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선 핵폐기 후 보상’ 잠꼬대부터 멈춰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시사인> 3월 27일치를 보면,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국제관계학부 석좌교수(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가 “트럼프는 북한과 관련해 역대 정권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반드시 이루겠다는 목표가 강하다. 현 시점에서 그 목표는 바로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중순 뉴욕을 방문해 북미 외교 채널 가동에 관여하고 있는 고위 관계자와 만났을 때 “현재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를 위해 채널이 가동 중이다. (이와 관련) 북미 관계는 상당히 깊숙이 (대화가) 오가고 있다. 잘하면 금년 안에 연락사무소가 들어갈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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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미국이 노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평양 주재 미국공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를 통해 가공할 위력의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개발을 중단시키고 가동 중인 핵시설을 폐쇄하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희망대로 북한이 핵 동결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당장 미국 본토가 안전해지고 북한의 핵 능력 증강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다.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가 생기면 미국인들의 전쟁 공포를 덜게 돼 11월 중간 선거에 공화당이 유리해 질 것이니 트럼프의 이러한 노력은 10월 이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털어 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행 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대북 제재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며 ‘단계적 비핵화’에 난색을 표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기본 틀로 한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청와대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언론 및 북한 전문가들 역시 청와대처럼 북한이 백기 투항을 뜻하는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3월 31일치 보수 매체 <내셔널 리뷰>를 보면, 미국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북한과 전쟁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북한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미국을 훨씬 능가하는 군사력을 지닐 수 있게 된 러시아가 북한의 확실한 ‘뒷배’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 이번 북중정상회담으로 중국마저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되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북한의 선 핵폐기 후 보상’? 미국은 꿈깨라!

미국이 북한에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수십 년 된 주장을 또다시 들고 나온다면 북한은 후세인, 카다피는 물론, 9.19 공동성명 발표 직후, 미국이 거짓 사실을 조작해서 폐기시킨, 자기네가 직접 당한 미국의 배신행위부터 상기할 것이다.

당시, 미국 이외의 5대국 6자회담 대표들은 미국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허탈감을 느꼈을 뿐이다.

그 후 한미 보수언론 매체들은 항상 그래 왔듯, 이 사건을 정부 측이 가짜뉴스를 조작해서 주장한 그대로 그게 사실인양 보도하여 국민들을 속였는데, 이번에도 단 한건의 증거 제시도 없이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은 옛날 북한이 했듯이 또 보상만 받고 비핵화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7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 성명을 보면,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양 정상은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통해, 비핵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포함한, 양국 공동의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은 종래의 제재와 압박에서 한 발짝이라도 변화된 내용이 있는가? 북미정상회담까지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미국은 그동안 무얼 준비할 수 있을지 답답한 건 북한이 아닌 미국이다.

수십 년 간 미국이 북한에 강요해 온 ‘선 핵폐기 후 보상’을 볼턴을 통해 아직도 잠꼬대 하듯 되풀이한다면 이번 북중정상회담 성공을 보았듯이 외교전에서도 미국은 계속 북한에 패할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 비핵화라는 말의 뜻은 지난 1990년 대 초부터 북한이 한결같이 요구해 온 미국의 ‘적대정책철회-북한체제안전보장-북미간정식수교’ 조건이 북미 간에 확약되면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핵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군사력을 제대로 지닌 나라치고 그러한 조건 없이 무조건 항복하는 바보 같은 나라가 있을까?

그간 미국 등 서방 세계는, 특히 이번 북중정상회담 성공을 보고 김정은을 너무 과소평가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 제일주의에 젖어있는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깨닫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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