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내가 "하이네"를 만난것이 중학교 때인가 한다

 

전쟁이 스러져간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영등포 시장모퉁이의

 

한 노점(露店)에 곰팡내 나는 헌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팔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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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en.wikipedia.org

 

 

내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이광수의 <나의 고백>이었다. 누렇게 바랜 표지부터

 

너덜 했고, 바로 그 틈새에 손바닥만한 낯선 <하이네 시집>이 보여서 집어들었다

 

 

 

 

이 두가지 책을 거의 거저다시피 손에 쥐고 돌아 와서 단숨에 <나의 고백>을

 

일고 혼미(昏迷) 했던 기억이다. 그가 친일파 인지 아닌지 별로 관심이 없다가

 

<나의 고백>을 보고서야 걱정도 팔자라던가, 고약한 걱정거리가 되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하이네 시집> 은 어땠나

 

하이네가 누군지도 몰랐고 몇구절 보다가 던져버린 기억이다

 

고작해야 <방인근의 벌레먹은 장미>와 <마도의 향불> 그리고 <김래성의 청춘 극장>

 

에 이어서 <이광수의 사랑>으로 넘어 가던 수준의 시절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책상 밑에 놓고 몰래 보다 선생에게 들켜 혼이 났던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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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시집>을 던저 버렸던 시절이 잠깐 지나간 것은 역시 <방인근의 벌레먹은 장미>

 

의 공이 크다. 지금도 홀로 웃으며 사춘기가 나에게도 있었구나 실소를 하게 한다

 

당시에 책방이라고는 영등포구청 옆에 하나 둘 정도 밖에 없긴 했지만, 단골 손님이

 

되었을 정도로 독서광이 되어 버린 것이 향수되어 눈을 감게 한다

 

 

 

 

그 시절 중학교 때 읽고 또 읽었던 책들을 지금도 쉽게 기억 되는 것만도 상당 했는데

 

그후 어느때 부터인가 건방을 떨면서 책 읽기를 소홀이 하고 방황 했던 어제가 그립다

 

교복 속에 가방과 모자를 감추고 담배 한갑 사들고 명동의 <청동다방>에 숨어들던 때가

 

있었다. <空超 吳相淳 오상순> 시인을 만나서 노트를 드리내밀던 것이다

 

지금도 그 노트를 한 친구가 보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얼마전에 들은 바가 있는 옛날 얘기이다

 

 

 

 

생각과 뜻이 엉망으로 뒤죽박죽 되는가 했더니 한참 세월이 갔나 보다

 

뒤 돌아보기에도 아득한 옛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망녕인가 치매 증세인가 모를 일이다

 

망구(望九)의 5월의 아침에 오늘은 골프도 포기 하고 <벌레 먹은 장미>나 불러 세워 보자

 

마침 <하이네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에 가난 했던 소년의 어제를 본다

 

 

 

 

오늘

 

5월 초하루 아침

 

커피향이 유난하다

 

 

 

꽃봉오리가 터지고

 

새들이 노래한 곳으로

 

불러 대고 있다

 

 

 

 

벌레먹은 장미

 

그래서 더 아름다운것은

 

뜨거운 심장이 터지는 소리

 

 

 

 

먼 옛날 소년의 이야기

 

누렇게 바랜 책장에

 

사랑의 숨소리가 들린다

 

 

 

 

5월의 숨소리

 

소년의 가슴에 피고

 

헐고 찟기운 세월을 보낸다

 

 

 

 

5월의 사랑 처럼

 

5월의 고백 처럼

 

소년의 어제 처럼

 

 

2017.5.1.

 

워싱턴의 신필영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jpg

 

 

 

*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nen Monat Mai

 

                  - Heinrich Heine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

 

(하인리히 하이네·독일 시인, 1797-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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