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Art Salon de H 관장)  


 그림자 작가를 빛의 무대로 이끄는 

 감성의 갤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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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숙 관장 (Art Salon de H) ©프랑스존

 

 

"따뜻한 갤러리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평안을 주고, 작가들에게는 희망의 장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마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난해 7월, 파리에서 고송화 작가 개인전 'Les ondes de couleurs'를 성공적으로 기획 전시했던 이혜숙 큐레이터가 이번엔 갤러리 관장으로 나섰다.

 

지난 해 파리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이 씨가 오랜 준비 끝에, 오는 6월, 금융의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에 갤러리 'Art Salon de H(아쉬)'를 오픈한다.

 

파리에 체재하는 동안, 현대 미술시장 전문 석사 과정에 입학해, 예술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과정을 거친 그녀는 이제 본격적인 갤러리스트로서의 출항을 시작했다.

 

색과 선들이 만들어 낸 파동처럼 마침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내듯, 실력있는 숨겨진 작가를 발굴해, 세상에 빛이 되도록 조력하는 그녀의 열정과, 갤러리 대표로서의 야심찬 계획을 들어본다.

 

- 본인소개와 인사를...

 

안녕하세요? Art Salon de H(아쉬) 대표 이혜숙입니다.

예술은 향유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늦은 나이(53세)에 파리 IESA 대학에서 현대미술시장 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건강한 예술 시장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으로 2023년 6월 8일 '아트 살롱드 H'를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 파리지앵으로 3년을 뜻깊게 보내셨는데, 특별히 마음에 남았던 추억이 있다면?

 

젊은 날부터 유학을 생각하며 꿈꾸었던 파리 생활이기에 모든 게 좋았습니다.

특히, 예술감상에 그치지 않고 테마여행을 기획해서 다녀왔던 여러 도시들이 생각납니다.

고딕성당 기행,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도시 여행, 유럽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미술관 여행이 있었구요,

한국에서 미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천금같은 기회를 얻어 어린 친구들과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가슴에 남아있는데요... 파리생활 초기에 쁘띠 팔레 미술관을 찾았었는데,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는 것과 휠체어를 탄 노인에서 어린아이, 중년의 신사, 숙녀, 노숙자까지 진지하게 오래도록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비춰졌습니다.

 

- 파리는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보람있었던 유아 교육사업을 뒤로한 채 달려갈 만큼  파리로 향할 때는 부푼 기대감에 설레였던 시간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치열했던 삶에서 얻게 된 근성이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만나 예술적 에너지가 발산되어 삶의 전환기를 맞은 것 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도 채워졌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선 미술 비전공자인데, 파리에서 갑자기 미술 공부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2018년 한 여름, 경기도에 있는 한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 느꼈던 생각 중에 '삶의 예술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은 작품을 관람하고 미술관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 불현듯 감성적 예술감상을 넘어 미술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프랑스를 간다는 계획도, 갈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되지 않았던 때라 그저 마음만 불끈 열정이 솟구쳤었습니다.

그 날 이후 발품을 팔며 주말이면 전국 미술관 투어, 광주로 부산으로 비엔날레, 아트 페어 참석, 국내 미술강좌 수강 등 나름의 플랜을 세워 공부를 하였는데, 2019년 예상치도 못하게 어렴풋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20대때부터 꿈에 그리던 프랑스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습니다.

평소 저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겠지만, 저에게 주어졌던 길들을 되돌아보면 예술이 지금의 저로 이끈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공부중에 생긴 또는 미술 전시기획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대학 때 프랑스어를 전공했지만 막상 프랑스어로 수업을 듣는 것은 실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예술가의 저작권에 대한 토론 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시간이 너무 괴로웠어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혈기만 가지고 온 20대 였다면 멘털이 무너져 포기했겠다 싶었는데, 다음날 또 씩씩하게 강의실 맨 앞자리로 가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 늦은 나이에 큐레이터에 도전하셨고, 다시 갤러리 관장으로 도전장을 내미셨는데...

 

세상 사람 거의 대부분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분들에게 작품을 통해 조그마한 위로를 주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그림자에서 밝은 곳으로 더 나아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처음인지라 저도 사실은 많이 두렵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독려하며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 귀국 후, 갤러리를 준비하던 중에 큰 시련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지난 연말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골절상을 입었습니다. 큰 부상이라 너무나 큰 시련이었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고, 3개월 이상 입원 치료 후 퇴원한지 이제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새삼 가족의 사랑을 많이 느꼈고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주위분들의 위로와 격려 또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입원기간 중에 갤러리 개관을 구체화하고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척추를 철심으로 고정한 채로 생활하고 있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갤러리 개관도 알차게 준비하고 재활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C’est la vie입니다.

 

- 갤러리 ‘아트 살롱드 H’를 강남이나 인사동 쪽이 아닌, 여의도에 개관하는 이유는?

 

사실 강남, 인사동, 삼청동 등 많은 갤러리를 둘러보았고 많은 갈등을 하였습니다만, 최근 언론을 통해 2025년에 프랑스 퐁피두 현대미술관 분점이 여의도 63빌딩에 생긴다는 기사를 보고는 여의도로 결정했습니다.

여의도가 또 하나의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잡는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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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이름 '아트 살롱드 H'의 의미는 무엇인지?

 

17~18세기 프랑스의 살롱(Salon)은 귀족 부인들이 예술 문화계 인사들을 자신의 집 응접실에 초대해서 대화하고 토론하며 문화 예술을 공유하던 장소였습니다. 이 장소에서 누구나 함께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의 의미로 붙였고, H는 불어 발음으로 ‘아쉬’라고 읽는 무음인데요 저의 이름 혜숙 첫 글자, 그리고 History 역사의 첫 글자입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시겠지만 저 혜숙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가들의 역사를 갤러리에 담아 오랫동안 예술을 향유해 가리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 '아트 살롱드 H'가 추구하는 컨셉이나 비전이라면?

 

따뜻한 갤러리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평안을 주고, 작가들에게는 희망의 장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마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분간은 프랑스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들을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 국내 미술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 출구전략이 있는지?

 

우리나라는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시장을 운운해서 송구스럽지만 혹자는 우리 미술시장이 너무 성장했다고도 하지만 저는 아직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만 봐도 그렇고요. 저에게는 끝없는 도전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개관일은 언제이며 개관행사는 어떻게 치르게 되는지?

 

6월 8일 17시에 개관 오프닝 입니다. 오프닝 전시로 <Art Salon de H의 파리 친구들>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9명의 작가 작품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전시합니다.

첫 전시로 고송화 작가의 전시가 6월에 열리고, 7월 김명남 작가, 8월 중순에는 훈모로, 홍일화, 박인혁, 최현주, 박우정 작가의 그룹전, 10월 한홍수 작가, 11월 정현 작가의 판화전이 연이어 개최됩니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작가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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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송화 작가의 파동(Les Ondes)

 

 

- 개관전 오프닝을 고송화 작가 초대전으로 한 이유는?

 

저의 첫 전시회가 파리에서 고송화 작가 개인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송화 작가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작품의 탁월함을 재발견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도 그 감동을 전해드리고 싶고요, 다시 고 작가님을 모시겠다는 저와의 약속이자 당시 저의 컬렉터가 되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고송화 작가의 <Les Ondes(파동)> 시리즈가 기하학적인 선들과 서구적 모노크롬, 그리고 한국 단색화의 정신적 가치의 내면화를 결합시킴으로써 동양적 정중동을 현대적으로 실현시켰다고 봅니다.

고송화 작가의 견고하고 독창적이며 매혹적인 작품세계는 동서양 문화가 잘조화된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 끝으로 재불교민, 또는 작가들에게 한 말씀?

 

기본적으로 해외생활은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방인으로서의 생활, 익숙하지 못한 생활환경, 행정적 처리의 난제들은 좋은 추억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는 것에 대해 존경과 응원을 보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각자의 꿈과 희망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기를 기도드립니다.

 

 

【한국(서울)=프랑스존】 은빛날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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