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용꿈이 깨는 날

 

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moskvanews.kim@gmail.com

 

반기문이 12일 귀국 일성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반기문은 이전까지 한번도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지만 동시에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명시적으로 밝힌 바도 없었다.

 

이도저도 아닌 ‘반반(半半•潘半)스타일’ 덕분인지 그는 유엔사무종장 재임 시에 여야 한국정치권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 왔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한국에서 실시되곤 했던 대통령후보자 지지여론조사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1위를 차지해왔다. 많은 사람들은 만일 작년 10월에 한국에서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에 이어진 촛불시위가 발화되지 않았다면 반기문이 무난히 여권의 대통령후보로 영입되었을 것이고 당선가능성도 매우 높았으리라고 예측해왔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들의 민주주의회복에 대한 요구를 폭발적으로 촉발하였다. 그리고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불어 닥쳐 기존의 한국정치구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반기문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정치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는 ‘친미’와 ‘친박’이라는 두 날개를 달고 국민대중의 지지라는 바람을 타고 비교적 쉽게 유엔에서 청와대로 곧바로 날아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졌다고 믿었던 두 날개 중 친박으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크게 꺾였다. 그리고 다른 쪽 날개인 미국이라는 배경도 한국에서 이어지는 촛불시위, 그리고 트럼프 당선과 함께 반기문에 대한 기대를 접고 등을 돌린게 아니냐는 조짐이 보인다. 반기문의 금의환향(?)에 마치 찬물을 끼얹듯 귀국 직전 뉴욕 법원이 반기문의 친동생과 조카를 뇌물사기죄로 기소한 사실은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인 것일까.

 

그 동안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위명(威名)에 눈이 멀어 반기문에 대해 묻지마 식 지지를 보내오던 적지 않은 한국민들도 반기문이 사무총장 재임 시에 세계평화를 위해서건 한반도의 화해와 안녕을 위해서건 거의 역할을 한 것이 없었다는 것을 국내외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깨달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부독재시절 미국에 체류해 있던 김대중대통령의 동향을 살피고 보고한 사실, 한일간에 위안부문제 합의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환영한 사실.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적극 찬성한 사실 등을 통해서 반기문의 실체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반기문은 이른바 ‘기름장어’라는 별칭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유신시대에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군부독재시대와 민주정부시대에 구애 받지 않고 한결같이 양지만을 밟으면서 외무관료로서 출세가도를 꾸준히 달려왔다.

 

물론 이런 삶의 궤적(軌跡)은 한국의 일반 고위관료들이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상관없이 어떤 성격의 정부에서나 잘 적응하고 살아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반기문만을 특별히 탓할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반기문은 타고난 운이 좋아 노무현정부와 한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는 유엔의 수장이 된 다음에도 미국 등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당면한 한반도 문제와 산적했던 국제 문제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자기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한 채 자리만 보전하다가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이렇듯이 반기문은 지난 70평생을 자신의 주관과 원칙이 없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양지만을 밟으며 큰 탈 없는 관료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지금 큰 국난에 빠져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에서 시급히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만한 정치사회적 역량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은 그가 의지해 왔던 친박과 친미라는 양 날개가 꺾였고, 국민의 지지라는 바람도 잦아드는 형국에 처해 있다. 그런 그가 지금껏 맞닥뜨려보지 못한 대통령선거라는 거칠고 험한 바다를 헤치고 나갈만한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필자는 반기문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한국의 여야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눈치를 살피며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행보를 반복하다가 제풀에 꺾여서 꾸어오던 허망한 용꿈을 깨게 될 날이 그리 머지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Secretary-General Ban Ki-moon honours the tradition of rubbing the nose on a statue of Abraham Lincoln, sixteen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while visiting his tomb at Oak Ridge Cemetery in Springfield, Illinoi.jpg

지난해 12월 링컨 동상의 코를 만지며 행운을 비는 반기문 총장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원일의 모스크바뉴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kwil

 


  • 대답해 드리지요 스님 file

    소신공양한 정원스님을 위한 추모시   by 송경동시인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짓밟히고 끌려가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저- 고공 농성장 아래에서 피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박근혜라는, 권력이라는, 재벌이라는, 특권...

    대답해 드리지요 스님
  • 박근혜는 여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file

    대한민국 여성들을 모욕한 그녀   뉴스로=앤드류 임 칼럼니스트 andrewhjlim@gmail.com     30여년 전 내 누이는 모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부장까지 승진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해서도 한동안 그 기업에서 간부로 일했다. 영어가 매우 뛰어났고 영...

    박근혜는 여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 [뒷북칼럼]‘홍콩한국국제학교’ 각종 횡령과 비리…누가 그래쓰까?

    홍콩 교민사회는 지난해에 불거진 홍콩한국국제학교(Korean International School, 이하 KIS) 운영과 각종 비리 문제 등으로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한국 교육부 감사 결과, KIS(한국과정)는 ▲정관 변경 및 임원 승인 처리(2008년...

    [뒷북칼럼]‘홍콩한국국제학교’ 각종 횡령과 비리…누가 그래쓰까?
  • 상부 명령과 양심 명령 사이에 끼일때 file

    신변 안전 택하는 공무원 많은 나라, 앞날이 어둡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명령 복종과 인간애 세계제 2차전이 한창이던 1840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리트아니아의 일본 영사관 앞에는 유대인들이 대거 집합했습니다. 한달 후면 ...

    상부 명령과 양심 명령 사이에 끼일때
  • “박 대통령은 어쩌자고 최순실을…” file

    [이민생활이야기] 잠 안 오는 요즘에 드는 생각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올해 정초 우리 두 늙은이는 코코비치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그곳서 큰 아들과 만나 낚시터에 도착하여 구름 속으로 지는 해를 종종 바라보며 낚시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1974년...

    “박 대통령은 어쩌자고 최순실을…”
  • "사드로 북핵 못 막아, 평화체제 구축이 정답";

    [시류청론] 미사일 세계 권위자 포스톨 교수, 한국 정부에 권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작년 8월초 북한이 주일 미군 사드 기지에서 가까운 서부 일본 동해 해상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노동미사일 화성 7호(최대 사거리 1300km) 2발을 발사했다. 그...

    "사드로 북핵 못 막아, 평화체제 구축이 정답";
  •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file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1960년대 한국에서는 대학을 가리켜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자식에게 대학교육을 시킨데서 유래한 말이다.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여 ‘상아탑’이라는 귀한 이름을 붙이던 대학교육...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 두날개 잃은 반기문의 한국대선 도전 file

    허망한 용꿈이 깨는 날   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moskvanews.kim@gmail.com   반기문이 12일 귀국 일성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반기문은 이전까지 한번도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지만 동시에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명시적으...

    두날개 잃은 반기문의 한국대선 도전
  • 발가벗을 각오 하셨나요? file

    반총장의 걱정되는 ‘환향’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반기문(潘基文)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마침내 12일 환향((還鄕)합니다. 제가 반 전 총장을 처음 본 것은 2005년 외교부장관 시절 뉴욕 총영사관에서였습니다. 워낙 많은 동포 인사들이 자리...

    발가벗을 각오 하셨나요?
  •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2) file

    [2017년 전망] 트럼프의 '6% 성장 공약' 달성 가능성 희박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이제 미국 경제의 전망을 짚어보자. 억세게 운 좋은 트럼프: 지난 2016년은 미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억세게 운 좋은 해였다. 다음 4가지 이유...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2)
  • 크리스마스 때 간 친구의 죽음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소설가     2016, 성탄절은 즐거웠다. 사랑을 원 없이 받았고 사랑을 원 없이 줬다.   성탄절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따르릉 따르릉. 상쾌하게 울리는 벨소리. 웬 반가운 까치가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올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

    크리스마스 때 간 친구의 죽음
  • 한일장관 무서명 위안부합의 파기당연 file

    천인공노할 아베정권 '원혼의 바람' 불것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가해국 일본 아베 총리가 부산 소녀상이 부산 총영사관 앞에 세워지자마자 때를 기다려 지난 9일 주한 일본대사와 주한 일본 총영사를 소환하고 일제 피해국 한국 ...

    한일장관 무서명 위안부합의 파기당연
  • 작은 정성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잘못 놓인 돌 하나 바로 놓아도 이웃에 큰 이득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제가 오래 전에 대전에 3년간 사는 동안 반가운 손님 한사람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진해에서 찾아온 50대 중반의 손님은 옷차림이나 품위가 어엿한 ...

    작은 정성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 언론.출판 길들이려는 독재의 망령

    [필화 70년: 12회] 헌법학자 한태연 저서에 '사사오입 부당'…'국론 분열' 씌워 발매중지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민족문제연구소장) = 세상은 '나도 한때는' 정의의 편에 섰던 사람들에 의하여 한걸음 전진하다가 그런 사람들의 변절로 두 발짝 후퇴한다. 역사...

    언론.출판 길들이려는 독재의 망령
  • 한국의 김영란법은 성공할 것인가 file

    [이민생활이야기] 성공의 열쇠는 자조정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한국에서 지난해 9월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병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인간은 태어나 백일이면 백일잔치를 벌인다. 그 유래가 옛...

    한국의 김영란법은 성공할 것인가
  • ‘소신공양’ 정원스님 누구인가 file

    “인연있는 사람들이여 행복하라!”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민중을 기만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이명박근혜 무리들을 하늘과 인간 땅이 그냥 두고보지 않을것이다.”   정의와 양심을 외치는 투사의 사자후(獅子吼)가 아닙니다. 불가에 귀의한...

    ‘소신공양’ 정원스님 누구인가
  • 천만 촛불혁명, 주권자 혁명으로 승화시키자

    [시류청론]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남아공 등 선진 민주국 모델 따라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연인원 천만의 시민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이 갈망하던 정유라의 체포소식은 2017년을 맞이하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새해 첫 선물이 아닐 ...

    천만 촛불혁명, 주권자 혁명으로 승화시키자
  • 청기와기자들아, 부른다고 냉큼 가냐? file

    새해벽두 박근혜 궤변간담회 유감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말이 씨가 된다더니 ‘병신년 병신년’ 했다가 된 통 당한 2016년이었다. 정신나간 여편네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적극 도운 대통령도, 정치권의 부패한 부역(附逆)세력도, 한심무지렁이 ...

    청기와기자들아, 부른다고 냉큼 가냐?
  • 북미수교가 해법이다 file

    정유년 새해 소망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kkiam1@gmail.com         1117, 1177, 1237, 1297, 1357, 1417, 1477, 1537, 1597, 1657, 1717, 1777, 1837. 1897, 1957, 2017, 2077 등의 숫자는 60년마다 돌아오는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의 서력 연도이다. 이 ...

    북미수교가 해법이다
  •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1)

    [2017년 전망] ‘성장 우선’에서 ‘복지 우선’ 정책으로 바꾸어야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우선 존경하는 독자들께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무척 힘들고 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었다. 과연 2017년은 좀 더 평...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