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불과 열흘사이에 남한과 북한이 상호간에 격화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까지 개최했다고 타스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새해 연초부터 남북한 국민들뿐 아니라 주변국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깜짝 선물로 주어졌다. 남북이 서로 화해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통신은 “지난해 11월말 해도 북한은 지금까지 발사한 것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ICBM을 발사했고, 9월에는 최대 위력의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남한은 이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 공군훈련 실시로 대응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정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이 두 나라가 어떻게, 그리고 왜 급속히 가까워졌는지를 정리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서울의 스타티슬랍 바리보다 특파원과 모스크바 알렉산드르 모세소프 기자의 공동기사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해빙

 

전부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남북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양국이 장관급 회담을 통해 일련의 중요 사항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까지 일시천리(一瀉千里)로 모든 과정을 진행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12월 29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한미 연합 독수리(Foal Eagle) 훈련과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이 단초(端初)가 되었다. 이 후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12월 31일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1월 1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식 논평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후 상황은 더욱 더 빨리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1월 3일에 이미 남북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다시 연결했고, 1월 5일에는 북한이 201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1월 9일 판문점에서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을 가졌다. 1월 10일에 이르러서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만약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새해 선물

 

남북 고위급 회담은 아침 10시에 시작하여 중간에 점심 식사를 위한 휴식을 갖고 저녁 8시까지 계속되었다. 북측 대표인 리선권 위원장은 회담 모두 인사말에서 “이번 회담을 잘해서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리 위원장이 언급한 선물은 매우 큰 규모임이 드러났다. 양측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합의했다:

 

* 남북 군사 통신선 복구(이 채널은 2013년 북측이 가동을 중단했었다)

 

* 군사분계선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 회담 개최

 

* 고위급 회담의 지속

 

* 다양한 분야에서(민간 및 스포츠 분야) 교류 활성화

 

* 평창 올림픽에 북한 정부 대표단,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무용가 및 음악 가들로 구성된 예술단 파견

 

회담 개최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에 평창올림픽에 선수단 파견을 제안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대한 빨리, 이번 주에라도 이 문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은 2월 9-25일간 개최되는데 북한에서는 유일하게 페어 스케이팅 선수인 렴대옥/김주식 팀이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을 위해 특별히 선수 등록 기간을 연장했으며, 또한 와일드카드를 통해 추가적으로 수 명의 선수가 참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IOC는 또한 북한 선수들의 참가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공식 대표들이 올림픽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열화와 같은 반응

 

남북 간의 갑작스런 극적인 화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 미국과 카나다는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는 남북 대표자들의 직접적인 접촉을 환영한다. 그러한 대화를 통해서만 한반도의 긴장 완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이번 대화야 말로 러시아의 지도부가 끊임없이 필요성을 언급해온 바로 그런 대화이다”라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사태의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성명을 발표했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올림픽 정신에서 위대한 일보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모두에 이득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연구센터장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이 이처럼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이 해빙 무드에 이르게 된 원인은 양측 모두가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와 한반도 긴장 완화, 그리고 북한 지도부와 관계 정립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지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화해 정책을 실제적으로 구현했던 대통령들(민주주의자들)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1953년간 벌어진 한국 전쟁 중 북한에서 월남했고 문재인 대통령 자신은 대북 관계에서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더불어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다.

 

제빈 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형성한 대북 봉쇄 전선을 뚫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사태를 통해 자신이 매우 유능한 정치가요 외교 전문가임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을 적극 지지할 것을 염두에 두면서, 한국 입장에서 동계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가 지대한 중요성을 갖는 것을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시점을 포착(捕捉)한 것이다. 2월 25일이면 동계 올림픽이 끝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군사 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이후 군사 훈련이 시행될 경우 북한이 보일 반응은 이번 1월에 이룩할 모든 성과를 무위로 돌려버릴 수도 있다고 제빈은 부연(敷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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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은 ‘열린 정책’ (2017.12.29.)

국민과 쌍방향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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