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한인간호협회 20일 간담회 열어 

 

호주한인간호협회(회장 강민영)가 30주년을 맞았다. 흘러 온 시간만큼 변화도 있었다. 간호의 영역은 확대됐고 한인 간호사로 살아온 이들은 저마다 뿌리를 내렸다. 협회에선 20일 시드니 연합 교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호주 한인 간호사의 오늘과 내일’을 돌아보고 내다봤다. 원수지 윈더미어 에이지드 케어 CEO(Windermere Aged Care), 장혜정 NP(Nurse Practitioner) 클리니컬 케어-이머전시(Clinical Care-Emergency), 전윤희 시드니대 간호학과 교수(노인건강, 치매관리), 정경희 뱅크스타운-리드컴 병원 너어싱 유닛 매니저(Nursing Unit Manager)가 참석해 각각의 현장 경험을 함께 나눴다.

한인 간호사 활동 영역 넓어져

시간이 축적된 만큼 곳곳에서 한인 간호사의 활약이 눈부시다. 양로원을 운영 중인 원수지 CEO는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양로원에서 일을 하게 됐다. 몇 년 하다 보니 직접 해 보고 싶어 운영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 어르신들의 경우 이민 생활을 하다 보니 영어를 배울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한국 직원들이 많아 언어의 불편함도 없고 음식부터 문화까지 한국식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많이들 좋아하고 만족해하세요. 처음엔 한국 분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한국 분들입니다.”

장혜정 NP는 의사와 같이 진료를 보는 전문 간호사로 활동 중이다. 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더구나 동양인은 자신 밖에 없었던 ‘척박한 길’이었다.

“그래서 더 포기하지 않았어요. 실패하면 안 된다고, 나 한국인인데 떨어지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달려오니 여기예요. 해가 지날수록 동양인도 늘었고, 두 번째 한인 NP도 뵀어요. 응급실에만 18년째인데,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제 이름이 여기저기서 불리기 시작해요. 가슴 벅찬 일이죠.”

전윤희 교수는 호주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치매 환자를 오랜 기간 독립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3년 간 강단이 아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들을 확보했다.

“간호를 할 때는 전체적으로 다 고려해 이뤄져야 해요. 특히 환경을 봐야 하는데 치매 환자의 집에 넘어질 수 있는, 걸리는 것들이 있는지, 또 걷고 싶은데 붙잡을 수 있는 시설들이 있는지 등 이런 것들을 고려해 간호하는 방법들을 패키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직접 치매 환자가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을 지켜봤고, 또 간호하는 가족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걸 보면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멈춰지지가 않더라고요.”

뱅크스타운-리드컴 병원에 근무 중인 정경희 매니저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뛰며 ‘간호’ 일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간호 역할은 보살핌인 거죠. 환자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파악해 서포팅을 체계적으로 해 나가는 겁니다. 환자를 전체적으로 살펴 보살피는, 전인 간호 개념이죠.”

채용 인터뷰에 직접 참여하는 정 매니저는 최근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간호사가 부족해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최근엔 2.5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인터뷰가 중요해요. 단순히 영어를 잘해서 되는 건 아니죠. 이 학생이 외운 대답을 하는지 아니면 이해를 하고 말을 하는 건지 금세 알 수 있어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원수지 CEO “고령화 시대, ‘에이지드 케어’ 중요해”

장혜정 NP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와”

전윤희 교수 “간호사의 역량뿐 아니라 리더십도 키워야”

정경희 매니저 “간호는 케어링, 전인간호 개념이다”

 

고령화 시대 - 에이지드 케어(Aged card) 중요

간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병원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년층에서 더욱 절실해졌다. 원수지 CEO는 “100세 시대다. 어느 한계에 다다르면 집에서 보살핌을 받기가 어렵다. 24시간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양로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물론 홈 케어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도 한인 간호사의 홈 케어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호주의 경우 지역이 넓어 홈 케어를 받는 분들이 많으시고, 특히 한인 분들의 경우 언어 소통이 될 수 있는 한인 간호사의 홈 케어가 필요한데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경희 매니저 역시 공감했다. 이제 병원에서도 노년층의 환자 수가 절대적. ‘에이지드 케어’ 경험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병원에서도 노년층의 환자 숫자가 많습니다. 노년의 한인 환자들 또한 종종 봬요. 통역을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신감 갖고 뛰어 들어야

한인 간호사의 저력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장혜정 NP는 “한국 분들은 똑똑하고 일을 빨리 처리하고 판단도 빠르고 헤쳐나가는 힘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어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잘 하는데도 자신감이 없어 주저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일단 자신감을 갖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해요. 100% 호주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고 호주 사람들을 이해하면 덜 힘들어요. 또 ‘노(NO)’를 할 줄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윤희 교수는 ‘리더십’을 언급했다. 적극적으로 일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낯선 사람이 있는 장소에 문을 열고 들어 가기 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는 것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해 들어가는 것이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요.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과의 상호 교감이 훨씬 수월해요. 상대방도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대하는가를 느끼니까요.”

미래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의 숫자는 여전히 늘고 있는 중이다. 강민영 호주한인간호협회 회장의 발걸음 또한 빨라졌다.

강 회장은 호주한인간호협회 활동과 관련해 “많은 한인 간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뿐 아니라 복지회, 호스피스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또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모의 인터뷰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로 일을 하시는 분들, 또 지금 간호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간호사가 되려는 분들을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모임을 갖고 있어요. 또 세계 각국서 일하는 한인 간호사들의 단체인 재외간호사회 세미나에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한인 사회에서 호주한인간호협회가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넓혀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맨 위 사진: 간담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맨 오른쪽부터 강민영 호주한인간호협회 회장 강민영, 정경희 매니저, 원수지 CEO, 전윤희 교수, 장혜정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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