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기 독도 자진삭제 부끄럽다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국 자존심 없나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평창 패럴림픽이 ‘조용히’ 시작됩니다. 열흘여전까지 뜨거운 열기속에 치러진 올림픽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문을 여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전 이번 패럴림픽을 비상한 관심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평창 패럴림픽 역시 우리 민족에게 대단히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 메시지이후 남북간 합의에서 눈을 휘둥그렇게 뜬 것은 북한대표단이 사상 처음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북한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 선수 자원이 많지 않습니다. 동계스포츠가 하계스포츠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돈많은 장비들과 전용 경기장이 필요한 종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만큼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은 46명이 참가했지만 이중 선수는 22명에 불과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물며 동계 패럴림픽인데 출전할 선수들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의 장애인 실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선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말도 합니다. 그게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건대 장애인을 배려(配慮)하는 편의시설이 잘 돼 있지 않는 한 외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문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근거없이 북한을 비난하거나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런던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 패럴림픽, 그리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패럴림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총 20명의 선수단을 보내왔고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마유철(27), 김정현(18)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합니다.

 

이들은 노르딕 스키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선수단을 보낸 것은 그만큼 파격적이고 큰 성의를 보인 것입니다. 덕분에 평창 패럴림픽에서도 남북이 서로를 응원하며 또한번 우의(友誼)를 다지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유감스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단일팀 깃발을 들고 공동 입장하는 문제가 진통끝에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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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캡처>

 

 

북한의 대표단장 김문철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독도 표시가 IPC(국제패럴림픽 위원회)의 '정치적 표현 금지' 조항에 어긋난다며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김문철 위원장은 “독도를 한반도기에 표시하지 않는 것은 한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이다. 일본이 분단에 책임이 있는 만큼 반드시 독도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우리측은 “공동입장이 시작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사용했다”고 설득했지만 북한측이 완강하게 맞서 결국 개별입장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북한측은 지난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독도 표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때는 우리측 의견을 수용해 공동 입장이 성사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왜 끝까지 반대했을까요. 추측컨대 평창올림픽에선 시간도 촉박했고 남북 공동 입장이 세계에 던지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때문에 북한이 큰 틀에서 양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패럴림픽마저 독도 없는 한반도기를 드는 것은 그들 말대로 ‘한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된다는 원칙을 세웠을 것입니다.

 

이번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례적으로 북한측 입장을 지지하고 우리 대표단을 비난하는 모습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명백히 우리 영토를 놓고 남의 눈치를 보다니요. 독도 빠진 한반도기를 우리가 주최하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못든다는건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표현은 금지된 것이고,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은 적이 없다는 변명을 국민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 영토를 정치적 이슈로 삼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실효지배하는 독도를 일본이 다케시마라며 지분대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공세입니다.

 

더구나 우리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주최하는 나라입니다. IOC에 막대한 수익을 안기고 수조원을 들여 대회를 개최하면서 일본의 압력으로 독도가 제거된 깃발을 남북이 함께 들자고 하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IOC가 일본의 입장에 지나치게 경도(傾倒)돼 있다면 주최국의 입장을 들어 강력하게 관철했어야 합니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뭘' 하며 밸도 없이 따라갈게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적극적으로 끊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으로선 대회를 개최하면서 제나라 영토조차 표시하지 못하는 남한이 얼마나 한심하고 가엽게 보이겠습니까. 우리는 독도가 단순히 하나의 섬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독도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우리 국토의 막내둥이 독도는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을 증거하는 상징이요, 우리 민족의 존재이유를 말해주는 심장(心臟)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왜 우리는 늘 독도 앞에 당당하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독도를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일본의 계략에 놀아날까요. 또다시 독도를 단일팀 깃발에서 제거하는 무지와 수치를 되풀이하려거든 “차라리 독도수호를 북한에게 맡겨라”는 네티즌의 뼈아픈 일침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독도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민족의 자존심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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