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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제보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엄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가 프랑스인인 S 군은 200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엄마의 나라 한국을 동경해왔고,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한국의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갈 참이었다.

 

한국 교환 학생이 되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기에, S 군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마침내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가게 되었다.

 

한국 행을 위해 지난해 12월 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했는데, 이중 국적자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1월에 받았다. 한국에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이중국적자라는 상황(엄마인 본인은 만약 프랑스 국적을 택할 경우 이중국적자가 되지 않는다)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엄마인 P 씨는 이야기했다.

 

문제는 S 군은 22세이기에 이미 병역기피자가 되어 있고, 더군다나 비자를 신청해서 리스트 업 되어 있기에, S군이 지금 한국을 간다면 병역 기피자이기 때문에 입국 절차에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S군의 한국 행은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교에서 등록금은 환불해 주었지만, 6개월 동안의 숙소비와 항공비는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P씨는, 대사관 영사과에서는 이중국적 이탈 신고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한국 병무청에 메일을 보내면서 알아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놀랍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서, 같은 상황에 있는 한불, 혹은 한인 가정에게 빨리 알려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보를 한다고 밝혔다.   

 

이후 P씨와 함께,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들이 아직은 17세라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한 K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국적법에 의하면, S군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다. 과거에는 '부계주의 국적법'을 택하여서 1998년 6월 13일 출생자까지는 아버지가 대한민국 국적인 경우에만 자녀에게 한국 국적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이후 부모 양계주의 국적법으로 개정되어 1998년 6월 14일생부터는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면 자녀에게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녀(남녀불문)의 출생 국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는 속인주의 국가이다. 또한 출생신고라는 법적인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어도 한국 정부는 한국인2세가 출생 시부터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간주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한국에 가지 않는다면 문제될게 없다. 하지만 남자가 18세가 지나 한국에 갈 경우, 입국 절차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예로, S 군이 한국을 못 가게 되었다고 학교 친구에게 알리니, 그가 아는 미국 교포 2세가 한국에 갔다가 공항에서 이중 국적 문제가 생겨 군 복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선천적 복수 국적은 원정 출산과 외국 국적자의 병역 기피를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듯 동포 자녀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대다수가 이 같은 국적법을 모르고 있어

 

문제는 이런 국적법이 있다는 것을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 이 제보 이후 비슷한 상황에 있는 한불 가정들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비록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프랑스 국적으로 바꾸어서 자녀의 병역에 문제 없는 이도 이런 국적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고, 어떤 이는 병역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 일부러 한국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에서 태어난 동포 자녀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데 홍보가 전혀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 휴스턴의 한인신문, 코리안 저널에 의하면, 법무부 주관 2018년 재외동포 설문조사에서 해외동포의 80%가 사실상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제도를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자료가 제출됐고, 2020년 헌재는 “개별 통지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개정 전의 국적법에 따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남성은 18세 되는 해 3월 31일 이전에 국적이탈을 해야 병역의무를 면제받는다.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해당 남성은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는 한 37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미주 동포사회에서는 한인 2. 3세들의 현지 공직진출에 장애가 된다는 등 비판이 많았고, 자신도 모르게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을 보유한 2. 3세들이 외국에서 사관학교 입교나 군내 주요 보직 임용 방위산업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1일부터 18세가 지나서도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는 예외적 허가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제한적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으로 미주 동포 사회에서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고 코리안 저널은 밝혔다.

 

P씨의 경우 아직 18세가 되지 않은 둘째 아들의 국적 이탈 신고 서류를 준비 중이고, 한국행이 취소된 22세 큰 아들의 예외적 한국 국적 이탈 허가 신고 서류 또한 함께 준비 중인데, 큰 아들인 S군 서류들이 간단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2022년 10월 1일 개정 안에 의해 18세가 지나도 예외적인 허가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5개의 조건을 충족시킨 뒤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무부 장관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여러 단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선천적 복수국적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국적보유제 및 자동말소제’ 도입 캠페인(www.yeschange.org)을 벌이는 워싱턴 로펌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주된 거주지가 미국(해외)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이탈이 자동으로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는 선천적 복수 국적으로 피해 입은 한인 동포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들이 있다.

 

 

한국 국적 이탈 신고해야 병역 면제

 

간추려 보자면, 부모 중 한쪽이 한국 국적인 자녀가 프랑스에서 태어나면, 남녀 불문, 바로 선천적 복수 국적자가 된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한인 2세의 경우는 복수 국적자가 된다.

 

남자의 경우 18세 이전에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재외공관에서 해야 병역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안은 18세가 지나도 예외적 허가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사례가 없고,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려, 아무런 보장이 없다.

 

P 씨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병역 연기로 ‘국외 여행허가 신청서’ 라는 게 있는데, 이는 병무청에 신청할 수 있다.

 

여자는 병역의 문제는 없으나, 한국 국적 이탈을 하지 않을 시, 결혼하여 자녀가 태어나면 또한 선천적 복수 국적자가 되어, 아들의 경우는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다. 즉 18세 전에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 병무청을 통해 알아본 P씨에 의하면, 이 같은 체계는 5대까지 이어진다 .

 

그날 함께 한 K씨는 18세 이전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위한 서류는 15세부터 준비를 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부모들에게 알리고, 공관 및 교민 단체에서도 홍보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필요하면 서류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덧붙임 : 프랑스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 이곳에 와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여자들도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수 있다.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복수 국적자로 한국 방문시에는 위법 행위에 속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18세 이후 병역 문제, 여자들은 벌금을 물 수도 있다.

 

 

*18세 이전 한국 국적 이탈 신고 서류 및 18세 이후 예외적인 허가 신청 서류는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영사’-‘가족관계등록/국적’을 클릭하면 해당 정보와 작성해야 할 서류들을 인쇄해서 준비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국적 바로가기

 

<파리광장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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