 돕는 악투리안
  • 내 인생 5년 후

    ‘내 인생 5년 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집중에 집중을 더해 딱 5년만 투자해라..라는 주제의 책은 5년을 투자해 인류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몇몇 사례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의 의도는 사실 상당히 단순합니다. 5년 동안 한가지 목표를 향해 꾸...

    내 인생 5년 후
  •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이민자도 행복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2년부터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달 발표된 ‘2018 세계행복보고서’는 특히 세계가 직면한 난민과 이민 문제를 반영, 이민자들의 행복지수를 처음으로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이민자...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이민자도 행복하다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file

    프라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도 바빴다.   밤 9시 넘어 트럭 시뮬레이션 실습이 끝났다. 수동 기어 자동차를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운전해 본 적이 있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형 트럭은 딴판이었다. 더블 클러치와 엔진 ...

    쉽지 않은 대형트럭 운전
  •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file

    악투리언들의 메시지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11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과 자신을 알 수 없다.   숲 속에 있는 사람은 숲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보면서 조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그런데 유사 이...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2)
  •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file

    진짜 태극기의 섬, 항일운동 성지 소안도(5)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동래의 학생 항일운동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발견했다. 첫 째는 섬마을 지도자들이 주도한 소안도와 달리 학생들 스스로 일제초기부터 말기까지 줄기차게 투쟁했다...

    또 다른 항일운동의 3대 성지 부산 동래 이야기 (下)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헬리콥터를 이용한 송어 플라이 낚시  ​  뉴질랜드 전국의 민물낚시 명소들이 밀려드는 외국인 낚시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소중한 낚시터들과 송어 자원을 빼앗길수 없다면서, 흔히 극우정당 정치인들이 외치는 ‘키위 퍼스트(Kiwi First)’라는 ...

    송어 플라이 낚시도 ‘우리가 먼저!’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file

    사순절 이야기 - 스물한 번째 편지     잠언 12:15...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살고 슬기로운 사람은 충고를 받아들인다. 미련한 사람은 쉽게 화를 내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모욕을 참는다.>   사람의 기운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고, 사람의 육신은 위에서 아래로 ...

    하늘로 기운, 땅으로 육신
  •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 미주리로 가는길 file

    트럭킹 교육 첫날         뉴욕 –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오하이오 – 인디애나 – 일리노이 – 미주리. 1박 2일 동안 두 번 버스를 갈아타고 지나가는 주들이다. 미국의 거의 절반을 가로 지르는 거리다. 온 만큼을 더 가면 LA다.   두번째라 김샜지만 어찌됐든 다시출발...

    미주리로 가는길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블록 체인 개발은 가상화폐 불안정성 줄일 듯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비트코인, 크립토 코인, 기타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지 가상화폐는 기대도 문제도 많았습니다. 일찍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기도 했고 ...

    가상 화폐, 아직 안전보장 없다
  •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교육칼럼] 학부에서 생물학이나 화학 전공하면 유리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지난 주에 전공 선택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 이어 이번 주 부터는 직업과 관련하여 전공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직업을 무엇으로 가질 지 뚜...

    전공선택과 직업 - 치과의사
  •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file

    한국 드라마의 ‘이민자 사기꾼’을 보는 심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우리 부부는 일손을 놓은 후에야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막장’이라 불릴만한 드라마를 몇 편이나 보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할멈이 “드라마 같이 보...

    이민자들, 아이리쉬들의 삶 본받아야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왜 지금 트럭을 시작하는가?   택시 벌이가 시원찮아져 새로운 생계수단이 필요했던 마당에 마침 전부터 하고 싶었던 트럭을 한다가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영원히 못 할 수도 있기 ...

    무인트럭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