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이민자 사기꾼’을 보는 심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우리 부부는 일손을 놓은 후에야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막장’이라 불릴만한 드라마를 몇 편이나 보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할멈이 “드라마 같이 보자”고 하면 마지못해 보곤 했으나, 지금은 나도 즐겨보게 되었다.

어느 한국 역사 드라마는 한 아랍국가의 국민의 90%가 보았다고 한다. 동남아 이민자들 중에 자신들도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면서 한국 배우들의 이름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한국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역이민자가 한두사람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배역이 하나 같이 사기꾼이나 협작꾼 등으로 나와서 같은 이민자로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중에도 한 부부가 투자금을 긁어 모아 미국으로 도망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어느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해서 다시 미국가서 사업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나온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저런 정신으로 살 수 없는 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민 초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다 낚시터에서 나는 동족으로부터 “당신 뭐 해먹고 살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예, 자동차 정비공 해서 먹고 삽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면전에서 “별 볼일 없는 친구로구만”이라고 하였다. 말투가 비하적이어서 신분은 둘째치고라도 나이만큼은 나보다 많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살 아래였다.

나는 그들 부부가 미국에 이민온 후 무엇을 해먹고 살았는지 모른다. 다만 일찌기 소셜 혜택을 받으며 살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같은 이민자로써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떤 정신과 뜻으로 이민을 왔는지 이해가 안간다.

앞에서 역이민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얘기했는데, 나는 이 자리에서 감히 한국 드라마를 비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별 볼일 없는 노동직이라도 열심히 일해서 정직하게 세금 내고 살면 후에 열매를 거두고 그런대로 맘 편히 살아갈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스스로 땀을 흘려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야 두고온 조국이나 이 나라에 득이 된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매년 3월 셋째주 토요일은 미국에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이다. 미국땅에서 아이리쉬 후손들이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을 기리는 날이다. 이 날은 하루종일 텔레비전에서 아일랜드의 역사와 아이리쉬들이 이 땅에 옮겨와 얼마나 고생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했는가를 보여준다.

심지어 여러 전쟁터에서 아이리쉬들이 미군으로 참전하여 큰 공을 세우는 전쟁영화도 방영한다. 이날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디즈니월드에 가보면 모든것이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상징 색깔인 초록색으로 변하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미국땅 곳곳에서는 아이리쉬들의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은 아이리쉬들의 이민 역사가 부끄럽지 않고, 그들이 이 땅에서 뿌리를 깊이 내린 탓이다.

드라마에서 미국에 오는 이민자들이나 역이민자들이 사기꾼이나 협잡꾼이 아닌, 보다 긍정적인 배역들이 절로 나올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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