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20180103_164403.jpg

 

 

육지로부터 뻗은 산줄기가 바다로 뻗어나간 곶과 바다가 육지로 파고든 만이 끝없이 반복되며 터키의 국기의 초승달 모양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매혹적인 곡선이 만들어낸 해변 흑해연안을 원 없이 달려본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긴 한다. 내가 사랑에 마음 졸여할 줄 안다. 푸른 물결을 사랑하고 그 물결이 파도가 되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면 나도 이빨을 드러내고 환성을 지르고 싶기도 하다. 달리며 큰 호흡을 하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면 무엇인가 꽉 차오르는 충만함을 가진다.

 

달리며 왼쪽을 바라보면 바다풍경은 유화(油畫)처럼 색상이 또렷하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구름이 산허리에 걸친 산맥의 모습이 수묵화(水墨畫)의 농담(濃淡)처럼 아련하다. 흑해연안은 터키의 면적 1/6을 차지하는 산악지대이기도 하다. 태백산맥처럼 거친 산맥이 계속 이어진다. 산꼭대기, 산비탈에도 비탈진 삶들은 이어지고, 꾸밈없는 작은 삶의 풍경이 파도처럼 고랑진 얼굴에 웃음처럼 펼쳐진다. 그 옛날 산적들이 많아 산적들의 출몰을 감시하기 위해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달과 별과 친구하기 좋아서인지 신과 가까워 기도하기 좋아서인지 이렇게 치안이 좋은 오늘날에도 내려올 줄 모르고 대를 이어서 살고 있다.

 

 

20180104_085220.jpg

 

 

흑해연안을 달려서 가는 남자와 운전을 하고 가는 남자는 하루 이동하는 거리가 같아서 그런지 흑해를 사랑하는 마음도 같다. 달려서 가는 남자는 내성적이라 흑해에 발을 담그기는커녕,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데, 운전을 하고 가는 남자는 오는 날부터 차도르 속 이슬람 여인의 속살처럼 그 깊고 은근한 물에 손을 씻고 발을 담그더니 며칠 전에 날씨가 25도까지 올라간 날은 밤이슬을 맞고 나가더니 아예 몸을 담갔다고 한다,

 

내 사랑은 언제나 이런 것이었다. 늘 멀리서 바라보며 애태우며 가슴앓이만 한다. 가슴에 담아둔 사랑은 오래간다. 난 아직도 첫사랑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이 변하여 유라시아도 되고, 평화통일도 되고, 마라톤도 되고, 흑해도 되고, 이국의 낯선 여인도 되고 글쓰기도 되어 내게 끝없는 영감과 열정과 도전정신을 선사해주었으니 뭐 그리 억울할 것도 없다. 덕분에 나는 깊은 슬픔과 고뇌와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영혼의 노래를 부를 줄 알게 되었다. 절절한 아픔이 양념이 잘 배어난 묵은지처럼 곰삭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나는 나의 이런 사랑 법을 이제 와서 바꿀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송교수님이 나의 마라톤 지원차량을 운전하러 와서 나의 사랑 흑해를 나보다 더 사랑하여 운전보다는 흑해와 사랑에 빠져있는 것은 불만이지만 그동안 혼자 달리느라 가슴이 휑했는데 운전도 해주고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쉴 새 없이 말을 붙어주어 고맙기도 하고 피곤할 때는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리다 그래도 아니면 말을 끊기도 한다. 지나가다 흑해의 전경이 바라다 보이는 리조트 호텔이 보여 송교수님이 방 하나에 2만4천원에 깎아서 들어갔다. 그는 어디를 가던 바다가 바라보이는 방을 달라고 요구한다.

 

 

26169768_1491678594263743_51442324083465971_n.jpg

 

 

우리는 전망이 좋은 호텔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맥주도 한잔 시켰다. 흑해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입은 먹느라 마시느라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음식물과 맥주는 밀물처럼 안으로 흘러들었고 생각과 말은 썰물처럼 밖으로 나왔다. 가끔 들어가는 음식물과 나가는 말이 입안에서 충돌을 일으켜 밖으로 튕겨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송교수님은 전화기를 잡고 트라브존 주지사 면담과 방송국 인터뷰를 성사시키려 여기저기 전화를 거느라 분주하다. 그는 정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아이와 같다.

 

마라톤에서는 사랑처럼 한 걸음도 빼먹거나 건너뛸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뛰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뛰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다. 머나먼 여행길에 도반(道伴)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은 덜어진다. 가슴의 주파수만 맞추면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람들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지금 난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은 전투기처럼 전투력이 살아난다.

 

남자의 향기는 한 여자에게 바치는 지고지순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할 때 나는 향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의 향기는 땀 냄새 푹푹 풍기는 비릿한 물 좋은 생선 같은 역동적인 냄새이다. 그것은 후각적인 냄새와는 다른 것이다. 남자에게서는 마음으로 통하는 향기가 날 때가 있다. 믿음직한 냄새! 신뢰가 가는 냄새가 있다. 금방 식상하지 않고 아련하게 취해가는 아로마 향기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남자의 향기는 살만큼 살아서 세월이 덧입혀져야 제 향이 나는지도 모른다.

 

 

20180104_162011.jpg

 

 

지금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이고 가장 소프트웨어적인 것은 사람이다. 사람 중에서도 나, 내가 가장 나다울 때 더 넓고 큰 인연을 만나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런 일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맛과 색깔 그리고 향기를 갖는 것은 타인을 발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과 타자가 서로의 향기에 취해서 소통을 할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연말연시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시간을 할애해서 먼길 달려와서 힘들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후배의 짜증까지 잘 받아주는 송교수님께 이글을 통해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 사랑의 고백도 할 줄 몰라 짝사랑으로 세월을 낭비하던 사람은 감사인사도 직접 전하지 못해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20180104_043751.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1. 20180103_164403.jpg (File Size:99.1KB/Download:18)
  2. 20180104_043751.jpg (File Size:141.6KB/Download:21)
  3. 20180104_085220.jpg (File Size:112.5KB/Download:21)
  4. 20180104_162011.jpg (File Size:183.5KB/Download:22)
  5. 26169768_1491678594263743_51442324083465971_n.jpg (File Size:52.6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록키 산맥 빙하에서

    록키 산맥 빙하에서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즉석 밸런타인 위스키 온 더 빙하 록을 입에 가져갑니다. 아득히 먼 옛날, 한 인간을 위해 그 눈발은 내렸고 천 년의 날들을 잠잠히 빙하가 되어 기다렸군요. 우주의 흐름 속에서 먼 훗날 내 몸은 무엇으로 태...

    록키 산맥 빙하에서
  • 한파속 뉴욕댐의 위용 file

    뉴크로톤 댐을 가다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폭설에 이어 초강력 한파(寒波)가 덮인 지난 주말은 많은 이들에게 악몽(惡夢)이었습니다. 항공기 결항에 동상환자가 속출하고 보일러가 터지는 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파와 눈보라로 ...

    한파속 뉴욕댐의 위용
  • 두 남자의 흑해 사랑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육지로부터 뻗은 산줄기가 바다로 뻗어나간 곶과 바다가 육지로 파고든 만이 끝없이 반복되며 터키의 국기의 초승달 모양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매혹적인 곡선이 만들어낸 해변 흑해연...

    두 남자의 흑해 사랑
  • 적폐청산의 걸음을 멈추지 맙시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나무들 부딪치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게 하며, 그리도 무섭게 쏟아지던 눈이 그쳤습니다.   드라이브 웨이를 가득 뒤덮은 눈을 치우고 맞이한 새날 아침은, 이리도 포근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해방이후, 그리도 무섭게 ...

    적폐청산의 걸음을 멈추지 맙시다
  • 소록도에서도 일본군의 만행이.. file

    2차 조국순례이야기 천형(天刑)의 섬 낙원의 섬 소록도(2)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이분들과 벤치에 앉아 그분들이 살아 온 소설 같은 인생 역경(逆境)을 들었다. 외로웠던 것일까 그분들은 일단 말문이 트이자 이른 아침임에도 쉴 새 없이 이야기를 ...

    소록도에서도 일본군의 만행이..
  • 겨울 기도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말 하는 사람 목사로 살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목사라는 말은 설교자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수도 없이 설교를 해야 하는 직업이기 ...

    겨울 기도
  • 팩트폭력? 진실폭격!

    팩트폭력? 진실폭격!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지금으로부터 10년전, 가짜 목사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대학 학력은 물론 신학대학과 대학원 졸업장, 목사 안수증까지 위조했던 그는 수년간 지역 교계 지도자로 활동해 큰 충격을 줬다....

    팩트폭력? 진실폭격!
  • “새해엔 무기상들이 다 망하길”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8) 잠자는 유라시아의 코털 건드리기     Ne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피곤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몸은 언제나 천근만근이나 되었다. 그러나 천근만근도 보다도 무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눈꺼풀이다. 아침마다 ...

    “새해엔 무기상들이 다 망하길”
  • “게임은 끝났다!”… 김정은, 이젠 화해의 손짓

    궁지에 몰린 트럼프, 어떤 반응 보일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 미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

    “게임은 끝났다!”… 김정은, 이젠 화해의 손짓
  • 콘왕산의 새해 해맞이 file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새해 첫 아침 좋은 꿈 꾸셨나요?   해는 매양 뜨는 것이지만 그래도 새해 첫날 첫 해를 보려는 마음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 때문이겠지요. 전날 TV를 통해 타임스퀘어 신년맞이 행사를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어요..100년만에 최강 한...

    콘왕산의 새해 해맞이
  •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3편

        ■ 홍천 장자터 전설   옛날 홍천군 철종을 지나 인제를 못 가서 장자터라는 곳이 있었고 그 앞에는 내봉산에서 흘러내려가는 물이 있었다. 인제 신남 넘어가는 고개에서 내려오는 물이 닿는 곳이 고양이 형국이었는데 건너편에는 바로 쥐산이 있었다.   장자터가 곳...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3편
  •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file

    새해는 남북이 만나자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2015년 8.15에 통일조국의 우리 겨레글과 로마자 국호를 ‘고리-Gori’로 제언한 [고리-Gori통신:15-2]를 2015년 8월 16일 보냈다. 그게 마지막 통신이었다. 그런데 12월28일에 쓴 [고리-Gori 통신:15-3] 끝에...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 우리안의 이슬람편견 걷어내자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7)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터키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을까, 없을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며 불빛을 휘황찬란하게 꾸며 송구영신(送舊迎新)을 ...

    우리안의 이슬람편견 걷어내자
  • 새해는 '개띠 해' 무술년 file

    [생활칼럼] 6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개띠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2018년은 60년에 한번 돌아오는 육십갑자 중 35번째 해이자 12띠 중 열 한 번째 띠로 술년생(戌年生)을 가리킨다. 십이지는 자(子, 쥐)·축(丑,소)·인(寅,호랑이)·묘(卯,토끼)·진(辰,용)·...

  • 주인 의식 가득한 업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생활칼럼] 개인적 복리보다 회사 건강이 더 귀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한 건축회사의 직원이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일을 잘하였고 매우 오랫 동안 근무를 한 직원이었기 때문에 사장은 매우 아쉬워 했습니다. 회...

    주인 의식 가득한 업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 조기지원 결과에는 결정 유예도 포함

    [교육칼럼] 합격이나 불합격을 미룬 상태, 정시 지원에서 재심사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기 지원으로 지원한 학생들이 합격 결정을 알리는 통지를 받게될 것입니다.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 혹은 얼리 액션(...

    조기지원 결과에는 결정 유예도 포함
  • 재난 속에서 생존, ‘경험’에서 배운다

    [생활칼럼] 생존자와 전문가가 정리한 재난 생존법  ▲ 재난은 예기치 않게 닥치는 것이지만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이 재난에 대처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올랜도 중앙 고속도로에서 한 자동차가 뒤집혀져 있는 모습. <코리아위클리 자료사진>   (올랜도) 최정...

    재난 속에서 생존, ‘경험’에서 배운다
  • 다시 돌아 보는 마이너리티의 삶 file

    마이너리그 견딘 추신수를 다시 생각한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내 나이 60세때 일이다. 이민 와서 중노동에 찌든 몸과 정신적 고통을 술과 담배로 달랬다. 술과 담배도 그나마 조금 먹고 살만하니까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해로운 것...

    다시 돌아 보는 마이너리티의 삶
  •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내다. 올해의 사자성어다.   해마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전국의 교수 1천명 중 340명이 파사현...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 스님과 너구리 file

    Newsroh= 노창현 칼럼니스트         너구리는 영어로 라쿤(Raccoon), 혹은 프로시언 로토(Procyon lotor)라고 합니다. 라쿤은 원주민 말로 ‘냄새를 찾는 손’이라는 뜻이고 프로시언 로토는 ‘씻는 곰’이라는 뜻입니다, 너구리가 먹이를 먹기전에 물에 담그는 습관 때문에...

    스님과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