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동화보다 적응을 택한다
 

hong.jpg

 

(로스엔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각종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미국, 특히 남가주에서는 문화적 동화 (Melting Pot)이라는 개념과 문화적 적응 (Cultural Salad)의 개념이 상존합니다. 타인종 동료나 이웃과의 대인 관계에서 한인이 취해야할 언행에 관하여 우리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저는 후자를 믿고 있기 때문에 동화보다 적응을 택합니다. 한인이 타 인종과의 대인관계에서 다른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고유적인 문화를 버릴 필요가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고 믿습니다.

한 모임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저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행사는 에스에이티 (SAT II)한국어 시험에 만점을 받은 35명의 자랑스러운 학생들을 포상하는 장면이었습니다. 11학년들이 대부분인 귀여운 한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어려운 에스에티 시험에 만점을 받았다니 그런 업적은 성과중의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그들의 실력을 과시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세 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감동을 주는 간단한 이야기를 한 개씩 주고 선생님들 앞에서 낭독하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어떤 학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유창하게 낭독을 했습니다. 그 학생들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그 학생들의 부모님과 그들에게 매 주말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큰 공을 돌립니다.

레이크우드 (Lake Wood)에 새로 개업한 한인 소유 일식식당을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일식 식당에 비하여 손색이 없이 꾸며진 그 식당에 들어선 순간 약간 놀랐습니다. 한인 소유든 아니면 일본인 소유이든 일식식당에 들리면 제일 먼저 큰 소리로 들리는 인사가 “이랏샤이마세” 라는 일어 인사 입니다. 또 일식식당인지라 그런 인사가 당연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찾아간 일식 식당에서는 스시맨, 웨트레스 등이 다 한 목소리로 “어서 오십시오” 라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당전체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갈색등불” “짤랑 짤랑” 같은 한국 트롯트 음악이었습니다.

개점한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 일식 식당은 성업중이었습니다. 손님들 중에 한인은 소수인 점을 미뤄볼 때 그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한인 소유 식당에서 한인이 한국어 인사와 한국음악을 틀어 놓았다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 식당의 주인도 한인인 것을 과시한다고 영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식당의 영업이 잘되는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스시맨과 웨이트레스는 모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철판구이를 하시는 분은 50후반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인이었습니다. 그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철판을 둘러 앉은 미국인 손님들을 계속해서 웃겼습니다. 유머와 동작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하면서 철판구이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듯 신나게 일을 했습니다.

다른 일식 찰판집의 젊은 요리사 처럼 요란한 동작은 하지 않았습니다. 식칼을 공중에 던졌다가 받아 내거나 후춧 가루 병을 공중에 던졌다가 뒷 손으로 잡는 등의 쇼를 하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을 즐겁게 할 정도의 약간의 쇼 동작은 했습니다. 그분의 서비스를 받은 미국인 손님들은 마구 웃고 요리사가 던져주는 새우를 입으로 받아 먹는 등의 장난기 어린 식사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가족들이 단란하게 찾아 오면 주인은 허가를 받은 후에 디지털 카메라로 서진을 찍어 즉석에서 인쇄하여 선물로 주곤 했습니다. 한번 찾아 오는 손님을 영구적인 손님으로 만들려는 성의와 친절이 역연했습니다.

그 식당을 찾아 본 후에 저도 가족들을 데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찾아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역시 그 식당의 운영도 한인이 소유이지만 일본 문화에 동화하는 정책보다 적응을 하는 접근 방법을 시도하여 성공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설날에 제 두째 아들은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집에서 잔치를 벌였습니다. 손님들은 전부가 미국인들이었지만 떡국과 김치찌게가 주를 이룬 음식이었습니다. 비 한국인들이 한식을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어도 잘 못하는 아들과 미국인 며느리가 대견스럽게 보였습니다. 타 문화에 동화할 필요가 없고 적응을 해야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했습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해방후 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왜 은폐됐나 file

    100~130만명 희생..현대사 최대 비극           8.15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전후 전국적으로 자행된 민간인虐殺(학살)은 현대사의 최대비극이다. 이 엄청난 제노사이드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 철저히 은폐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대한민국의 흑역사다. 민간인학살...

    해방후 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왜 은폐됐나
  • 일본 사드를 성주로 옮긴 흉심 file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성주에 사드배치된 지 2년하고 하루가 지나는 오늘 성주 소성리에서 행한 연설 요지 입니다>   일년 365 일 아니 지난 수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여러분의 활동은 단순히 성주라는 고향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국격, 주권, 평...

    일본 사드를 성주로 옮긴 흉심
  • 스위프팅과 수퍼트럭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후 2시 체크인을 했다. 짐을 싣고 있으니 A17 도어 앞에서 트레일러 연결하고 기다리란다. 오후 4시 넘어 출발할 수 있었다. 뉴저지에 모레 오전 7시까지 배달이니 시간은 괜찮다.   출발이 늦어 얼마 못 가 멈춰야 했다. 트럭스...

    스위프팅과 수퍼트럭커
  • 4.27 DMZ평화 인간띠잇기 file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부산 친구부부, 원주 선배부부와 함께 춘천 선배네 집에 모여 길 떠나는 설레임에 수다가 길어졌다. 청춘인 아이들을 모두 세상에 내놓은 初老(초로)의 健脚(건각)들이 그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넘겨줘야 한다는 걸음일텐데 정...

    4.27 DMZ평화 인간띠잇기
  • 일식집에서 한국 트롯트 노래가...

    문화적 동화보다 적응을 택한다     (로스엔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각종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미국, 특히 남가주에서는 문화적 동화 (Melting Pot)이라는 개념과 문화적 적응 (Cultural Salad)의 개념이 상존합니다. 타인종 동료나 ...

    일식집에서 한국 트롯트 노래가...
  • 대학에서 모든 선택은 학생 몫

    부모, 교사 등 울타리 없어져 '위험' 증가 (워팅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이제 두세 달 정도 있으면 대학이라고 하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입문하는 학생들, 과연 대학 생활은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부모님들이라면(처음...

    대학에서 모든 선택은 학생 몫
  • 트럭커 수호천사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3시에 문자가 왔다. 화물이 준비됐다고. 사무실로 가 서류를 받았다. 야드에서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배달처가 모두 다섯 곳이라 서류 작업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일주일 동안 34시간 리셋을 두 번 했다. 거의 서 있...

    트럭커 수호천사
  • CHCH 테러, 세상 보는 눈을 바꿨다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 대한 테러 사건 이후 뉴질랜드 국민들이 걱정하고 또한 관심을 기울이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비중이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 같은 상황은 리서치 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가 실시한 ‘Ipsos New Zealand Issues Monitor’...

    CHCH 테러, 세상 보는 눈을 바꿨다
  • 이승만과 이기붕 4.19 비화 file

    이박사 자진하야는 단군이래 최대 가짜뉴스 이기붕일가 자살설은 어불성설..망명허가 받고 자살?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하루하루를 한국과 미국의 주요 뉴스를 쫓아 따라가다 보니 어언 4.19 의거 59주년을 맞았다. 현대 한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기에 ...

    이승만과 이기붕 4.19 비화
  • 북한 ‘비핵화’에 맞춘 남북관계, 언제까지 갈 건가

    [시류청론] 미국의 ‘억지’가 가져온 북의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생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세계 정상급 군사과학연구기지라고 자랑하는 북한국방과학원은 4월 17일 시험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해 열핵무기,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

    북한 ‘비핵화’에 맞춘 남북관계, 언제까지 갈 건가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file

    (RS 어학원 김성수 원장)     [토요일 좀 이른 시간에 동전 없이 홍콩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신 분들도 다수 계실 거라 생각한다. 토요일 오전에 출근을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홍콩 잡학사전
  • 미국 성당에서 만난 수녀들 file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신문사 은퇴 후 동네성당에 등록하고 다닌다. 세인트 이냐시오 성당은 135년 전 독일 이민자들이 세운 유서 깊은 고딕식 성당이다. 규모는 작지만 부설 중학교까지 있다. 중림동 성당 비슷한 외모다. 10년 넘게 다니면서도 수녀는 한...

    미국 성당에서 만난 수녀들
  • 전자상거래로 일자리 줄어들지 않는다

    신 기술에 적응 느린 재래식 상점은 파산 위험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정보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한 전자 상거래가 일취월장하자 그런 기술이 일 자리를 감소시킬 것이고 고용 시장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

    전자상거래로 일자리 줄어들지 않는다
  • 대학 공부에 성공하려면 강의 노트 중시해야

    [교육칼럼] 예습, 수업, 복습 등이 노트와 긴밀하게 연결돼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위해 습관화하고 몸에 배도록 해야 할 시간관리, 규칙적인 학습, 책읽기, 쓰는 훈련 등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대학 공부에 성공하려면 강의 노트 중시해야
  • “따뜻한 세상” file

    "따뜻한 세상"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진정한 사랑실천‘이 이루지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서밋237 선교단체,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바누아트에 빗물식수화 설치 해줘    ▲류광수 목사(사단법인 서밋237 이사장, 사진왼쪽)와 바누아투 오베드모세탈리스...

    “따뜻한 세상”
  • 도덕과 공동체 규범이 혁신의 동력이다 file

    제3섹터 경제론 제14장 사회적 혁신과 전환 로드맵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시민권력의 정부가 추구하는 시민경제 체제가 인류미래의 대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삼투적 조세개혁과 사회적 경제영역의 확장을 위한 선택적 양수(揚水)라는 정책 수단에 더하...

    도덕과 공동체 규범이 혁신의 동력이다
  • 설감의 꽃모닝 file

    큰개별꽃과 아기진달래     Newsroh=한종인 칼럼니스트         시어골 산자락서 만난 큰개별꽃입니다. 강원도 산불을 보면서 사는 곳이 산동네라 경각심을 더 갖습니다. 오늘 날이 괜찮네요. 꽃날 되세요.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갯버들 꽃술 끝을 확대해 보니 "...

    설감의 꽃모닝
  • 멕시코 산 크리의 새벽은 험악했다 file

    불량배들에게 핸드폰을 뺏기다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13)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멕시코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 치아파스주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 이후 산크리 )의 새벽은 칠흑 같이 어두웠다.   처음에는 인상이 무섭게 생긴 인디오 1...

    멕시코 산 크리의 새벽은 험악했다
  • 성경은 문학이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에 전화가 왔다. 글렌이다. 캠퍼스인에서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안전 수업에 참석하란다. 그럼 그렇지. 텍사스를 통해 미주리로 보낼 때부터 알아봤다. 원래는 어제 내게 연락했어야 했다. 어제 배달을 마쳤을 때 동부시간대에 ...

    성경은 문학이다
  • 행복으로 가는 두번째 단계

    지난 번 소개한 앤소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한 호주 만들기’ 심리프로젝트에서 행복으로 가는 두 번째 단계는 무작위로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그란트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사심이 없는 이타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행복한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들을 잘 도와주고 자...

    행복으로 가는 두번째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