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동방경제포럼이 9월 2일부터 4일까지 일정으로 개최됐다. 동방경제포럼은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외국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개최해 오고 있는 포럼 형식을 갖춘 대규모 국제회의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던 포럼은 지난 해엔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개최가 최소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정부의 행사 재개 의지로 포럼이 열렸다. 러시아정부는 팬데믹 상황임을 감안해 행사참가자를 예년의 약 절반인 약 4천명 수준으로 줄이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행사 참가가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올해 포럼은 “변화하는 세계 속, 극동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모토를 내걸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종 분야별 세션으로 진행됐다. 예년과 다름없이 행사참석자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도 준비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재집권 이후 신동방정책을 러시아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 아시아태평양국가와의 관계강화와 러시아극동지역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는 매년 9월 초엔 모든 일정들을 뒤로 하고 블라디보스톡 행사장에 빠짐없이 참석해 행사 전반을 직접 챙겨오고 있다. 행사기간 중 계속 머물며 행사 참가국 정부, 기업대표단 등과 만나 정력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동방경제포럼은 그 동안 꾸준히 형식과 내용의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동방경제포럼은 단순히 경제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동북아 지역의 정치, 외교분야까지를 아우르는 국제포럼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젠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양한 지역적, 공통적 현안들을 함께 포괄하여 논의하는 대규모 국제포럼으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동방경제포럼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다. 2016년 9월 개최된 제2회 동방경제포럼엔 당시 한국 박근혜 대통령, 일본 아베 총리 등 국가 수반 급이 직접 참석했다. 경제포럼이 각국정상들이 참석해 지역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2017년 9월에 개최된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 몽골의 바툴가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2018년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그리고 2019년엔 인도의 모디 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하는 등 여러 정상급 국가지도자들과 각국 외교부, 경제부 장관들도 참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베 일본총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포럼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도 2017년 이후엔 매년 꾸준히 크고 작은 경제대표단을 행사장에 파견해 오고 있다.

 

2019년 5차 동방경제포럼 당시, 행사장엔 65개국 약 9천명에 이르는 참석자들로 역대 최대의 성황을 이루었다. 일본과 중국의 참가자가 가장 많았고 한국, 인도 그리고 몽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베트남이 상당수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러시아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행사기간 중 약 523억달러 규모의 270개의 협약이 체결되었다. 약 1200명에 이르는 각국 취재진으로 취재열기 역시 뜨거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신북방정책'을 새로운 한국정부 국가발전전략으로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 러시아와 함께 철도, 전력, 가스, 북극항로, 수산, 농업, 조선, 항만, 산업단지 등 9개 사업영역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며 이것을 '9-브릿지(Bridge)’ 로 이름 붙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제 4차 동방경제포럼에 자신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를 파견해 푸틴 대통령에게 방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한러 양국은 푸틴 대통령의 답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 등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문재인정부는 지난 임기 동안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을 한러 관계 발전과 경제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계기로 잘 활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엔 행사 개최를 바로 코앞에 두도록 한국정부는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고, 한국언론에서도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보도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우선 코로나 상황의 지속으로 한국 대표단의 행사 참석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국면의 지속과 북한문제가 한러 협력사업 실현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대통령의 행사 직접 참석, 2018년 이낙연 국무총리 행사참석 그리고 2019년 홍남기 부총리 행사참석에서 확인 해 볼 수 있듯이 한국 대표의 격이 점차 낮아졌고 행사 참석인원이 감소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일본은 매년 아베 총리를 대표로 하여 중국과 서로 1위를 다투며 경쟁하듯이 대규모 인원을 파견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문재인정부의 대 러시아정책, 대 유라시아정책 역시 과거 정부들과 매 한가지로 또 다시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든다.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복잡성은 많은 부분이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지경학적 복잡성에 원인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해결이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한국의 역사적 숙명과도 같다. 자주 이야기되고 있듯이 유라시아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특히 유라시아국가들의 리더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와는 관계 강화는 한국의 중장기적 국가이익에 매우 부합된다. 그리고 미국 혹은 중국,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는 국가방향이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후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면 한국경제에 재도약의 기회가 됨과 동시에 동북아지역의 정치적 안정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실현하는데 매우 유리한 공간을 제공해 오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국가 이익 실현을 위한 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한국정부와 언론에서 동방경제포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사본 -14206054_575355639319362_6270835651818121872_o.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원일의 모스크바 뉴스’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kwil&page=2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file

      [시류청론]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미국, 행동으로 보여줘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선중앙통신> 10월 12일치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이 땅에서 동족끼...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 형통함과 신앙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구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것은 구원이 아니다. 성서는 구원 받은 이들을 새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그...

    형통함과 신앙
  • 환대 file

      [호산나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거의 매일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곧 환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환대는 복음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

    환대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file

    [시류청론] 당 선관위 결정 불복은 민주주의 상식 외면하는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표 계산 방식에 공식적으로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 걱정 말아요 그대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어제는 빵을 샀다. 빵집에 가면 빵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 예약된 사람들만 빵을 살 수 있다. 한참을 빵을 구경했지만 빵집사장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나...

    걱정 말아요 그대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시류청론] 바이든 정부, 미 국익 위해 대담한 사고 전환 필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3대 원칙’을 고수해온 결과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시류청론] 대화 계기 마련되면 해빙 급물살 탈 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9월 24일 북 외무성 리태성 부상은 담화에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file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입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이나 학교운동장에서 흔히 즐겼던 놀이를 ‘데스 게임’(Death Game)의 독특한 소재로 활용했는데요. 더하여 극한상황에 몰린 사람...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 그리스도인과 추석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세례 요한 같다는 말이다.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와 같다는 의미이다. 그다지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나는 초기 그리스도인, 혹은 요한 공동체에서처...

    그리스도인과 추석
  • “한가위 새벽 공원 달빛아래서 만난 세 사람” file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쉰두 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한가위 명절 뜻있게 보내셨는지요. 이곳 미국에서는 한가위 명절을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 이민 연륜이 짧은 동포일수록 그나마 한인마켓에서 송편을 사다 먹는 것으로 추석을 기억할 뿐입니다. 음력설도 마찬...

    “한가위 새벽 공원 달빛아래서 만난 세 사람”
  • 심화하는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 한국의 선택은? file

      [시류청론] 미·영·호주 '오커스'에 미·한·러 안보동맹 가능성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AU. UK. US.) 가 발족하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발끈했다.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오커스를 출범시키면서 호...

    심화하는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 한국의 선택은?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 file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지난 9월 6-7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이란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나는 학술회의 공동 주최자 중에 일원인 러시아역사학회의 초청을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
  • 코로나 시기의 교회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코로나는 특히 교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예배가 대면예배 금지 조치로 그 기반이 흔들렸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고 다시 대면예배를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

    코로나 시기의 교회
  • 美스쿨버스 운전사 왜 줄어들까 file

      스쿨버스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주 방위군 250명을 동원 해서 학생들 등하교를 작전처럼 진행하고 있는 실정 입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원격수업(remote study)'를 출...

    美스쿨버스 운전사 왜 줄어들까
  •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 누구를 위한 건가

      [시류청론] 문재인 정부, 중러북 의식해 신중히 처신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9월 2일 내년도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처리했는데,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 누구를 위한 건가
  • “내 주먹을 믿으라”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내 주먹을 믿으라.” 어려서 나는 이 말을 많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동네싸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살던 영등포역에는 중국인 촌이 있었다. 우리는 그 동네 아이들과 전쟁을 치렀다. 나무로 칼을 만들...

    “내 주먹을 믿으라”
  •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file

        제6회 동방경제포럼이 9월 2일부터 4일까지 일정으로 개최됐다. 동방경제포럼은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외국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개최해 오고 있는 포럼 형식을 갖춘 대규모 국제회의다. 해를 ...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 FDA가 치료에 대한 모든 답을 주진 않는다 file

      [기고] 코로나 상황, 일부 국가의 '동정적 사용계획' 참고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부분의 현대 의사들과는 결이 다른 허버트 레이 박사 (Dr. Herbert Ley Jr.)는 197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DA(식약청)의 실상을 드러내 미국의 의료...

    FDA가 치료에 대한 모든 답을 주진 않는다
  • 가공할 한국 군사력, 세계 6위서 5위로 도약할 판 file

      [시류청론] 남북 모두 무력통일 포기하고 평화통일 대화 이뤄져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된 한국 미사일 지침 해제에 따라 각종 미사일 등 국산 첨단무기들이 세계 선진국들까지 놀라는 수준에 이른 것이 알려지자 한...

    가공할 한국 군사력, 세계 6위서 5위로 도약할 판
  • 스탠리의 뉴스포커스 (71) COVID-19/변종돌파감염/부스터샷/개량...

    스탠리의 뉴스포커스 (71) COVID-19/변종돌파감염/부스터샷/개량백신개발 관건   박성훈 (Stanley Park JP) KR Local Govt Overseas Advisor NY State Govt Economy Council US Northwest Airlines Supervisor NZ Unsung Cmm Hero Award 2008 AK Heroes Civic Award 2010...

    스탠리의 뉴스포커스 (71) COVID-19/변종돌파감염/부스터샷/개량백신개발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