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한 정원스님을 위한 추모시

 

by 송경동시인

 

 

15940551_1325562350837351_1840009139682503971_n - Copy.jpg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짓밟히고 끌려가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저- 고공 농성장 아래에서 피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박근혜라는, 권력이라는, 재벌이라는, 특권과 비리와 야합과 부당함과 불공정함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을 위해,

얼굴과 당의 이름만 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기준과 윤리를 세우고 싶어 이 광장에 나왔다.

우리 모두가 그러지 않았느냐고 정원스님이 묻고 있다.

 

야망과 폭력의 근대화, 이제 그만 결별하기 위해 나왔다.

친일, 친미, 저- 제국주의 폭력의 잔재, 분단의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해,

구시대의 정치세력들과 안녕하기 위해,

피눈물의 5.18을 넘어서기 위해,

미완의 87년 체제를 이제 그만 훌쩍 뛰어넘기 위해 우리 모두와 함께 나왔다.

박근혜만 바꾸자고 나온게 아니라 그렇게 세상 전체를 바꾸자고 나온게 아니냐고 정원스님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묻고 있다.

 

이미 세상이 아니었다. 1만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1,100만 비정규직 시대,

정리해고 천국,

F세대들의 헬조선,

흙수저들의 비참한 사회,

개, 돼지들의 나라,

수많은 민중들이 알아서 생을 반납해야하는 자살 공화국,

일할수록 가난해 지고 평생을 일해도 집하나 가질 수 없는 부동산 투기공화국,

재벌일가족과 거기 빌붙은 소수들만 천국인 사회,

이런 세상을 만들라고 우리가 언제 정치인들에게, 국회에, 정부에, 검찰에, 법원에, 헌법재판소에 우리 모두의 권리인 주권을 위임했는가.

아니지 않느냐고 정원스님이 그런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박근헤와 황교안과 공범 부역자들이 즉각 구속되어야 한다.

박근혜표 불공정, 불평등, 전면 폐기되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입법들이 즉각 통과되어야 한다. 모든 공작정치, 공안탄압, 진실규명,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독점권력, 영원히 세습되는 재벌들이 해체되고 구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광장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이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권자들의 행복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정원스님이 오늘, 지금 우리에게 약속해 달라고 한다.

 

오늘 만큼은 스님께 이제 남은 일은 우리에게 다 맡기시고 저 하늘로 잘 돌아가시라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한목소리로 대답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의 사랑과 염원을 담아,

천만 촛불의 결의를 모아 정원 스님께 대답해 드리자.

 

걱정 마십시오. 스님.

고맙습니다. 스님.

사랑합니다. 스님.

잊지 않겠습니다. 스님.

 

진실이 이깁니다.

촛불이 이깁니다.

광장이 이깁니다.

우리가 주인입니다.

민주주의가 이깁니다.

 

* 송경동시인(50)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태어났다.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고 용산참사 때 구속된 철거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정진우와 2011년 11월 15일 대한민국 행정부에 구속 수감되었다. ‘거리의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은 지난해 12월 제15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2011년 제6회 김진균상 2011년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으로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www.newsroh.com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대답해 드리지요 스님 file

    소신공양한 정원스님을 위한 추모시   by 송경동시인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짓밟히고 끌려가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저- 고공 농성장 아래에서 피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박근혜라는, 권력이라는, 재벌이라는, 특권...

    대답해 드리지요 스님
  • 박근혜는 여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file

    대한민국 여성들을 모욕한 그녀   뉴스로=앤드류 임 칼럼니스트 andrewhjlim@gmail.com     30여년 전 내 누이는 모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부장까지 승진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해서도 한동안 그 기업에서 간부로 일했다. 영어가 매우 뛰어났고 영...

    박근혜는 여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 [뒷북칼럼]‘홍콩한국국제학교’ 각종 횡령과 비리…누가 그래쓰까?

    홍콩 교민사회는 지난해에 불거진 홍콩한국국제학교(Korean International School, 이하 KIS) 운영과 각종 비리 문제 등으로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한국 교육부 감사 결과, KIS(한국과정)는 ▲정관 변경 및 임원 승인 처리(2008년...

    [뒷북칼럼]‘홍콩한국국제학교’ 각종 횡령과 비리…누가 그래쓰까?
  • 상부 명령과 양심 명령 사이에 끼일때 file

    신변 안전 택하는 공무원 많은 나라, 앞날이 어둡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명령 복종과 인간애 세계제 2차전이 한창이던 1840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리트아니아의 일본 영사관 앞에는 유대인들이 대거 집합했습니다. 한달 후면 ...

    상부 명령과 양심 명령 사이에 끼일때
  • “박 대통령은 어쩌자고 최순실을…” file

    [이민생활이야기] 잠 안 오는 요즘에 드는 생각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올해 정초 우리 두 늙은이는 코코비치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그곳서 큰 아들과 만나 낚시터에 도착하여 구름 속으로 지는 해를 종종 바라보며 낚시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1974년...

    “박 대통령은 어쩌자고 최순실을…”
  • "사드로 북핵 못 막아, 평화체제 구축이 정답";

    [시류청론] 미사일 세계 권위자 포스톨 교수, 한국 정부에 권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작년 8월초 북한이 주일 미군 사드 기지에서 가까운 서부 일본 동해 해상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노동미사일 화성 7호(최대 사거리 1300km) 2발을 발사했다. 그...

    "사드로 북핵 못 막아, 평화체제 구축이 정답";
  •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file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1960년대 한국에서는 대학을 가리켜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자식에게 대학교육을 시킨데서 유래한 말이다.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여 ‘상아탑’이라는 귀한 이름을 붙이던 대학교육...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 두날개 잃은 반기문의 한국대선 도전 file

    허망한 용꿈이 깨는 날   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moskvanews.kim@gmail.com   반기문이 12일 귀국 일성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반기문은 이전까지 한번도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지만 동시에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명시적으...

    두날개 잃은 반기문의 한국대선 도전
  • 발가벗을 각오 하셨나요? file

    반총장의 걱정되는 ‘환향’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반기문(潘基文)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마침내 12일 환향((還鄕)합니다. 제가 반 전 총장을 처음 본 것은 2005년 외교부장관 시절 뉴욕 총영사관에서였습니다. 워낙 많은 동포 인사들이 자리...

    발가벗을 각오 하셨나요?
  •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2) file

    [2017년 전망] 트럼프의 '6% 성장 공약' 달성 가능성 희박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이제 미국 경제의 전망을 짚어보자. 억세게 운 좋은 트럼프: 지난 2016년은 미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억세게 운 좋은 해였다. 다음 4가지 이유...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2)
  • 크리스마스 때 간 친구의 죽음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소설가     2016, 성탄절은 즐거웠다. 사랑을 원 없이 받았고 사랑을 원 없이 줬다.   성탄절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따르릉 따르릉. 상쾌하게 울리는 벨소리. 웬 반가운 까치가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올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

    크리스마스 때 간 친구의 죽음
  • 한일장관 무서명 위안부합의 파기당연 file

    천인공노할 아베정권 '원혼의 바람' 불것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가해국 일본 아베 총리가 부산 소녀상이 부산 총영사관 앞에 세워지자마자 때를 기다려 지난 9일 주한 일본대사와 주한 일본 총영사를 소환하고 일제 피해국 한국 ...

    한일장관 무서명 위안부합의 파기당연
  • 작은 정성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잘못 놓인 돌 하나 바로 놓아도 이웃에 큰 이득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제가 오래 전에 대전에 3년간 사는 동안 반가운 손님 한사람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진해에서 찾아온 50대 중반의 손님은 옷차림이나 품위가 어엿한 ...

    작은 정성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 언론.출판 길들이려는 독재의 망령

    [필화 70년: 12회] 헌법학자 한태연 저서에 '사사오입 부당'…'국론 분열' 씌워 발매중지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민족문제연구소장) = 세상은 '나도 한때는' 정의의 편에 섰던 사람들에 의하여 한걸음 전진하다가 그런 사람들의 변절로 두 발짝 후퇴한다. 역사...

    언론.출판 길들이려는 독재의 망령
  • 한국의 김영란법은 성공할 것인가 file

    [이민생활이야기] 성공의 열쇠는 자조정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한국에서 지난해 9월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병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인간은 태어나 백일이면 백일잔치를 벌인다. 그 유래가 옛...

    한국의 김영란법은 성공할 것인가
  • ‘소신공양’ 정원스님 누구인가 file

    “인연있는 사람들이여 행복하라!”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민중을 기만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이명박근혜 무리들을 하늘과 인간 땅이 그냥 두고보지 않을것이다.”   정의와 양심을 외치는 투사의 사자후(獅子吼)가 아닙니다. 불가에 귀의한...

    ‘소신공양’ 정원스님 누구인가
  • 천만 촛불혁명, 주권자 혁명으로 승화시키자

    [시류청론]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남아공 등 선진 민주국 모델 따라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연인원 천만의 시민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이 갈망하던 정유라의 체포소식은 2017년을 맞이하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새해 첫 선물이 아닐 ...

    천만 촛불혁명, 주권자 혁명으로 승화시키자
  • 청기와기자들아, 부른다고 냉큼 가냐? file

    새해벽두 박근혜 궤변간담회 유감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말이 씨가 된다더니 ‘병신년 병신년’ 했다가 된 통 당한 2016년이었다. 정신나간 여편네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적극 도운 대통령도, 정치권의 부패한 부역(附逆)세력도, 한심무지렁이 ...

    청기와기자들아, 부른다고 냉큼 가냐?
  • 북미수교가 해법이다 file

    정유년 새해 소망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kkiam1@gmail.com         1117, 1177, 1237, 1297, 1357, 1417, 1477, 1537, 1597, 1657, 1717, 1777, 1837. 1897, 1957, 2017, 2077 등의 숫자는 60년마다 돌아오는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의 서력 연도이다. 이 ...

    북미수교가 해법이다
  •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1)

    [2017년 전망] ‘성장 우선’에서 ‘복지 우선’ 정책으로 바꾸어야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우선 존경하는 독자들께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무척 힘들고 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었다. 과연 2017년은 좀 더 평...

    한국에 기본소득, 미국에 트럼프의 럭비공(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