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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호주에서 처음으로 낮 최고 기온이 영상 50도를 넘는 날이 기록됐다. 멜번대학교의 한 기후학자는 이 같은 극단적 폭염은 지구온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더 흔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3일(목)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 경 섭씨 50.7도를 기록한 서부호주(WA) 북부의 작은 타운 온슬로(Onslow. 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1,400km 거리). 사진 : Real Estate

 

WA서 올 여름 첫 50도 넘은 폭염 기록... 호주의 지구온난화 위험, 갈수록 심각

 

호주인들에게 여름의 무더위는 익숙한 일이다. 대부분은 가끔 섭씨 40도 이상의 더위를 견뎌야 한다.

지난 1월 13일(목), 서부호주의 엑스머스(Exmouth, Western Australian)에서 약 100km 거리에 위치한 작은 타운 온슬로(Onslow)의 한낮 기온이 영상 50.7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번 여름에 기록된 가장 높은 기온이다.

놀랍게도 이 마을은 일반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제공하는 바다 옆에 위치해 있다. 호주에서 가장 악명 높은 더위를 기록하는 WA의 마블바(Marble Bar)는 내륙에 위치해 있음에도 올 여음 최고 기온이 49.6도로 50도를 넘지 않았다.

다른 기록과 대조가 확인된다면, 이날 온슬로에서 측정된 기온은 1960년 1월, 남부호주 우드나다타(Oodnadatta, South Australia)에서 기록된 호주 최고 기온과 맞먹는다. 온슬로의 이 폭염은 올 여름 들어 신뢰할 수 있는 관측을 시작한 지 4일 째에 나온 것이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이 같은 극단적 폭염이 지구온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더 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섭씨 50도가 넘는 일수는 이전의 두 배가 됐다. 이 같은 위험한 폭염은 이제 호주뿐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 페르시아 만 지역의 도시에서 더 자주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이 폭염을 견뎌야 하는 이들의 건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온슬로 지역의 폭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온슬로의 폭염 후 호주 비영리 학술 매거진 <The Conversation>에 관련 문제를 기고한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기후과학과의 앤드류 킹(Andrew King) 선임강사에 따르면 극한의 온도에 도달하려면 며칠 동안 열을 축적해야 한다.

지난 달 하순, 몇 차례의 폭염이 서부호주 북부, 필바라(Pilbara) 지역을 강타한 후 온슬로는 평년 기온에 근접해 있었다. 그렇다면 이 비정상적인 폭염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킹 강사는 “간단하게 말해 엄청나게 무더운 사막에서 남쪽에서 부는 남동풍이 온슬로까지 매우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바람은 지난해 11월 이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은 지역에서 불어왔기에 매우 뜨거우면서 또한 매우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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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온슬로(Onslow)의 기온이 50.7도에 이르기 전 30분 동안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상도. 파란색 점선은 온슬로와 가까운 해안에서 뜨거운 공기를 유입시키는 해곡을 나타낸다. 그림 :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이 건조한 공기는 구름이 덮이거나 폭풍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태양열이 최대 강도로 유지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기온이 높은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했고,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경에는 섭씨 50도를 넘긴 것이다.

 

우리는 시원한

라니냐 시대에 살고 있다?

 

호주의 날씨는 태평양이 어떤 상태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호주는 중부 및 동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정상보다 낮은 해수온도를 보이는 라니냐(La Niña) 현상에 직면해 있다.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수온이 낮아지면서 세계 여러 곳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이 라니냐는 일반적으로 더 시원하고 습한 조건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호주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이 대륙 동쪽에서 비정상적으로 습하고 서늘한 기후를 보였던 봄에 가장 강력하다.

여름 기간 동안 라니냐와 호주 날씨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약해지며, 가장 강한 영향은 보통 이 대륙 북동쪽에 국한된다. 라니냐 기간 동안에는 대체적으로 호주 동부의 많은 지역에서 폭염이 점점 더 적게 발생하지만 서부호주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폭염의 강도는 라니냐이든 엘리뇨(El Niño)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섭씨 50도를 넘는 기온은 극히 드물지만 서부호주 지역의 극심한 더위와 퀸즐랜드 일부 지역의 홍수 패턴은 라니냐 여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기후변화가

무더위 가중시키고 있다

 

호주는 1910년 이후 평균 기온이 섭씨 약 1.4도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1도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북부호주(Northern Australia)에서는 여름 평균 기온이 다른 지역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이 지역 여름도 더 습해지기 때문이다. 킹 강사에 따르면 이는 기후변화 모델과 일치한다.

하지만 서부호주 필바라(Pilbara)는 지역 조건 상 무더위가 예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지역의 폭염은 대부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더 빈번하고 강하며 오래 지속된다.

호주 인구의 대부분은 이처럼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 해안가 지역어 거주한다. 때문에 50도의 위험한 폭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온도가 계속 상승하면서 폭염상태는 호주 대륙 전체에 걸쳐 훨씬 더 일반적이고 극단적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우려된다. 도시 지역에서의 도로와 콘크리트가 태양열을 흡수해 최고 온도를 몇 도까지 높이고, 위험 상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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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날씨는 태평양이 어떤 상태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호주는 중부 및 동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정상보다 낮은 해수온도를 보이는 라니냐(La Niña) 현상에 직면해 있다. 호주대륙 서부의 극심한 더위와 동부 퀸즐랜드 일부 지역의 홍수(사진) 패턴은 라니냐 여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사진 : Queensland Fire and Emergency Services의 Facebook 동영상 캡쳐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 따라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씨로 유지한다고 해도 서부호주 지역은 물론 시드니와 멜번에서도 섭씨 50도의 폭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2020년 1월, 시드니 서부 외곽의 펜리스(Penrith)는 48.9도씨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지구온난화를 섭씨 2도씨 이하로 유지하는 것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긴급하게 감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 상태로는,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전 세계의 조치는 우리가 지구 생명체의 치명적 결과를 볼 수 있는 약 2.7도씨의 온난화가 실제 궤도에 있음을 암시한다.

킹 강사는 “이 무서운 미래를 막기 위한 길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호주와 같은 주요 탄소배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조치가 강력할수록 지구는 덜 뜨거워지고 호주의 극단적 폭염도 덜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지구 기온, 그리고 호주의 극단적으로 위험한 폭염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어 킹 강사는 “대개의 호주인들이 여름의 무더위를 잘 이겨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이 태어나던 당시의 기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슬프게도 우리의 농장, 야생동물, 교외 지역은 앞으로 수년 동안 예상되는 극심한 폭염에 대처하고자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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