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태극기의 섬, 소안도(2)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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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공원

 

 

섬 이름 소안도(所安島)에 대한 유래도 각별하다. 임진왜란 때부터 주민들은 자치 방위대를 조직해 운영할 정도로 자주적이고 패기에 찬 기상을 가졌다. 일제 때 투옥과 순국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항일의 섬, 해방의 섬으로 그 명성을 이어왔다. 소안도 주민들은 마을사람 누군가 감옥에 갇히면 감옥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 추운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잤다고 한다. 이처럼 남다른 기개와 용맹으로 외침에 대항하면 그만큼 생활에 전념하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소안도(所安島)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주민들은 지난 세기 투쟁과 박해로 모진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 왔다. 특히 주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설립된 사립 소안학교는 주민들의 정신적인 지주였으며 항일정신을 심어주는 본거지였다. 이에 따라 일제는 1927년 5월 강제폐교를 단행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를 보면 소안학교의 성격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일제는 소안학교가 일본 국경일이나 축제일에도 휴교하지 않으며 국경일에 일장기를 게양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상(國喪) 중에도 상장(喪章)을 달지 않는 등 독립운동가를 양성하는 시국사범 학교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일제는 소안학교와 배달청년회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3백여 명 소안도 주민들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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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250인 학살 양민 위령비

 

 

이에 소안도 주민 8백 명은 복교 동맹운동에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일제는 이들을 모두 불령선인으로 규정했다. 소안도 1천 가구 80%가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해방될 때까지 내내 박해를 받은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보면 소안도가 왜 태극기 섬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민들의 일제에 대한 저항은 끈질겼다. 주민들은 일제에 협조한 사람에게는 불씨도 나눠주지 않고 철저히 왕따 시켰으며 일본인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는 불언동맹(不言同盟)과 강연회 등을 줄기차게 계속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항일정신은 일찍이 “배움만이 살길이다”는 구호아래 송래호 김경천 등 지도자들이 펼친 계몽운동의 결과였다. 소안학교 졸업생 중에도 정남국 선생 등 많은 항일운동가들이 배출되었다. 소안학교 복교운동은 전국적으로 많은 격려와 지지를 받았으며 일본 오사카 집회에는 4천명이 모여 총독정치 규탄과 소안학교 복교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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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가 배출의 산실 사립 소안학교 건물

 

 

나는 태극기가 펄럭이는 소안로를 따라 항일운동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은 소안학교 운동장에 건립되고 학교건물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당시 한문으로 쓰인 ‘私立所安學校’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기념관에는 1990년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을 받은 송래호 등 20명의 흉상과 60명 존영이 모셔져 있고 사진과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기념관 앞에는 갯돌을 높이 쌓아 올린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과 ‘해방의 섬 항일운동 성지’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1990년 주민성금으로 세운 것이다. 기념탑은 일제탄압을 상징하는 검은 돌과 백의민족을 나타내는 하얀 돌이 어우러졌고 높이는 8m 폭 4m이다. 세 갈래로 솟은 탑은 일본에 대한 강렬한 저항을 상징한다. 이곳은 2000년대 국책사업으로 항일운동 성지복원 및 공원으로 거듭나 역사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기념탑을 참배하면서 깨어있는 섬 주민들을 향한 벅찬 존경심을 느꼈다. 왜 이곳을 함경남도 북청과 부산 동래와 더불어 3대성지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북청과 동래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리라 다짐했다.

 

나는 기념관을 떠나면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소안도의 모진 세월은 해방이 되고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저항정신이 강한 소안도 주민들은 해방 후에도 미군정 반대와 단독정부수립 반대운동을 펼쳤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이승만 정부는 1949년 여름 소안도 주민들을 법적절차 없이 학교운동장 공동묘지 해안가 등에서 무차별 학살했다. 6.25전후에는 보도연맹 주민들을 목포인근 바다와 신지면 앞바다에서 집단 수장했다. 이때 죽은 주민이 250여 명에 이른다. 매년 위령제를 지내오던 주민들의 끈질긴 진상규명 요구에 따라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최소 248명이 법적절차 없이 죽음 당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항일기념탑 인근에 화해와 일치를 상징하는 원형의 ’소안면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희생자 250명 명단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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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 먹먹한 느낌과 함께 우리 조국이 참으로 모진 세월을 겪고 이만큼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안도 송래호 선생 묘소와 소안팔경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다리가 너무 불편해 포기하고 다시 항구로 향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데 작은 포구에 주민 몇 사람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접근했더니 대낮부터 전복을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넉살좋게 나도 한 잔 달라고 했더니 자리를 비켜 앉으며 환영했다. 전복양식장일 끝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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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기념공원

 

 

잡담 끝에 태극기 마을이 자랑스럽겠다고 했더니 60중반 사람이 통명스럽게 자기들이 ‘진짜 태극기’라고 되받는다. 무슨 말씀이냐고 했더니 요즘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 앞세우지 않느냐며 알 듯 모를 듯 말했다. 아마도 태극기를 내세워 못된 짓하는 가짜 애국자들이 많은 세태를 개탄하는 소리로 이해했다. 어쨌든 태극기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나는 소주 두어 잔 얻어 마시며 전복양식에 대해 물었다. 한마디로 예전 같지 않다는 대답이다. 한 겨울 차가운 바닷물에서 작업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젊은이도 많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소안도 주민들도 전복양식으로 대부분 넉넉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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