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

과로사 산재 인정받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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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 노동자들이 작업환경개선을 위하여 파업중에 계단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scmp)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직장인의 과로와 무기력 등을 일컫는 ‘번아웃’(burnout)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에너지 고갈 및 소모,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의 효율성 감소 등의 증상을 말한다. 지난 UBS의 2016년 조사에서 홍콩은 71개의 조사 대상 도시 중 가장 근로시간이 긴 도시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와 같은 전문직뿐 아니라 육체 근로자, 사무직 직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사회 문제로, 고용주와 근로자간의 불공평한 갑을관계, 비정상적인 근로문화, 부족한 법적 보호 등의 이유로 꼽힌다.

 

홍콩은 수년간 워커홀릭 문화를 이어왔다. 홍콩직공회연맹(HKCTU)가 지난 4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작년 홍콩 근로자 5명 중 1명은 주당 55시간 이상 또는 일일 11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안, 식음료, 운송, 건설, 소매 등 부문의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이 길며, 이중 특히 경비원들의 경우,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71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어 가장 근로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력난으로 인하여 만성적 사회문제인 과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등 산업은 낮은 수당, 열악한 육체적 노동 등 이유로 젊은 인재 수혈이 부족하면서 오랜 시간 인력난을 겪고 있다. 홍콩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 1.9명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력난으로 매년 독감철만 다가오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린다. 독감철에는 의사 4명이 2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봐야하기도 하며 야간 시간에 응급 치료 및 중환자실을 돌보는 온콜 닥터의 경우, 연속적으로 30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하는 등 강도 높은 근무를 하고 있다. 전문가는 고도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에서 20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일을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한다.

 

빈곤층 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다. 국제 금융 허브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빈곤층 인구는 138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높은 물가 대비 낮은 소득으로 재정적 압박에 못 이겨 초과 근무를 한다.

 

이밖에도 회사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자발적 초과 근무를 하고 있는 악습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직원들은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초과 근무를 자처하는데, 직원의 보상 심리가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좌절감과 스트레스가 되는 악순환이 된다.

 

HKCTU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로 인한 직원에 대한 고용주의 불공평한 대우도 지적했다. 2008년에서 2018년까지 신입 및 중급 직원들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0.7%인 반면 1인당 GDP는 매년 2%씩 증가했다. 이는 직원들의 기여도만큼 임금이 인상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HKCTU의 통계에 따르면,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직, 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 등 근로자 수가 작년 79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체 노동 인구의 22%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규직보다 실직, 저소득, 부당 노동 및 노동 보호 부족 등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와의 협상력이 부족해지면서 회사의 착취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과로는 개인에게 뿐 아니라 대중교통 등과 같은 부문에서는 공공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익명의 버스 운전사는 오전 5시부터 매일 10시간 이상 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운전사들은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초과 근무를 자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시간 운전은 운전자의 집중력 저하시켜 운전과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기적 과로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2017년 홍콩공회연합회(HKFTU)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7.4%가 업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요 스트레스 원인으로 긴 근로시간을 꼽았다. 2013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자 수가 635명에 달했다. 심장병, 뇌 질환으로 사망한 자가 각각 362명과 120명으로 가장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장에서 부상 또는 사망하는 산재와 달리 과로와 관련된 질병은 보상받기가 매우 어렵다.


근로자 산재 보상 조례에서는 ‘과로로 인한 사망’에 대한 법적 정의와 보상에 대한 고용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과로 또는 업무적 스트레스가 정신, 감정,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학적 증거 또는 국제적 기준이 없어 규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복잡한 개인사, 가족사, 업무 관련 요소가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 연합회들과 의원들은 정부에게 주당 44시간 표준 근로시간을 시행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11개 산업의 표준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것을 약속했을 뿐이다. HKCTU는 “가이드라인은 지침일 뿐 법적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고용주가 준수하지 않는다 해도 어떠한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며 인간은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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