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8)

잠자는 유라시아의 코털 건드리기

 

 

Ne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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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몸은 언제나 천근만근이나 되었다. 그러나 천근만근도 보다도 무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눈꺼풀이다. 아침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일은 올림픽 역도경기의 인상, 용상 경기를 치르듯이 곤욕을 치르곤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소화도 시키기 전에 길을 나선다. 한 4km 정도 걸으며 예열을 시키고 나면 이제 몸은 그 무게를 덜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게를 덜어낸들 하루 40여km를 달리는 일은 막장일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무게를 덜어낸 몸으로 한참을 달리다보면 나의 몸과 마음은 용광로처럼 들끓는다. 그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금을 캐듯 달리며 사람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평화의 마음을 캐내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이겠다.

 

이제 길 떠난 지 4달이 지났고 4,000여km를 지나고 여덟 나라 째 달리고 있다. 사실 이 여정은 내게 첫사랑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준비된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사랑은 어느 순간 벼락처럼 떨어져 내린다. 느닷없이 들이닥쳐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사랑은 그 어떤 두려움도 벗어던지게 하는 마약성이 강한 것이다. 한번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유라시아를 만나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상사병(相思病)에 빠져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나는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진 사랑의 화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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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명명하며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내던 길을 달리며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자연과 인간과 질펀하게 사랑과 교감을 나누며 꿈인들 온 인류가 소통하고 화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명세계를 그리는 일은 나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나는 우리가 밤일 때 낮인 곳으로 단숨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리고는 그 옛날 이곳의 사람들이 막연히 꿈꾸고 상상하고 이곳이 밤일 때 낮인 곳을 향하여 그 꿈을 꾸며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끝없이 달려가고 있다.

 

힘들게 일해도 언제나 가난한 광부들은 그들이 캐낸 철이 무기가 되어 생명을 앗아가게 되는 줄 모른다. 나는 소위 4대 강국이 무기를 팔지 않아도 아직 경제대국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무기를 팔기 위해서 긴장(緊張)을 조장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최고의 무기 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순이다. 새해 첫 마디가 저주의 말이 되어서 나로서도 참 안타깝지만 새해에는 무기상들이 다 망하기를 바란다. 이들 나라의 무기 공장이 다 문을 닫으면 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르니 중국에는 공장이 많으니 놓아두고 미국과 러시아에 의류공장이나 식료품 공장 지어주기 모금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세계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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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해가 밝았다. 개는 냄새로 공부를 하며 세상을 읽고 나는 발로 밟으며 그 대지 위에 진한 땀을 떨구어내며 지식의 폭을 넓히며 세상을 알아가며 사랑을 키워간다. 땀은 자신을 태우고 떨어지는 촛농처럼 자신을 태우며 떨어져 내면을 비춘다. 땀을 흘릴 때 인간은 가장 밝고 깨끗하게 된다. 달리면 감각의 모공(毛孔)은 활짝 열리고 작은 유혹에도 흔쾌히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다. 그런 나는 아주 허접한 아름다움에도 영혼을 빼앗기곤 한다. 그 어떤 자극에도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된 바쁜 도시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연말연시를 로마, 그리스 시대에 이미 조성된 흑해연안의 오랜 도시인 삼순, 윤예, 오르두, 기레순 같은 도시를 달리고 있다. 휴양도시이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어제는 달리다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 지리 선생님 세 분이 학생 하나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그룹을 만나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오늘은 길얄리라는 작은 마을 초등학교를 지나다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아이들다운 호기심으로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해 내가 달리는 이야기를 설명해주었다. 그 중 한 명의 어린아이가 영어실력을 뽐내며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통역을 한다.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2017년 마지막 날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 한 바퀴 평화대장정 퍼포먼스를 펼쳤던 기억은 아마도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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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 성경에는 인간들이 신의 힘에 도전하기 위하여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는다. 하나님은 노하여 이를 무너뜨린다. 무너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언어를 수백으로 나뉘게 하여 소통을 금했다. 대화와 소통은 하나님도 두려워할 만큼 놀라운 힘이 있다. 그 가공할 힘으로 우리는 평화를 지켜내면 된다. 사드도 필요 없고 핵무기도 필요 없다. 한동안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지 못 할 줄 알았다. 바둑을 이긴 인공지능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통역을 해준다. 좋은 번역 앱을 깔면 외국인들과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오는 것을 이번 여정(旅程)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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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은 인류 역사 이래 언제나 세계사의 주축(主軸)이었지만 중세 암흑시대 이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거대하며 다양한 문화를 품은 유라시아 대륙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 인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이다. 내가 꿈꾸는 변화는 격랑의 소용돌이가 아닌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롭게 소통하며 교류하는 역동적인 변화일 것이다.

 

나는 이 잠자는 거대한 대륙의 코털을 달리면서 건드려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다. 그것이면 된다. 잠에서 깨어난 대륙은 바로 방향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 많은 국가들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역동적이며 성공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진정한 광복의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지 못하고는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 사회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분단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지병과 같은 것이다. 지병을 치료하지 않고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 하는 것과 같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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