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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의 출현으로 현대인의 쇼핑습관이 현저하게 달라졌다고 하지만, 프랑스에서 재래시장은 여전히 건재한 편이다. 크고 작은 도시, 시골마을 6천여 고장에서 매주 한 번 이상 재래시장이 서고 있다. 

고장마다 농축업자, 어부, 장인들이 총집합하는 장터는 독특한 지방색을 자랑하기 마련이다. 제각기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이들 재래시장을 통해 프랑스만이 지니는 한 저력을 엿볼 수 있다.

전통장터문화를 보존하고 더욱 장려하는 차원에서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재래시장(Le plus beau marché de France)’를 선정하는 TV특집프로가 TF1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명한 13시 뉴스앵커 쟝-피에르 페르노가 사회와 진행을 담당한다. 

 

 

▶ 결선대회에 오른 24곳 장터

 

올해로 2회를 맞이한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장터’ 선발대회에서 2018년 영예의 1위는 남불 툴롱에서 가까운 지중해 해변도시 사나리-쉬르-메르(Sanary-sur-Mer)가 차지했다. 수요일 오전이면 해변부둣가를 따라 길게 장터가 들어선다. 야채, 과일, 생선, 육류, 꽃과 화초 등을 비롯하여 각종 지방특산품들이 선보이고, 회전목마놀이터도 동원되어 장터는 마을축제장을 방불케 한다.

 

‘아름다운 재래시장’ 선발대회는 ‘프랑스인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운 마을’ 선발대회를 주최하는 TV채널 France2의 특집프로와 그 취지나 진행에서 흡사하다. 각 지방마다 재래시장을 선출하는 예선전이 TF1의 주최로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9일에 걸쳐 지방투표로 실시됐다. 여기에 참여한 투표수는 총 751,342표. 이 투표결과에 의해, 결선에 진출한 24곳 장터명단이 TF1 13시 뉴스를 통해 지난 4월 12일 발표됐다. 

 

이들 후보들 중에서 파리근교지역을 대표하는 장터는 파리북쪽 올네수브와(Aulnay-sous-Bois)의 재래시장이다. 화, 목, 일, 주 3회 장터가 선다. 이곳의 ‘터줏대감’은 1935년부터 가문을 잇는 돼지훈제 전문음식가게이며, 순대나 내장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장인(Tripier) 등도 만나는 장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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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명소로 부각되는 재래시장

 

내륙중심부에 위치한 리무쟁 지방 브리브(Brive)는 작년에 이어 연속 2회 결선에 진출한 경우이다. 브리브 재래시장(Marché de Brive-la-Gaillarde)은 화, 목, 토, 주 3회 장터가 선다. 사과, 배, 포도 등 철따라 생산되는 농산품들을 비롯하여 고장특산품으로 유명한 푸아그라, 송로버섯, 인근 관광명소 로카마두르산 치즈나 페리고르산 호두들도 원격 지원한다.

 

특히 토요장날 피크타임에 찾아든 손님들은 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장터는 북적댄다. 지붕이 드리운 전통재래시장 레알(Les Halles)의 외부광장에도 각종 잡화, 가죽제품들이 늘어선 거대한 야외장터가 들어선다. 호기심으로 아이쇼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빈손으로 그냥 장터를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구매충동을 일으킨다. 

브리브의 토요장터는 이 고장의 으뜸 관광명소로도 부각되고 있다. 재래시장이 외국인관광객들도 유혹하려면 무엇보다도 다양한 지역특산품을 간판으로 내세워야한다고 브리브의 레알 관계자가 밝혔다. 

 

지방의 시골장터일수록 지역상품들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장터에 따라 수공예 장인, 장갑이나 모자제조인, 악기제조인 등 각 분야의 희귀한 장인들도 출현한다. 이렇듯 재래장터는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인근 관광명소의 휴가객들, 외국인관광객들,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박물관 혹은 문화공간이다.

 

▶ 전통재래시장 레알(Les Halles)

 

어느 시골도시든 레알의 독특한 건축양식은 잘 보존되어 있으며, 마을명소로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마련이다. 브리브 레알의 경우 1980년대 초 보존공사를 실시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하면서 건축양식을 보존하고 있다. 전통시장 레알은 도시와 고장에 따라 매일 오전에만 개장하는 곳도 있다. 

 

나르본(Narbonne)의 레알도 2019년 재래시장 선발대회 결선후보에 올랐다. 이들 24곳 후보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리옹은 ‘식도락의 도시’라는 평판에 손색이 없을 만큼, 현대화 건물로 개조된 ‘폴 보퀴즈’ 레알에서 풍요롭고 다채로운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파리도심의 레알은 오늘날 최신형 복합쇼핑몰로 변신했지만, 원래는 거대한 재래시장터였다. 에밀 졸라가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라 불렀던 곳이다. 졸라는 파리 레알에 깊은 애착심을 지녔으며, 이 장터는 그의 소설배경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가운데는 파리 레알의 상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파리의 복부’라는 표현은 파리 시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대형장터라는 의미를 담지만, 이 장터에서 부를 축적한 배불뚝이 부자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 아날로그 감성

 

에밀 졸라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터는 작가들에게 무궁무진한 창작영감을 고취시킨 곳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도 빼놓을 수 없다. 지극히 한국적이며 향토적인 서정으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 장터를 떠도는 장돌뱅이의 삶과 애환을 담아냈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시골지방에서는 인근장터를 돌면서 판매대를 펼치는 상인, 농부, 어부, 장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은 각 장터마다 단골고객이 있고, 지역특산품에 대한 장인정신 혹은 품질 좋은 각종 농수산품을 생산한다는 프라이드를 지니며, 안정된 생활수준을 유지한다. 

 

가령 직접 재배한 야채를 팔러 장터에 나온 농가아낙네는 양파 한 다발이라도 그냥 손님에게 단숨에 팔아넘기지 않는다. 마치 소중한 보석을 다루듯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떻게 재배했는지 설명하느라 느긋하게 시간을 할애한다. 역시나 느긋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단골주민들도 함께 담소에 끼어드는 모습은 시골장터에서 흔히 발견하는 풍경이다. 

 

재래시장은 서민경제로 직결된다. 곧 재래시장이 살아야 서민경제도 살아난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이렇듯 장터는 생생한 삶의 터전이지만, 무엇보다도 현대인이 잃어가는 그리운 아날로그 감성을 고취시켜주는 장소라는 점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쟝-피에르 페르노는 ‘가장 아름다운 장터’ 선발대회 진행을 맡으면서 각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재래시장에 얼마나 깊은 애착심을 지니고 있는지 피부로 느꼈다고 피력했다. 사나리-쉬르-메르의 재래시장이 2018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장터’로 선정되도록 이끈 진짜 공로자는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이라고 귀띔했다. 이 지역주민의 투표참여율이 남달리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네티즌들의 투표로 영예의 1등이 결정되는 까닭에, 자연스레 자기고장을 위해 투표하는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2019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장터’를 선정하는 투표는 4월 13일을 시작으로 6월 초까지 실시되며, 프랑스네티즌 누구나 가능하다. 2019년 영예의 주인공은 6월 10일 13시 TF1뉴스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결선에 출전한 24곳 재래시장 리스트 참조와 투표 사이트

https://votreplusbeaumarche.fr/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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