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이민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오늘 아침 나는 큰 자식놈과 팜파노 낚시를 하기 위해 낚시터로 떠났다. 지금 중병을 회복하고 있는 할멈은 자식 집에 납겨 놓았다.

바늘 가는데 실 가는 식으로 우리 부부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지겹도록 함께 바다 낚시를 다녔다. 사실 바다 낚시가 우리의 이민생활의 외로움과 고달픔을 달래주는 유일한 취미였다.

할멈은 어떤 운동은 어떤 이들에게 건강 보양식이 될 수 있으나, 우리 같은 육체 노동자는 바다 바람을 마음껏 마시고 소금 모래를 맨 발로 비비고 돌리고 하여 강력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야만 다음 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할멈은 낚시하면 생선을 많이 먹을 수 있고, 신세진 사람들에게도 생선을 나눠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할멈이 이번에는 낚시를 못가게 되었고, 대신 문 밖에 나와 쓸쓸히 손만 흔들었다.

낚시터에 가기 전에 우리 부자는 먼저 들르는 곳이 맥도널드이다. 첫 번째 창구에서 필요한 음식을 신청하고 금액을 확인한 다음 차를 굴려 다른 창구에서 돈을 내고 음식과 영수증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은 점원이 방금 앞차가 뒤편 차 고객 음식값 지불하기(pay it backward)를 중단 하였는데 다시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자식은 나를 잠시 쳐다 보고는 뒷차의 값을 지불하고 그곳을 떠났다.

나는 낚시터로 가면서 자식에게 우리 앞 밴차가 한국 사람 차라고 말하지 않았다. 밴 속에 낚시대가 있는 것도 보았고, 뒷 범퍼에 작은 태극기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왠지 모르게 그 작은 태극기가 눈에 어른거렸다.

나는 이민초기에 주위에서 여러 말들을 듣고 살았다. 이곳에 도착하자 마자 사업을 시작하여 달라 얼마를 벌었느니, 태평양 바다 깊숙히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왔느니, 자존심을 집에 두고 가게에 간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이런 대화들을 피해 집으로 돌아 오면서 ‘이 양반들이 자존심이 무엇인지 정말 아는가’라고 밤 하늘을 쳐다 보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태평양을 건너 오면서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고, 최소한 ‘국제 얌체’는 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고,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고 주류인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졌다.

이 때문에 최소한 한달에 몇 번을 방문해야하는 디즈니월드 공원 검색대에서 나의 오른손 양지의 지문 때문에 매번 낭패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나의 양지를 떳떳이 펴들고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손가락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오래전에 미국땅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2차대전이 발생하게 한 원인을 제공했는데도 미국인들은 지금 일본인들을 동양 어느나라 사람들보다 신용이 있고 정직한 민족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뒷 사람을 생각하는 성의를 릴레이식으로 펼치는 주류인들의 관습이나 정서를 존중하고 배우면서, 열심히 정직하게 산다면 자존심 버릴 이유가 없고, 주류사회에서도 인정 받는 이민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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