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호주 와인 1).jpg

호주 와인에 대한 중국의 높은 관세 부과는 와인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업체들은 대체시장을 찾고 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 글로벌 운송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사진은 NSW 주 와인산지 중 하나인 멋지(Mudgee)의 한 와이너리. 사진 : The Cellar by Gilbert

 

영국-한국-동남아 등으로 대체 시장 모색하나, 중국 수출 손실 상쇄에는 못 미쳐

 

중국이 호주를 대상으로 시작한 ‘무역전쟁’이 1년가량 지난 지금, 이 극단적 대치는 호주의 승리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 및 석탄 수입을 제재했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다. 철광석이나 석탄의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할 것이라 여겼던 중국 공산당 당국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빚나갔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초기의 침체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 철광석 수요 급증은 호주산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 한 가지 품목만으로도 호주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고도 남았다. 여기에다 대부분 에너지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은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공급으로 호주에서의 수입물량을 대체하려 했으나 품질, 운송 등의 문제로 다시 호주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호주산 석탄의 대중 수출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결국 중국은 그들의 무례한 표현대로 호주를 ‘구두 뒤꿈치에 붙어 있는 껌’으로 보았다가 제 발등을 세차게 내리찍은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무역전쟁에서 호주는 손실을 입지 않았으나 각 산업별로 보면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주요 수출산업 중 하나인 와인도 그 대표적 사례이다.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실질적으로 수입을 금지한 후 1년이 지난 지금, 호주 와인산업은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올해에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는 더 큰 고통을 예상하며 이에 대비하고 있다.

남부호주(South Australia)의 와인산지 중 하나인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 지역에 있는 와인제조 회사 ‘The Lane Wine Company’는 매년 중국에만 2만 병 이상의 와인을 수출해 왔다. 하지만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거의 내보내지 못했다.

이 와이너리의 자레드 스티링어(Jared Stringer) 최고경영자는 반덤핑 관세로 호주 와인의 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수출되던 와인은 다른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그는 “우려되는 점은, 이 와인들이 결국은 국내시장으로 보내지고, 공급이 넘침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와인산업의 절정기, 중국으로 수출되는 호주산 와인 규모는 연간 12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호주의 전 세계 와인 수출에서 중국시장 하나가 41%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개월 사이, 중국으로의 와인 수출은 거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는 중국이 호주 와인에 부과한 116.2%에서 218.4% 사이의 ‘비상식적으로’ 높은 관세부과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해 중국으로의 와인수출은 8,200만 달러에 그쳤다. 중국으로 가는 호주의 프리미엄 와인은 96%가 레드와인이기에 관세의 타격이 컸다.

 

와인업계, 시장 다각화 시도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시장 다각화였다. 연방정부는 이를 위해 5천만 달러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의 물류 문제, 글로벌 운송 위기로 인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스트링어 CEO는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자 직거래를 통한 매출이 증가해 적자폭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The Lane Wine Company’ 사의 소비자 직거래는 60% 이상 증가했다. 스트링어 CEO는 “이는 엄청난 판매 물량 증가”라고 말했다.

 

종합(호주 와인 2).jpg

남부호주,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 South Australia)에 있는 와인제조 업체 ‘The Lane Wine Company’. 이 회사의 자레드 스티링어(Jared Stringer) 최고경영자는 중국 대신 영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지만 중국 수출 손실을 상쇄하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The Lane Wine Company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면서 새로운 시장이 부상하기도 했다. 영국은 호주 와인의 수입량과 소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The Lane Wine Company’ 또한 영국으로의 수출 길을 모색했다.

스트링어 CEO는 “영국으로의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었지만 이 나라는 매우 다른 시장”이라고 말했다. 영국인들이 더 고가의 질 좋은 와인을 소비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고, 직접적 대면 마케팅 활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시음회를 할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호주 와인산업 단체인 ‘Wine Australia’ 수치는 다른 국가로의 수출 길을 모색했지만 중국 판매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신규 또는 기존 시장 확대를 통해 수출액은 10% 증가한 19억9천만 달러였으며 물량으로는 6%가 감소한 6억1천만 리터에 그쳤다.

이 단체의 업체 담당 책임자인 레이첼 트릭스(Rachel Triggs)씨는 동남아 지역 국가들에서 몇몇 유망한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사이, 홍콩의 호주 와인 수입은 120% 증가한 2억600만 달러, 싱가포르는 89% 증가해 1억6,400만 달러가 됐다.

트릭스 국장은 또한 “특히 한국은 지난 1년 동안 84%가 증가, 4,600만 달러의 강한 시장으로 부상했고 태국 및 대만 또한 약 50%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중국으로의 수출 길이 막힘으로써 호주 와인산업 전체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포도 생산자에게도 역풍

 

호주 와인에 대한 중국의 높은 관세 부과는 와이너리뿐 아니라 바인야드(vineyard) 운영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2022년산 와인 제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포도생산자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남부호주 와인산업협회(South Australian Wine Industry Association)의 브라이언 스메들리(Brian Smedle) CEO는 운송 문제, 전염병, 게다가 이상기후에 따른 최악의 날씨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시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제조업체들은 다른 판매처를 찾고 있다”면서 “중국이 레드와인 시장이었던 점에서 적포도 가격도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종합(호주 와인 3).jpg

중국의 제재로 호주 와인업계에서는 특히 레드와인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적포도 생산자들도 대체 품종을 찾고 있다. 사진 : Pixabay / ARCCmedia

 

이어 스메들리 CEO는 “업계가 대체 시장을 찾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또 중국시장의 가치나 규모를 대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는 덤핑의혹을 조사할 패널을 구성하겠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의

수입도 하향세였다”

 

중국이 호주 와인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전, 호주 와인은 중국의 수입와인 시장에서 25%의 비중으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Wine Australia’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의 해외 와인 수입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중국의 호주 와인 수입은 지난해 9월까지 이전 12개월 동안 8,800만 리터가 줄었다. 중국의 수입업체들은 다른 국가 와인을 수입했지만 그 규모는 5,500만 리터에 그쳤다. 이는 중국 내에서의 와인 소비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트릭스 국장은 이에 대해 “중국인들이 자국산 와인을 더 많이 마시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중국에는 상당 규모의 바인야드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호주와 가격 격차를 활용해 와인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는 칠레와 스페인으로, 이들 국가의 와인은 호주산에 비해 평균 가격이 크게 저렴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호주 와인 1).jpg (File Size:90.7KB/Download:9)
  2. 종합(호주 와인 2).jpg (File Size:87.5KB/Download:9)
  3. 종합(호주 와인 3).jpg (File Size:132.8KB/Download: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701 호주 ‘누가 무엇을 얻는가’의 논쟁... 호주 명예훈장 시스템의 놀라운 역사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700 호주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에서 파생된 새 변이 바이러스 출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9 호주 서부호주 ‘미저리 비치’, 호주정부관광청 선정 ‘2022 최고의 해변’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8 호주 호주 중년 여성 21%, '폭음' 수준의 음주... 2001년 대비 거의 두 배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7 호주 NSW 주 정부, ‘오미크론 영향 받은 기업 회생 패키지’ 10억 달러 준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6 호주 NSW 주 정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 ‘방역지침’ 연장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5 호주 COVID-19 관리... 감염 후 한 달 이내 재감염 가능성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4 호주 호주 소비자들, 신용카드 지불 증가 속 현금 사용도 여전히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 호주 중국의 높은 관세 부과로 호주 와인산업, 1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상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2 호주 2021년도 호주 주택가격,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22% 상승률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1 호주 2021년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멜번 남동부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0 호주 지난해 광역시드니 대부분 지역 주택가격, 최대 50%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89 호주 COVID-19 감염 관리... 증상은 무엇이고 언제 진료를 받아야 하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8 호주 COVID-19와 함께 한 호주의 2년... 감염자 1명에서 188만 9757명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7 호주 세계보건기구, “COVID-19 극단적 단계는 올해 끝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6 호주 ‘델타’ 변이 이후 호주 경제 회복세...일자리 붐으로 실업률 급락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5 호주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2020년 호주인 기대수명’ 0.7년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4 호주 COVID-19 감염 차단의 필수품, 가장 좋은 안면 마스크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3 호주 호주의 평균 소득자들, 어느 지역에서 주택구입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2 호주 브리즈번 주택 임대료, 지난해 연간 성장률에서 모든 도시 ‘압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1 호주 만약 빠른 항원검사에서 COVID-19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면...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80 호주 감추어져 있던 호주의 흑역사... “호주 역사서를 업데이트할 시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9 호주 기후변화 지속... 호주인들, 영상 50도의 위험한 폭염에 익숙해져야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8 호주 연방정부, 호주입국 국제학생-백패커에게 비자 수수료 환불 제안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7 호주 기록적인 COVID-19 환자 입원 수치 불구, 감염자의 심각한 위험성은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6 호주 ‘Services Australia’의 ‘팬데믹 병가 지원금’, 수혜 대상은 누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5 호주 연방 내각, 감염자 밀접 접촉자 격리면제 범위 확대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4 호주 팬데믹 상황에서도 호황 이어갔던 호주 부동산 시장, 올해 전망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3 호주 오미크론 변이 중증은 백신으로 보호, 확산은 계속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2 호주 취임 두 달 맞는 NSW 주 페로테트 주 총리, 주요 내각 개편 단행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1 호주 NSW 주 모바일 과속 단속 카메라 벌금, 지난 12개월 동안 4천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0 호주 ‘Australia's Welfare 2021’… 전염병 사태에서의 호주 복지 수준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9 호주 COVID-19 백신접종... 바이러스 장기 질환 위험, 과연 줄여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8 호주 아만다 로리, ‘마일즈 프랭클린’이어 ‘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까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7 호주 지난 10년 사이 NSW 공공 부문 성별 임금격차 크게 벌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6 호주 “우리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고 2022년에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5 호주 매일 일정량의 요구르트 복용, 고혈압 관리 필수 식품 될 수 있을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4 호주 NSW-Victoria, ‘오미크론’으로 일시 중단됐던 입국자 규제 철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3 호주 시드니 지역 경매 낙찰률 다소 하락, 주택가격도 떨어질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2 호주 빅토리아 주 St Andrews Beach, 올해 주택가격 상승폭 가장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1 호주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보는 호주 전문가들의 시각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60 호주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COVID-19 변이 바이러스 명칭과 특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9 호주 상위 ‘금수저’들이 재학 중인 NSW 주의 사립학교는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8 호주 NSW 주 ‘COVID-19’ 제한 규정, 15일부터 3단계 완화로 전환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7 호주 NSW 주, ‘Small Business Fees and Charge Rebate’ 2천 달러까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6 호주 5-11세 어린이 COVID-19 백신, 내년 1월 초부터 접종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5 호주 연방 재무장관, “호주경제 회복 중... 오미크론에 과민반응 자제”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4 호주 2차 접종 후 부스터샷 기간 5개월로 앞당겨, 오미크론 확산 대비 차원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3 호주 베레지클리안 전 NSW 주 총리, 연방 모리슨 총리 ‘구애’ 사양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2 호주 ‘COVID 부스터샷’, “오미크론 변이로부터 보다 강한 보호 가능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