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녹색당 정책 1).jpg

지난해 일부 카운슬에서 호주 국경일인 ‘Australia Day’의 날짜 변경 시도가 나온 가운데 호주 녹색당(Greens)이 ‘Australia Day’의 날짜를 변경안을 올해 ‘당 핵심 정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 : aap

 

올해 당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 턴불, “국가 분열 처사” 강력 비난

 

호주 국경일 ‘Australia Day’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녹색당(Greens)이 올해 새 핵심 정책안으로 ‘Australia Day’의 날짜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주 월요일(1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녹색당 리차드 디 나탈레(Richard Di Natale) 대표가 “전국 100명 이상의 녹색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councillors)과 논의를 거쳐 해당 안건을 국민 토론으로 상정시키기 위한 ‘날짜 변경(change the date)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호주 원주민들이 이 날을 영국 식민지의 폭력과 트라우마(trauma)를 상징하는 날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멜번(Melbourne)의 ‘야라 시티’(City of Yarra)와 ‘대어빈 시티’(City of Darebin) 및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의 ‘프리맨틀 시티’(City of Fremantle)가 ‘Australia Day’의 날짜를 변경한 데 이어 더 많은 지역 카운슬(Council)이 이들의 행보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본지 2017년 8월18, 24일자 보도).

‘Australia Day’는 1788년 1월26일 아서 필립(Arther Phillip) 선장이 11척의 죄수선을 이끌고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도착한 날로, 호주는 이 날을 국가 출발로 보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호주 원주민 지도자들은 많은 자료들을 통해 1월26일은 죄수들의 유배지가 필요했던 영국 백인들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식민지를 건설한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탈레 녹색당 대표는 지난 일요일(14일)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호주인들은 전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날을 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의 융화로 형성된 자유롭고 열린사회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1월26일은 그런 날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원주민의 아픈 역사는 지난 200년간 호주를 분열시키고 수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며 “이제는 이 아픈 역사를 숨기고 포장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Australia Day’ 날짜를 둘러싼 이슈는 지난해 11월 ABC 방송의 청소년 라디오 진행자 ‘트리플 J’(Triple J)가 ‘올해 최고 인기 음악 100위’(annual Hottest 100 music)의 카운트다운을 1월 26일에서 27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트리플 J’는 원주민 단체 및 음악인들로부터 카운트다운 시작 날짜를 변경하라는 압력을 받아 시청자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치 파이필드(Mitch Fifield) 통신장관은 이 같은 ABC 방송의 결정과 관련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자당 소속 카운슬 의원들에게 각 지역의 ‘Australia Day’ 날짜 변경 움직임을 지지하며 필요한 것을 지원하겠다는 서한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어 지역 커뮤니티 단체들에게도 이 변경안에 대한 교육과 설득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만다 스톤(Amanda Stone) 야라 카운슬 시장은 녹색당의 계획에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이는 올바른 일이며, 역사가 이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 계획에 거센 반발도,

여당 및 다른 야당도 ‘비난’

 

최근 호주 전역에서 ‘Australia Day’의 날짜를 변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집권 여당은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는 프리맨틀 카운슬의 ‘시민권 수여식’ 날짜 변경 움직임을 막고, 녹색당이 주도한 빅토리아(Victoria) 주의 야라 카운슬과 데어빈 카운슬의 ‘시민권 수여식 폐지안’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종합(녹색당 정책 2).jpg

녹색당의 계획에 대해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는 “나탈레 녹색당 대표가 창피한 줄 모르고 관심을 받기 위해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사진. 페어팩스 뉴스 동영상 캡쳐).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시드니에서는 이너 웨스트(Inner West) 카운슬이 ‘Australia Day’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시민권 수여식’은 호주 원주민들의 업적을 기리는 ‘호주 원주민 특별주간’(NAIDOC Week. 7월 5~12일 진행)에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시민권 수여식’을 ‘Australia Day’ 또는 9월 ‘Australian Citizenship Day’에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턴불 정부는 녹색당의 ‘Australia Day’ 날짜 변경 움직임에 대해 “나탈레 녹색당 대표가 창피한 줄 모르고 관심을 받기 위해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자유-국민 연립(Coalition) 및 노동당 당원들 가운데는 전 국민당 대표인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의원부터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까지 모두 나탈레 대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알렉스 호크(Alex Hawke) 연방 이민부 차관은 이번 일을 두고 “극좌(far-left)적 안건을 도입하려는 녹색당의 또 다른 시도”라며, “호주의 역사와 가치에 대한 소수인들의 시각을 이용해 호주인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호크 차관은 “정부는 ‘시민권 수여식’의 진정성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가지고 있다”며 “야라 카운슬과 데어빈 카운슬을 따르려는 모든 카운슬의 움직임을 엄중하게 막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동영상 업로드하고 “유럽 정착자들이 원주민들에게 행한 역사적 행동들은 ‘복잡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인정하지만 ‘Australia Day’의 날짜 변경은 반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팻 캐시(Pat Cash) 전 테니스 선수는 녹색당의 움직임에 지지의사를 표하고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의 원주민 커뮤니티 자선단체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주 월요일(15일) 라디오 방송국 ‘3AW’에 출연해 “영국인들이 이 땅에 침입해 원주민들을 학살한 날을 국경일로 기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는 “정부는 사회 인프라를 건립하는 큰일을 하느라 바쁜데, 녹색당은 작은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녹색당은 철학에 빠져 살고 있지만, 우리는 실제로 나라를 부강하게 할 현실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말로 녹색당을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토니 애봇(Tony Abbott) 전 총리가 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올바른 정치를 하려면 364일이라는 많은 시간이 있다”며 녹색당의 행보를 비난하자, 나탈레 대표는 “토니 애봇이 정치계를 떠나는 날은 호주가 하나 되는 날로 국경일로 삼아야 한다”는 말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NSW 주 다문화부의 레이 윌리엄스(Raymond Craig Williams) 장관도 “1월26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호주인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어, 루크 폴리(Luke Foley) NSW 노동당 대표는 “‘Australia Day'의 날짜를 변경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원주민들의 역사와 그들의 이야기를 기념할 국경일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녹색당 정책 1).jpg (File Size:30.6KB/Download:17)
  2. 종합(녹색당 정책 2).jpg (File Size:34.7KB/Download:2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527 호주 시드니 최고의 고학력자 동네: ‘로즈’(Rhodes) 톱뉴스 18.01.19.
2526 호주 중국-호주, 불편한 관계 심화… 중국 매체, 호주에 융단 폭격 톱뉴스 18.01.19.
2525 호주 호주달러,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가파른 상승세 톱뉴스 18.01.19.
2524 호주 [호주오픈] 정현, 즈베레프에 기권승…2회전 진출 톱뉴스 18.01.19.
2523 호주 ‘지리멸렬’ 시드니 전철 사태…19일 24시간 파업 톱뉴스 18.01.19.
2522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 공방 가열 톱뉴스 18.01.19.
2521 호주 국민 언론 신뢰도, 한국 최하위…뉴스 공정성•정확성 모두 ‘낙제점’ 톱뉴스 18.01.19.
2520 호주 호주 각 지역 중 ‘일자리 찾기’ 가장 쉬운 지역은 NSW 주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9 호주 대졸 신입 ‘정규직’ 취업난... 5명 중 1명, 첫 직장은 ‘파트타임’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 호주 녹색당, “Australia Day의 날짜 변경 추진하겠다”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7 호주 정부 규제 강화로 외국인 부동산 구입, 크게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6 호주 Australia Day... ‘호주’ 국가 출발을 기념하는 최대 국경일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5 호주 광역시드니 각 카운슬의 개발신청 승인 상황은...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4 호주 2018년 대대적 변화가 전망되는 시드니 5개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3 호주 NSW 주, ‘Be Water Safe, Not Sorry’ 캠페인 전개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2 호주 부동산 화제- 시드니 인근, 주택 가격 저렴한 해안 휴양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2511 뉴질랜드 혼자 버스 타고 쇼핑하러 가는 견공(?) NZ코리아포.. 18.01.17.
2510 뉴질랜드 뉴질랜드 해상 열기로 해변 수온 올라가 NZ코리아포.. 18.01.17.
2509 뉴질랜드 뉴질랜드 독자들은 스릴러를 좋아해 NZ코리아포.. 18.01.17.
2508 뉴질랜드 다양한 길거리 공연 등장하는 CHCH NZ코리아포.. 18.01.17.
2507 뉴질랜드 지진으로 생긴 호수, 특이한 관광상품으로 각광 NZ코리아포.. 18.01.16.
2506 호주 샘 해밍턴-제임스 최 호주대사,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톱뉴스 18.01.14.
2505 호주 2018 호주오픈 15일 개막…정현, 권순우 ‘출격’ 톱뉴스 18.01.14.
2504 호주 끝이 안보이는 시드니 전철 ‘대란’…15일 지연 운행 우려 톱뉴스 18.01.14.
2503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 공방 재점화 톱뉴스 18.01.14.
2502 호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더 포스트’ 톱뉴스 18.01.12.
2501 호주 버려진 장난감으로 탄생한 ‘공 룡 세 상’ 톱뉴스 18.01.12.
2500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업그레이드! 톱뉴스 18.01.12.
2499 호주 ‘신과함께’, 神들린 흥행 호주까지 이어질까 톱뉴스 18.01.12.
2498 호주 호주의 내일을 빛낼 차세대 리더, KAY리더스 이영곡회장 톱뉴스 18.01.12.
2497 호주 2018년 내 모습을 2008년으로… 새해에 10년 젊어지는 비결 톱뉴스 18.01.12.
2496 호주 정부, 해외 투자자 소유 ‘빈집’ 대대적 단속 톱뉴스 18.01.12.
2495 호주 ‘느림보’ 호주 브로드밴드…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보다 느려 톱뉴스 18.01.12.
2494 호주 촌장 프로그램, 워홀러를 응원합니다! 톱뉴스 18.01.12.
2493 호주 나무기둥에 못 박혀 죽은 코알라…“무슨 죄를 졌길래”, 지역 사회 ‘공분’ 톱뉴스 18.01.12.
2492 호주 생의 마지막서 쓴 호주 여성의 편지, 전세계 울려 톱뉴스 18.01.12.
2491 호주 새해 호주사회의 새 변화 톱뉴스 18.01.12.
2490 호주 노조 “젊은피 수혈하라”…노동당, 다스티야리 후임 인선 난항 톱뉴스 18.01.12.
2489 호주 새해로 이어진 이중국적 파동…자유당, 수잔 램(노동당) 의원 사퇴 촉구 톱뉴스 18.01.12.
2488 호주 새해벽두 연방 정치권 ‘공화제’ 이슈 ‘갑론을박’ 톱뉴스 18.01.12.
2487 호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사흘째 이어진 시드니 전철 대란 톱뉴스 18.01.12.
2486 호주 극단적 변덕날씨에 시드니 ‘몸살’ 톱뉴스 18.01.12.
2485 호주 호주, 동성 결혼 시대 서막 톱뉴스 18.01.12.
2484 호주 ‘성추행 과거사’ 불똥 배우 크레이그 맥라클란에게 톱뉴스 18.01.12.
2483 호주 연말연시 최다 교통사고 사망자…최선의 예방책은? 톱뉴스 18.01.12.
2482 호주 정부 지원금 착복 부실 차일드케어 센터 단속 강화 톱뉴스 18.01.12.
2481 뉴질랜드 로토루아, 뉴욕 타임즈지 꼭 가봐야할 세계적 명소로 선정 NZ코리아포.. 18.01.12.
2480 뉴질랜드 용인 가족 살인범 김모씨, 한국으로 송환돼 NZ코리아포.. 18.01.12.
2479 뉴질랜드 3월 퀸즈타운 뉴질랜드 오픈, 3명의 떠오르는 별 참가 확정 NZ코리아포.. 18.01.11.
2478 뉴질랜드 뉴질랜드 현금 사용 감소, 자선단체 모금에 어려움 겪어 NZ코리아포.. 1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