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여덟 번 째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1512858360058.jpg

 

 

소록도 국립병원을 나오는데 빗발이 제법 거세다. 경비실에 도착 거금도 버스편을 알아보니 다음 버스는 2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소록도에서 거금대교를 거쳐 거금도 휴게소까지 거리는 3km다. 나는 걷기로 결심하고 가는 길을 물었다. 경비원이 노인네가 우산도 없이 어떻게 가시겠느냐고 걱정했다. 가랑비라고 하기에는 빗방울이 약간 굵지만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걷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터널이 나타나고 터널을 벗어나자 거금대교의 위용이 드러났다. 총연장 2km 거금대교는 연도교로서는 드물게 2층 현수교다. 아래층은 보도와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는데 나는 길을 잘못 들어 차도만 있는 2층으로 비를 맞으며 걸었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았으나 비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다행히 빗방울도 차츰 약해진다. 다리 위에서 얼굴에 부딪치는 차가운 빗방울은 내가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생명감과 상쾌한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자 거금대교 휴게소가 나타났다.

 

 

1512858354739.jpg

 

1512858357321.jpg

 

 

거금도는 박치기왕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1929~2006) 고향이라고 한다. 거금도 주민의 김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은 대단했다. 김일 자신도 애향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주민들 말에 의하면 김일은 프로레슬링 배우기 위해 일본에 건너간 1956년 이전 국내 씨름대회를 휩쓸었다. 그는 부상(副賞)으로 받은 송아지와 쌀을 고향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고 한다.

 

그를 좋아하던 박정희가 하루는 김일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대통령이 소원을 물었다. 김일은 고향주민들 생업이 김을 채취하는 것인데 전기가 없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T.V로 자신의 레슬링 경기도 볼 수 없노라고 대답했다. 6개월 뒤 거금도에는 전국 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난 거금도 주민들은 한결같이 김일을 영웅으로 묘사했다. 고흥군은 2011년 거금도에 사업비 46억원을 들여 다목적 김일 실내체육관을 완공했다. 섬에 금맥이 있다는 의미의 거금도(居金島)가 거금(巨金)을 들여 김일을 기념한 것이다.

 

고흥반도와 가까운 거금도는 전국의 10번 째 큰 섬으로 인구는 4500명 정도로 해안선만 54km에 이르며 43km에 달하는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다. 해발 592미터 적대봉과 419미터 용두봉 등 가파른 산들이 있으며 적대봉 정상에는 조선시대 봉화대가 남아 있다. 거금대교를 지나면 휴게소가 나오고 그 아래는 금진(錦津) 선착장이다. ‘조금나루‘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버리고 굳이 한문 지명으로 바꾼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여기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명과 명칭이 이 모양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예전에는 녹동과 연결되는 거금도의 대표적인 포구였지만 지금은 섬 일주 유람선과 몇 척의 어선만 들락거려 쓸쓸하기 짝이 없다. 휴게소 광장에는 박치기 왕 김일을 상징하는 대형 철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1512858383475.jpg

 

 

나는 선착장을 둘러보고 휴게소에서 전어구이 백반을 먹었다. 반찬으로 나온 톳무침에서 향긋한 바다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기운을 차린 나는 4km 떨어진 연흥도 나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밭에서는 늙은 아낙네들이 줄을 지어 양파를 파종(播種)하고 있었다. 하루도 쉴 틈 없는 섬마을 주민의 일상이다. 울릉도 후유증으로 다리가 몹시 불편했다. 두세 시간마다 오는 버스를 기다리면 일정을 맞출 수 없다.

 

힘들여 도착한 연흥도 포구에는 서너 명이 4백미터 거리를 하루 일곱 차례 오가는 연락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연흥도 부부와 이곳을 방문한 목사부부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50대 연흥도 부부는 부인이 보건소장으로 남편이 함께 이주한 것이다. 주민 백 명 미만 연흥도에서 보건소장은 유일한 의사며 유지였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10인승 연락선은 5분도 안 돼 섬에 도착했다. 선착장의 아름다운 채색 소형등대는 한눈에도 범상치 않았다. 연흥도는 미술관도 있지만 섬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미술관으로 예술의 섬이다.

 

 

1512858388383.jpg

연흥도 미술관장 선호남 화백

 

 

<下편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 |
  1. 1512858360058.jpg (File Size:108.7KB/Download:20)
  2. 1512858354739.jpg (File Size:59.7KB/Download:17)
  3. 1512858357321.jpg (File Size:63.2KB/Download:28)
  4. 1512858383475.jpg (File Size:116.0KB/Download:30)
  5. 1512858388383.jpg (File Size:103.7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갈수록 오락가락하는 날씨

    뉴질랜드의 날씨 변화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요란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뉴질랜드만이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기도 한데,  이 바람에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기후가  우리 삶은 물론 지구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1월 초에 ‘국립수대기연구원(NIWA, Natio...

    갈수록 오락가락하는 날씨
  • 단일팀 접고 와일드카드 늘리자 file

    평창올림픽 평화축제를 위한 제언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평창올림픽의 남북단일팀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대 여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남북단일팀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무주에서 열린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장웅 IOC위원을 ...

    단일팀 접고 와일드카드 늘리자
  • 예술의 섬 연흥도(下) file

    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보건소장 남편이 나에게 미술관 관장 선호남 화백을 소개했다. 해발 80미터 낮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연흥도에는 수십 채 파란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골목길 집집마다 담장에 벽화...

    예술의 섬 연흥도(下)
  • 우리는 이미 외계인을 만나고 있다 file

    인간의식의 3중구조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21)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많은 지구인들은 만남에 대한 다음과 같은 환상(幻想)을 가지고 있다.   “일군의 사람들이 산 봉우리, 혹은 한적한 사막 한가운데 모여 있다. 어떤 의식을 행하고 정성들여 명상 또는 기...

    우리는 이미 외계인을 만나고 있다
  • 단일팀 타령은 이제 그만 file

    득보다 실많아 4년간 땀흘린 선수희생 없어야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분단(分斷)과 냉전논리(冷戰論理)로 이득을 취하는 수꼴세력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는 남북한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지만 남북단일팀에 대...

    단일팀 타령은 이제 그만
  • 박치기왕 섬 거금도, 예술의 섬 연흥도(上) file

    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여덟 번 째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소록도 국립병원을 나오는데 빗발이 제법 거세다. 경비실에 도착 거금도 버스편을 알아보니 다음 버스는 2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소록도에서 거금대교를 거쳐 거금도 휴게소까지 거...

    박치기왕 섬 거금도, 예술의 섬 연흥도(上)
  • 무술년의 개소리 file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금년은 무술(戊戌)년 개띠 해다. 무술년의 개는 보통개가 아니라 황구(黃狗)다. 황구는 경량급인 진도개나 풍산개와 다르다. 송아지만한 헤비급 덩치에 누런 황금빛이라 금송아지처럼 보인다. 한국정부에서는 무술년 기념화페로 30만원짜...

    무술년의 개소리
  • 왜 지구인은 외계인을 의식못할까 file

    의식의 분할구조와 집단의식 별나라형제들 이야기(20)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외계인과의 만남이 항상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는데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좀 더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오늘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왜 지구인은 외계인을 의식못할까
  • ‘타이타닉 현실주의’와 기독교인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에게] 참고 성서 : 롬 7장 21~25, 6장 20~21   ▲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들어가는 말 청빙 후보로 방문한 그 목사님의 설교는 탁월했습니다. 바로 직전에 청빙후보로 방문한 목회자...

    ‘타이타닉 현실주의’와 기독교인
  • "엄마, 우리 이제 고생 끝이야!" file

    [이민생활이야기] 내가 호날두를 좋아하는 이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식솔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가난한 엄마가 자식 중 한 명이 성공해서 어느 날 “엄마, 우리 이제 고생 끝이야!”라고 말한다면 그 엄마는 얼마나 기쁠까. 끼니때마다 많은 자식들의 배를 무...

    "엄마, 우리 이제 고생 끝이야!"
  • 목표가 뚜렷하면 성공하기 쉽다

    잠재의식으로 행동이 목표 실천에 따라가게 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잠재의식 속에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으면 반드시 성공하게 됩니다. 반대로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사람은 일상 생활이 ...

    목표가 뚜렷하면 성공하기 쉽다
  • 대학 지원서 접수 후 후속조치는?

    [교육칼럼] 서신 혹은 이메일 규칙적으로 확인해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칼럼니스트) = 지난 번 칼럼에서 조기 지원 결과에 대하여 취해야 할 조치와 마음 가짐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 들이 이 때쯤 상담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충분히 합격하...

    대학 지원서 접수 후 후속조치는?
  • 여명의 눈동자와 위안부합의 file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위안부’와 ‘정신대’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신문 연재소설을 통해서였습니다. 1975년부터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김성종의 대하소설 ‘여명(黎明)의 눈동자’였지요. 40대 이하라면 소설보다는 1991년 MBC에서 방영된 동명의 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위안부합의
  • 벽안의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file

    천형(天刑)의 섬 낙원의 섬 소록도(3)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지난 2016년 5월17일은 소록도병원과 한센인 정착촌이 생긴 100주년이었다. 소록도가 속한 전남 고흥군은 이에 맞추어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돌보다 2005년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벽...

    벽안의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 행복을 앗아가는 도둑

        행복을 앗아가는 도둑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인류 역사를 통틀어 발생했던 재앙 가운데 가장 끔찍했던 사건으로 꼽히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흑사병이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고 간 흑사병은 당시로서는 도...

    행복을 앗아가는 도둑
  • 꿈이여, 멀리 가다오 file

    해우당 일기       Newsroh=김지영 칼럼니스트     겨울이 깊어지면 무섬 마을은 적막(寂寞) 속으로 빠져든다. 관광 민박이 주업처럼 돼 늘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마을이지만, 한겨울에 접어들면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다. 추위가 몰아칠 때는 대낮에도 밖에 나다니...

    꿈이여, 멀리 가다오
  • 우선순위따라 갑시다 file

    적폐청산과 평화통일     Newsroh= 장호준 칼럼니스트     예수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로 수천명 사람들을 배불리 먹게 했습니다. 그러자 배불리 먹은 사람들이 “예수를 왕으로 삼자”고 하면서 예수를 찾아 따라옵니다.   그들을 보고 예수가 말합니다.   “...

    우선순위따라 갑시다
  • 깨어나는 지구인들 file

    별나라형제들이야기 (19)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외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인간과 외계인과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다만 지구인이 지각(知覺)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외계인과의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 ...

    깨어나는 지구인들
  •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과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환영하며 file

    민주평통 달라스 협의회 유석찬 회장(왼쪽)과 오원성 위원장(필자. 오른쪽)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과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환영하며 오원성_제18기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부회장     “평창!” 2011년 7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감격스런 한 마디에 ...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과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환영하며
  • 평창올림픽, 남북통일 앞당길 절호의 기회

    [시류청론] ‘한반도 운전자론’ 실현… 비핵화 요구는 판 깨는 소리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1월 9일 고위급 회담 개최 등 남북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1월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평창올림...

    평창올림픽, 남북통일 앞당길 절호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