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오늘날 한국의 교인은 좋은 교회와 좋은 목사를 동일시한다. 실제로는 목사가 교회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목사를 보고 교회를 찾아가고 다닐 교회도 정한다. 전도지에도 담임목사 이름이 반드시 들어가 있고 담임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주는 경우도 많다. 특정 교회와 담임목사가 동일시되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중심이 된다는 것은 곧 그 교회에 예수 DNA가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결국 목사가 유명한 만큼 예수 없는 교회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와 담임목사가 동일시되는 현상은 그만큼 목사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절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목사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다른 이와 차별성이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면 그것을 내세운다.

얼마 전 누군가가 올려놓은 자리가 텅텅 빈 명성교회의 새벽기도회 사진을 보았다. 그토록 넘치던 명성교회 새벽기도 예배의 자리가 도대체 왜 텅텅 비는가? 하나님이 사라지셨는가? 예수님이 떠나셨는가? 성령님이 임재하시지 않는가? 그런 것이 아니다. 명성교회 김삼환 부자의 세습이 불의하다는 인식이 명성교회 교인 사이에 커졌다는 증거다.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명성교회의 주인이 김삼환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삼환이 문제가 되니 새벽기도회 인원이 줄었다.

내 친구는 소망교회 집사다.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거액의 퇴직금과 은퇴 후에도 매달 거액의 월급을 받는다. 그것이 얼마나 불의한가를 말하자, 친구는 장로들이 곽선희 목사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친구는 소망교회의 DNA가 예수가 아니라 곽선희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최근 만났던 명성교회 출신의 한 분은 김삼환을 욕하면서도 결국 김삼환과 비슷한 목사를 자신이 좋아하고, 찾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에게도 예수의 디엔에이가 아니라 김삼환의 DNA가 심겨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현상 한 가운데 능력(puissance)이 도사리고 있다! 모두가 교회를 위해 사람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고가 절대적이라는 말이다.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이 교회를 크게 만드는 데 공헌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커진 교회는 예수와는 상관없는 부자 교회가 된 것이다. 가난한 자에게 전해지는 복음이 부자 교회에도 전해질 수 는 없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의 능력으로 커진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사단의 영광이 된다!

예수의 제자는 예수님처럼 반드시 비(非)-능력의 길을 가야 한다. 능력이 무엇이든 그것이 힘과 영향력을 가지게 될 때, 그 영광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단의 영광이 된다. 예수의 제자는 반드시 능력을 부인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비-능력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당신의 능력으로 제자를 사용하신다.

다시 한번 모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보니, 떨기에 불이 붙는데도, 그 떨기가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모세는, 이 놀라운 광경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어째서 그 떨기가 불에 타지 않는지를 알아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모세가 그것을 보려고 오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떨기 가운데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모세가 대답하였다. ‘예,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모세는 거룩한 땅에 들어가기 위해 신을 벗어야 했다. 여기서 신을 벗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신을 벗으면 거룩해지는가? 왜 모자를 벗거나 겉옷을 벗으면 안 되는가? 신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력서를 제출한다. 이력서 履歷書란 단어에서 履는 신발 ‘이’자다. 그러니까 이력서란 신발을 신고 그가 다닌 모든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이 그의 능력과 경험을 적은 기록이다.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모세가 이때까지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들, 그리고 그의 능력 모두를 내려놓는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내려놓을 때 그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며 거룩하지 못한 인간이 거룩한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모세가 그렇게 신발을 벗은 사람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그를 불러 당신의 일을 하게 하신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그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사람이다. 학위를 가진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학위로 입증한다. 그 밖의 모든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차별화되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능력은 벗어야 할 신발이다. 우리는 신발을 벗어야 거룩한 땅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의 능력을 모두 내려놓을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할 수 있다.
바울이 말하는 약함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내려놓음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능력을 모두 내려놓을 때 그를 통해 그리스도의 능력이 발현한다. 하나님이 모세를 사용하셨듯이 그리스도께서 바울을 사용하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완전히 끝난 곳에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 토로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약함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내려놓아야 했고 실제로 모두 내려놓았다. 그가 예수님처럼 비능력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베드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늘 호언장담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었기에 그는 수제자의 자리에 늘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디베랴 바닷가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내려놓는 사람이 되라는 주님의 요구를 받는다.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요21:18) 주님 말씀대로 자신의 능력을 모두 내려놓고 이끌리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는 주님이 예언하신 대로 주님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이것이 자크 엘륄이 말하는 예수의 제자가 가야 할 비-능력의 길이다. 비-능력의 길을 가는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열리고 임한다. 비-능력의 길을 가는 예수의 제자의 일이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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