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바이든 정부, 미 국익 위해 대담한 사고 전환 필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3대 원칙’을 고수해온 결과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이 지적한 3대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협조해야 한다.
둘째, 북한을 악한 국가로 규정, 도덕적 접근을 계속 유지한다.
셋째, 북한에는 경제, 외교, 정치 문제에 무관심하고 오로지 군사와 핵문제에만 좁게 초점을 맞춰 접근한다.

harold.jpg
▲ 필자 김현철 기자
 

 

윤 전 장관은 9월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애틀랜틱카운슬 공동 주최 연례 포럼 토론회에서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은 이제 이러한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야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1990년대 미국은 베트남과 오랜 전쟁을 벌였던 과거를 잊고 외교 관계를 열었다. 그 보다 더 심각한 관계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대담한 사고가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9월 20일 방미 중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을 만나 “북이 지난 4년 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적극적 상응 조치로 개성공단 복원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복원 안 되면, 북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쪽이 남북관계 악화 원인을 잘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했다며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또 문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서도 김 총비서는 ‘종전 선언에 앞서 타방에 대한 존중은 물론, 편견적 시각,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의 요구’라고 했다.

이는 9월 15일 거의 같은 시각에 남북이 약속이나 한 듯 각각 미사일을 쏘았을 때 북에는 ‘유엔안보리 위반’이라 비난하고, 남쪽에는 ‘북 미사일 억지 기능’으로 환영한 것에 대한 미국 측의 이중 잣대를 지적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또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해서 ‘출범 8개월간의 행적이 보여 준 것처럼 대북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 교활해졌다’고 짚었다.

더구나 ‘미국은 외교적 관여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역대 미 행정부가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과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언급들이다.

이에 미 국무부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자세가 되어 있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8개월 간 줄곧 들려 준 대북 관계 메시지를 되풀이 했을 뿐이다.



“북한이라는 배를 흔들지 말라”

 


바이든 정권이 출범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 참모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은 “(북한이라는) 배를 흔들지 말라.”였다. 미국의 복수 언론이 보도했듯, 미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애써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법무부가 북한의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 인물 3명을 제재했다고 발표, 북한을 ‘범죄조직’이라고 칭하자 이에 백악관은 발끈하면서 ‘백악관과 조율되지 않은 표현’이라며 법무부를 힐책(詰責)했다.

과거 한미연합훈련의 공식명칭은 ‘팀스피릿(연대의식)’, ‘키리졸브(중요한 결의)’,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이었다. 팀스피릿이나 키리졸브라는 영문명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공식 명칭을 통해 ‘북한에 맞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지난 2월 27일치 사설에서 “연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도 실탄 한번 쏘지 않는 컴퓨터 게임으로 진행됐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훈련 이름도 붙이지 못해 ‘홍길동 훈련’이란 말까지 나왔다”라며 미국을 조롱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이렇게 한 뒤 제재 완화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등 외교적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에서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벌이는 척해서 체면을 세우고 뒤로는 북한에 대화를 손짓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이미 빌 클린튼 시절 북미 외교 수립을 위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 북의 실상을 알고 난 이후 20여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체면 차리기 쇼’를 하다가 끝내 수습 못할 지경에 이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대중전쟁 감행할 수 있을까

    [시류청론] 급성장한 중국의 군사력, 동맹국 동조도 난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18일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고 하자 영국이 이에 호응했고 호주도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대중전쟁 감행할 수 있을까
  • 반사행동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는 오랜만에 책을 사러갔다. 바오로 딸과 아가페 서적이 가까이 있는 분당엘 갔다. 오랜만이라 쉽게 서점을 찾지 못했다. 두 곳 모두에 이전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열 권 ...

    반사행동
  •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가 위험하다… 한국이 갈 길은? file

      [시류청론] 날로 커지는 미중전쟁 징후… 강대국 합종연횡 눈여겨 봐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5개월여를 앞두고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 3년 전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선언 제1항’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가 위험하다… 한국이 갈 길은?
  • 종교개혁에 붙여 file

      [종교칼럼] (서울=어지니교회) 최태선 목사 = 개신교는 종교개혁주일을 지킨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개신교에겐 이 날이 독립기념일 같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톨릭의 이날은 국치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종교개혁이란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사...

    종교개혁에 붙여
  • 바이든, 종전선언 끝내 외면하려나

    [시류청론] 앞에선 남북 합의 환영, 뒤에선 시간끌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G20 회의 참석차 로마에 간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9일 교황을 면담, 2018년 북한 지도층의 의향을 확인한 후 요청했던 방북을 재차 요청했고, “초청장이 오면 여러분...

    바이든, 종전선언 끝내 외면하려나
  • 내 잔이 넘칩니다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목자들이 양을 몰아가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때론 양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얼어붙은 강을 건너야 하기도 한다. 밤이면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야 한다. 이 ...

    내 잔이 넘칩니다
  • 대만 둘러싼 패권 다툼… ’중미전쟁’이 두렵다 file

      미국,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경쟁 중국에 패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이 2030년 경 개발을 끝낸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음속 5배 이상 속도)을 중국이 지난 8월 극비로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근 미국도 극초음속미사...

    대만 둘러싼 패권 다툼… ’중미전쟁’이 두렵다
  •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 친서를 보낸 이유는? file

      [시류청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분쇄 전략의 일환인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9월 15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방한하는 날에 맞춰 전례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세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 친서를 보낸 이유는?
  •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file

      [시류청론]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미국, 행동으로 보여줘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선중앙통신> 10월 12일치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이 땅에서 동족끼...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 형통함과 신앙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구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것은 구원이 아니다. 성서는 구원 받은 이들을 새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그...

    형통함과 신앙
  • 환대 file

      [호산나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거의 매일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곧 환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환대는 복음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

    환대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file

    [시류청론] 당 선관위 결정 불복은 민주주의 상식 외면하는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표 계산 방식에 공식적으로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 걱정 말아요 그대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어제는 빵을 샀다. 빵집에 가면 빵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 예약된 사람들만 빵을 살 수 있다. 한참을 빵을 구경했지만 빵집사장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나...

    걱정 말아요 그대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시류청론] 바이든 정부, 미 국익 위해 대담한 사고 전환 필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3대 원칙’을 고수해온 결과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시류청론] 대화 계기 마련되면 해빙 급물살 탈 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9월 24일 북 외무성 리태성 부상은 담화에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file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입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이나 학교운동장에서 흔히 즐겼던 놀이를 ‘데스 게임’(Death Game)의 독특한 소재로 활용했는데요. 더하여 극한상황에 몰린 사람...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 그리스도인과 추석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세례 요한 같다는 말이다.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와 같다는 의미이다. 그다지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나는 초기 그리스도인, 혹은 요한 공동체에서처...

    그리스도인과 추석
  • “한가위 새벽 공원 달빛아래서 만난 세 사람” file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쉰두 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한가위 명절 뜻있게 보내셨는지요. 이곳 미국에서는 한가위 명절을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 이민 연륜이 짧은 동포일수록 그나마 한인마켓에서 송편을 사다 먹는 것으로 추석을 기억할 뿐입니다. 음력설도 마찬...

    “한가위 새벽 공원 달빛아래서 만난 세 사람”
  • 심화하는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 한국의 선택은? file

      [시류청론] 미·영·호주 '오커스'에 미·한·러 안보동맹 가능성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AU. UK. US.) 가 발족하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발끈했다.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오커스를 출범시키면서 호...

    심화하는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 한국의 선택은?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 file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지난 9월 6-7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이란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나는 학술회의 공동 주최자 중에 일원인 러시아역사학회의 초청을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