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창] ‘정권교체’만이 답인가?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2017. 5. 10.)

우리 모두가 들었던 말이다. 매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특히 이 대통령의 취임사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회개혁이라는 변화는 그처럼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특히 박근혜의 사면을 놓고 화가 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그것이 지난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에서 결과로 드러났다.
나는 그렇게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촛불 참여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정권을 교체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권을 교체하면 그 사람들이 사회개혁을 이어나갈 것 같은가.

그렇다면 서울을 보라. 비록 박원순 시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지만 그가 추진하던 일들이 정말 무의미했는가. 잘 생각해보라. 아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현 시장이자 박 시장의 전임 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개혁인가. 그래서 마음에 드는가. 그가 몰두하고 있는 일은 전임시장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며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바람직한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라.

나는 가급적 노골적인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윤석렬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생각을 해보라. 그 사람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나오겠는가. 기껏해야 김종인 같은 사람의 뒤로 숨는 일밖에 더하겠는가. 그걸 인재를 등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재를 등용하는 것도 등용하는 사람의 통치철학이 있어야 제대로 된 등용이 가능하지 않은가. 작금의 사태를 보라. 그렇게 모인 선거단이 정치 참모들이 된 상황을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중구난방이 아닌가. 그렇게 모이면 어떤 사람이 들어가도 오합지졸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이든 국가든 변화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변화란 언제나 무질서를 초래하고 그것이 다시 가라앉고 정리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의 경우에는 개인의 변화와 같은 일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의 변화도 더디기 마련이거나 힘든 것처럼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디고 더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후 다시 왕정복고가 되었다. 그렇다면 프랑스대혁명은 말짱 도루묵이었는가. 아니다. 프랑스대혁명은 인류 역사에 깊이 갈라진 틈(chasm)을 만들어냈다. 역사가의 말처럼 프랑스대혁명 이후에는 어떤 사람도 더 이상 인간을 밟고 다니는 도로(pavement)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촛불혁명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은 인류 역사의 또 다른 위대한 혁명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명예혁명이었으며 또 다른 무혈혁명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대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왕정복고도 일어날 수 있고 그보다 더 실망스런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촛불혁명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이 명확해지지 않는가.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언급되었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계속해서 추구되어야 한다.

그 일을 국힘당과 윤석렬에게 맡기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차기 정권을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현 정부의 결과에 불만이라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철회되어야 한다. 왕정복고가 꼭 필요한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거쳐 다시 우리 사회가 사회변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증폭될 희생양들까지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하지만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던 사람들에게 권력이 쥐어지면 그들이 폭군이나 귀머거리로 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제발 정신을 차리자. 사회의 변화에 앞서 개인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을 해보라. 집값이 올랐지만 집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스스로 집값을 내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사회는 개인의 이익이 첨예한 정글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저절로 높아지는가. 아니다. 개인에게도 관성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는 개인에게서보다 더 바꾸기 어려운 관성이 존재한다.

그 관성이 꼼짝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 균열이 일어날 수 있고, 어느 순간 작은 힘에도 그것이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는 꾸준히 변화되어나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의 초점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은 촛불혁명이 틀렸으니 다시 이전 정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생각해보라. 태극기부대가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촛불혁명 덕이다. 사랑제일교회가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변화의 한 단면이다. 박근혜 정부였다면, 이명박 정부였다면 그들은 최소한 물대포에 날라갔을 것이다. 왜 이렇게 중요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가.

나는 이재명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선택은 고유한 각자의 권리이다. 다만 촛불혁명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조급하게 결과에 연연하고 거기에 분노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가. 집값이 전부인가. 일자리가 전부인가. 자신의 처지와 이익에 따라 사회 전체를 판단하지 말고 우리 시대의 문제가 무엇이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그런 후에 차기 정부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하자. 촛불혁명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을 이어가고 완성해나갈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자. 나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지하고 침착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회가 변화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
  1. mqdefault.jpg (File Size:15.8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file

      [열린창] ‘정권교체’만이 답인가?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 권정생과 강아지똥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 만난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강아지 똥으로 그리는 하나님 나라>다. 권정생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도 했다. 나도 그렇다. 지금도 가끔 권정생 선생님을 소재로...

    권정생과 강아지똥
  •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file

      [시류청론] 독일 언론, 미국 매체, 한국계 미국 교수 등 우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퉁>은 최근 ‘청년들을 위한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은 ‘한국 대선은 이 후보 당선으로...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내가 쓰는 글의 주제 가운데 가난과 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런 글들은 예외 없이 인기가 없다. 만일 내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가난과 돈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리...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file

      윤 후보 ‘무지’ 드러낸 대선토론... '기대 난망' 분위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북 선제타격 발언으로 미국까지 불안하게 만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월 22일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 마크 램...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file

      "보수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은 북 도발 유발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에 맞춰 개최된,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날로 우심...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 file

    요셉의 꿈, 거위의 꿈 (*아래 글은 지난 2016년 4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최근 세언협 단톡방에서 재외 언론인의 역할, 정체성, 자세 등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
  • 아직도 '멸콩의 횃불'을 부르는 사람들 file

      [허리케인 칼럼] 윤 후보에 가슴 철렁, 한방에 훅 간 정치인 떠올린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자, 여기들 좀 보세요, 지금 내 손에 들린 이것이 뭔지 아십니까?"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50년 2월, 웨스트 버지니아 휠링의 한 여성단체가 주최한 연설...

    아직도 '멸콩의 횃불'을 부르는 사람들
  • 세계 정상급 오른 대한민국 해군 전쟁능력 file

      한국, 림팩 기동부대사령관까지 맡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세계인들이 2010년 이후 대한민국을 군사력 6위, 경제력 10위 등 모든 부문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음은 이제 당연지사가 되었다. 한국 육군의 전쟁 수행능력은 이미 베트남전...

    세계 정상급 오른 대한민국 해군 전쟁능력
  • ‘박근혜 사면’은 촛불국민 배신한 역사적 악수(惡手)

      [시류청론] ‘본부장’ 부패혐의로 윤 지지층 이탈하는 판에 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월 24일 문 대통령의 박근혜 특별사면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

    ‘박근혜 사면’은 촛불국민 배신한 역사적 악수(惡手)
  • 신년사 file

          [종교칼럼] 기꺼이 가난해지는 교회 되기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한 교회의 자모실에 노숙인이 들어와 잠을 잤다. 마침내 그 교회 목사님이 그 사람을 잡았다. 그 교회 목사님은 한참을 생각하신 후에 주무신 후에 불을 끄고 문을 잘 ...

    신년사
  •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대중전쟁 감행할 수 있을까

    [시류청론] 급성장한 중국의 군사력, 동맹국 동조도 난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18일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고 하자 영국이 이에 호응했고 호주도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대중전쟁 감행할 수 있을까
  • 반사행동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는 오랜만에 책을 사러갔다. 바오로 딸과 아가페 서적이 가까이 있는 분당엘 갔다. 오랜만이라 쉽게 서점을 찾지 못했다. 두 곳 모두에 이전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열 권 ...

    반사행동
  •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가 위험하다… 한국이 갈 길은? file

      [시류청론] 날로 커지는 미중전쟁 징후… 강대국 합종연횡 눈여겨 봐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5개월여를 앞두고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 3년 전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선언 제1항’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가 위험하다… 한국이 갈 길은?
  • 종교개혁에 붙여 file

      [종교칼럼] (서울=어지니교회) 최태선 목사 = 개신교는 종교개혁주일을 지킨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개신교에겐 이 날이 독립기념일 같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톨릭의 이날은 국치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종교개혁이란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사...

    종교개혁에 붙여
  • 바이든, 종전선언 끝내 외면하려나

    [시류청론] 앞에선 남북 합의 환영, 뒤에선 시간끌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G20 회의 참석차 로마에 간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9일 교황을 면담, 2018년 북한 지도층의 의향을 확인한 후 요청했던 방북을 재차 요청했고, “초청장이 오면 여러분...

    바이든, 종전선언 끝내 외면하려나
  • 내 잔이 넘칩니다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목자들이 양을 몰아가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때론 양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얼어붙은 강을 건너야 하기도 한다. 밤이면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야 한다. 이 ...

    내 잔이 넘칩니다
  • 대만 둘러싼 패권 다툼… ’중미전쟁’이 두렵다 file

      미국,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경쟁 중국에 패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이 2030년 경 개발을 끝낸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음속 5배 이상 속도)을 중국이 지난 8월 극비로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근 미국도 극초음속미사...

    대만 둘러싼 패권 다툼… ’중미전쟁’이 두렵다
  •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 친서를 보낸 이유는? file

      [시류청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분쇄 전략의 일환인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9월 15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방한하는 날에 맞춰 전례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세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 친서를 보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