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한국이 이룩해야 할 기술적 도약

 

 

러시아 매거진 프로필이 한국이 현대산업전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심층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끈다. 세르게이 수하차예프 기자가 프로필 4개면에 걸쳐 작성한 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화성 시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을 방문했다. 현재 화성(서울에서 40km 거리 소재, 인구 약 80만명)에 있는 사업장은 삼성의 주요 산업투자 시설로 삼성 전자 반도체 클러스터(기흥과 평택 산업단지 포함)의 중심 거점이 될 예정이며, 한국 전자 산업의 새로운 기술적 기지 시설이자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 발전하도록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다. 생산시설을 돌아본 후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식적으로 宣布(선포)했다.

 

첫째, 메모리 칩 생산의 성과를 거론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절대적인 선두 주자로 세계 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 이외에도 SK 하이닉스가(이전 현대 전자, 2012년 한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SK Telecom가 인수) 핵심 생산업체로, 미국 Micron Technology사와 2위 자리를 놓고 계속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둘째로, 메모리는 반도체 시장의 약 40%에 불과하다(그리고 앞으로 점점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이외에도 시스템반도체 또는 단순히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부르는 많은 반도체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마이크로 콘트롤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한국은 거의 존재감이 없고 많은 품목들에서 수입비율이 최대 100%에 달한다(삼성은 스마트폰용 자체 АRМ-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지만, 예를 들어 한국 내 모든 자동차용 전자기기는 수입품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날로그-디지털 컴포넌트와 전력반도체 소자, 특수제품들이 있다. 이 반도체들을 개발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화, 무인 교통수단, 사물 인터넷 및 5G 통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문제이며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셋째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1월에 이미 청와대에서는 경제발전 문제 관련 회의가 있었고, 이후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현재 삼성 총수, 회장은 이미 77세인 그의 부친 이건희) 대화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메모리 칩 외에 반도체 컴포넌트 분야에 진출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전자 산업이 새로운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말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삼성도 산업정책의 현안뿐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수립하는데 직접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결국 삼성에 모든 기술적인 전문 지식, 경영 경험, 인적 물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따라서 삼성 앞에 국가의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는 주요 업무가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넷째, 한국은 다시 한 번 기술적 도약을 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칩 생산에서 세계 선두의 입지를 유지하면서 2030년까지 모든 종류의 반도체 컴포넌트 생산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야 하고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개발 전문 기업) 시장의 10%를 차지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상황은 매우 크게 변화했다. 전통적으로 생산업체들은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다 담당했다. 삼성도 그런 기업이다. 그러나 기술과 장비의 가격이 급격이 상승함에 따라 2010년대를 전후로 많은 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칩 대량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서비스로 전환했다. 그 중 최대 기업은 대만의 TSMC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이며 UMC (현재 세계 2위인 미국 Global Foundries사를 맹렬히 추격 중)도 있다. 자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 시설의 일부만이라고 주문 생산에 사용해야만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된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라고 해도 자기 기업의 생산 시설을 자체 생산에만 사용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게다가 기술 업그레이드 기간이 현저히 짧아져서 이미 수개월이면 신기술이 적용된다. 2018년에야 화성 사업장에서 7 나노미터 프로세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갤럭시 S10에는 아직 8나노미터칩 Exynox를 탑재), 올해 4월에 벌써 TSMC사는 올해 후반기부터 애플사가 주문한 5나노미터칩을 생산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삼성은 2021년까지 3나노미터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삼성은 작년에만 이 기술 경쟁에 2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는 작년 삼성 전체투자액의 약 80%이다 (참고로 2018년 러시아의 군사예산은 약 460억달러이다). 또한 삼성의 투자 프로그램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삼성은 반도체 기술에 약 1160억 달러(이중 절반 이상이 R&D 비용)를 투자할 예정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팹리스(제조 시설이 없이 반도체 설계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기업들이 대량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들은 주문 개발뿐 아니라 자체 제품용 칩 설계와 개발을 하고 생산시설은 파운드리 기업에 둔다. 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이 산업분야의 전문화는 점점 더 진전하고 있다. 조립 생산 기업이 생겨나고, 계약에 따라 칩 테스트만 해주는 기업들이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이 재정과 제품 출시 기간을 현저히 감소시켜 준다. 그러니 기술 경쟁뿐 아니라 경영혁신 경쟁도 엄청나게 치열해지고 있다. 앞에 놓인 과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국가 경제 수준에서 복잡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것이 요구된다.

 

 

모든 사람에게 먹을 것을

 

 

이렇게 보면 한국의 계획은 매우 합리적이다. 메모리 하나 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그러나 이해할 점은 한국에게 메모리칩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러시아에게는 우주 정복과도 比肩(비견)할 수 있는 것이다.

 

1983년 2월 삼성 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재용 부회장의 조부)은 도쿄에서 삼성과 한국 전체에 이정표가 된 중요한 발표를 했다(나중에 도쿄 선언으로 불림). 당시 삼성은 이미 10년간 (주로 조립) 전자 제품 생산을 하고 있었고 1981년에 흑백 TV 한 가지만 천만대 이상을 생산했으며 협력업체 네크워크는 2000개 업체 이상을 망라했다. 그러나 이병철은 더 멀리 이미 21세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 반도체 시장을 겨냥했다. 러시아식으로는 «산업의 밀가루»라는 표현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먹을 거리가 되는 것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이병철은 그의 전략이 타당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러일으킬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세계 메모리 시장은 상당히 빈약했고 변동이 심했다(지금 메모리 시장은 빈약하지 않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병철은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반도체 사업에 소용되는 비용은 1억3300만 달러로 당시 삼성으로서는 거의 천문학적 액수였다. 그러나 반년 후 한국 기흥에 반도체 공장이 세워졌고 1984년에 이미 최초의 64킬로바이트 DRAM을, 그리고 약 3개월 후에는 이미 256킬로바이트 DRAM을 생산했다.

 

현재 우리가 기가바이트급 RAM 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당시는 이것이 중요한 기술적 도약이었고 사업적 성공이었으며(직후 메모리 가격 폭락에도 이 메모리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라 전체에서 심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한국이 다른 시장에 진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로운 위상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이즈음에 한국은 이미 많은 점에서 성공을 거두는데 익숙해졌고 한국의 경제적 기적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다. 이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는 여러 이견이 있다. 한국 자체 내에서 모든 사람이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사실로 특별한 사회적 문화, 특수한 한국인의 근면성, 탁월한 사업 수완과 다른 재능들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을 경제적 기술적 선진 강국으로 보는 러시아도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그것보다는 군사독재와 군부 정권이 재벌과 유착하여 직간접적 원조와 다수의 특혜를 수십 년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조건에서 기업이 성공하지 않으면 그것이 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특히 미국)이 그들에게 필요한 물류, 생산, 판매 거점을 건설하고 거기에 기대어 경제가 부흥했기 때문이라고도 본다. 이런 시각은 이차대전 이후 일본의 위계적(가족적) 구조가 강했던 군부 재벌이 수평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한 금융 산업 그룹들로 대체되면서 아태지역의 협력기업들이 그 구조에 안주하게 되었던 것을 보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성공으로 가는 길

 

 

이런 논쟁과 달리 «아시아의 호랑이들»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기술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20세기 후반에 세 가지 대표적인 기술 비즈니스 모델이 세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가장 오래된 제품 기반 모델이다. 이미 잘 아는 대로 기업은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한다. 그들의 핵심적 능력은 R&D 이며 주요 자산은 그들이 철저히 지키고 보호하는 지적 재산권이다. 그런 모델은 개척자의 특권을 이용할 기회를 준다. 이는 장기적인(수년 및 수십 년) 특권이다. 다수의 서방기업들은 이 길을 따라갔고 지금도 가고 있다.

 

둘째, 과정 기반 모델이다. 종종 이 모델을 생각해 낸 것은 일본인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일본인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대중화시킨 것이다. 이 모델의 기초가 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 가격, 품질, 출시 속도를 효율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비밀 유지가 어렵고 누구도 비밀 유지를 하려고 하지도 않지만, 각각 다른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모델의 장점은 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중기적이어서 기껏해야 수년간 써먹을 수 있을 뿐 이다. 따라서 계속적으로 경영 혁신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확산 모델로, 이를 어느 정도 변형시켜 한국과 대만이 실행했고, 이후 약간 더 늦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따랐다. 그 보다 더 후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아시아 이외 국가들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서 핵심 자산이 되는 것은 기술과 다른 중요한(꼭 독보적일 필요는 없음) 자원을 손에 넣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그 자원에 해당한 것은 양질이면서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이었다. 또한 정부와의 특별한 관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할 일은 인구통계학, 교육, 사회 개발 분야에서 해당 정책을 수립 실행하고 경제적인 활동을 사는데 사회적 비용이 적게 소요되도록 보장하는 실제적인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소비자 수요가 있는 큰 시장을 보유한 나라에서 중요한 무역 특혜를 얻는 것이다.

 

만약 이런 모든 것이 존재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국민의 근면성과 기타 우수한 특성들을 이용하기 시작할 수 있다(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에게도 이로 인한 이득이 돌아간다). 여기서 과제는 다른 국가의 경험에서 검증된 제품들과 그를 제조하는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과정들의 모든 단계를 지역에 맞게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이는 확실한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그 효과와 장점이 단기적(거의 수개월)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장점을 가진 제품들을 만들어내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곳에서 장점이 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그 성공적인 경험을 재빨리 보급 확산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다수의 기업들의 회전율이 빠른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회사가 실행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이 여러 기업이 하나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기업의 지시에 총체적으로 협조하여 이루어내는 모델이고 선두 기업의 확고하고 분명한 지휘가 필요한 모델이다.

 

이 시스템은 실제로 매우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다년간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고 중대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다만 선두 주자들이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가진, 원천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예를 들면 바이오 기술과 항공기 제작 분야로 한국과 대만 모두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를 체험했고, 가장 잘 된 케이스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차지한 실례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자체적인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확산 모델이 아직도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세계는 아주 많이 변화했다. 그리고 한국인들도 이제는 최상급 리그에서 경쟁하고 싶어한다. 한국인들은 적어도 건강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을 거두는데 필요한 유일한 자원은 아니고, 파이는 항상 모든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많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記憶(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 세르게이 수하차예프 기자 | 러 주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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