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 1월 19일 눈발...학생-직장인들 일제히 뛰쳐나와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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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는 눈이 오지 않는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LA에 지역에 20 수년만에 폭설이 쏟아지고 텍사스 남단은 물론 애리조나 사막에도 눈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플로리다 지역 주민들은 머나먼 별 세상의 일로 여긴다.

 

그러나 플로리다에도 눈이 '전혀' 안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말 경 중부 올랜도 지역에 눈발이 히끗히끗 날렸다는 기상대 발 단신 뉴스가 <올랜도 센티널> 인터넷 판에 등장하자 네티즌들의 히트가 폭주했다. 그러나 올랜도에 흩날렸다는 눈은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공중 수 피트 상공에서 녹아버려 '눈'으로 식별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플로리다 중부지역이 이정도니 기온이 10도가량 더 높은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은 아예 눈에 대해서는 꿈도 꾸지 않고 산다. 마이애미 지역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화씨 68도(섭씨 20도) 정도여서 수은주가 영하(화씨 342)로 뚝 떨어져 눈이 내리기 위해서는 ‘괴변’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미 전역에서 폭설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오는 1월에도 웨스트 팜비치와 마이애미 해변 곳곳에서는 북쪽에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러 온 피한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늘에서 코케인 가루가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이애미 지역에도 전혀 눈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30년전인 1977년 1월 19일 눈이 왔던 기록이 있다. 마이애미 북부 외곽의 웨스트 팜비치에서 남부 코럴 게이블스에 지역에 따라 손에 잡힐 정도의 눈발이 팜트리, 가정집 수영장, 골프장 등에 흩날렸다. '눈이 내린' 시간은 오전 6시부터 9시 30분 사이.

 

당시 지역 신문에 따르면, 수천명의 주민들이 밖에 뛰쳐 나왔고,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과 등교중이던 학생들이 흩날리는 눈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들은 손 바닥으로 눈을 받거나 혀를 내밀고 입을 벌려 진짜 눈이 오는지 확인했다.

 

그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짐 루샤인(52)씨는 19일 <선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누군가 실수로 코케인 가루를 떨어뜨려 흩날리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하면서 "날씨가 추워 집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여러그루 죽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당일 아침 디어필드 비치에서 포트 로더데일로 출근하다 눈을 만났던 케니 브리스터씨는 "눈이 차 앞유리에 떨어지고 있었는데, 마침 라디오를 틀어보니 기온이 화씨 23도까지 내려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상관 래이 비딩거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전날 기상 예보를 내보내면서 처음에는 ‘비와 함께 상당히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썼다가 곧바로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고쳐쓰고는 내심 불안해 했다”면서 “그러나 다음날 정말 눈이 내리자 자신도 모르게 “오케이!”라고 환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상 그날 내린 눈이 20세기에 내린 유일한 눈이라고 말했다.

 

 

시험중 고 2학생들 "눈이다!" 일제히 뛰쳐나가

 

 

그날 아침 마이애미 지역의 주요 신문들은 마이애미에 눈이 내린 소식을 일제히 1면 톱 머릿기사로 다루었다.

 

<선 센티널>의 자매지인 <포트 로더데일 뉴스>는 주먹만한 글씨로 ‘눈이다!’ (SNOW!), <마이애미 뉴스>는 ‘마이애미에 눈!’ (Snow in Miami!), <마이애미 헤럴드>는 ‘마이애미에 눈이 온 날!’ (The Day It Snow in Miami)이라는 톱 타이틀이 달린 조간 신문을 내보냈다.

 

<포트 로더데일 뉴스> 에 상업광고를 게재했던 케니 브리스터씨는 당시 수천명의 직장인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던 사실을 회상하고 "마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곧 축제 퍼레이드를 벌이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북단 외곽도시인 쥬피터에 거주했던 데비 머래이씨는 "남편이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며 세 번이나 흔들어 깨는 바람에 창밖을 내다보니 뭔가 히끗히끗 떨어지는게 보였다"면서 "처음에는 집 주변에 심어놓은 사탕수수 나무의 수수께비에서 마른 가루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각급 학교에서는 수업중 뛰쳐나간 학생들때문에 수업을 중단해야 했으나, 교사들은 학생들을 만류하기는 커녕 함께 밖에나가 '눈맞이'를 해야했다. 포트 로더데일 하이스쿨의 교사였던 존 앨버트씨는 마침 10학년(고2) 학생들의 시험감독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길봐, 밖에 눈이 온다!"고 소치치자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더니 모두 뛰쳐 나가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10세로 노스 마이애미 초등학교 학생이었던 노엄 스트릭랜드씨는 당일 아침을 어제일 처럼 기억한다.

 

그의 회상에 따르면, 아침 8시 30분 경 수업중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방송을 통해 “어린이 여러분, 제 말을 잘 듣고 질서있게 행동해 주세요. 지금 여러분은 밖에서 눈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내달렸다. 그는 “만약 교장 선생님이 빌딩에 폭탄이 떨어졌다고 방송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그처럼 빠르게 내달리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5세였던 마이애미 북부 웨스톤 거주 매트 레빈슨씨는 “그날 나는 집 앞 파란 잔디밭에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서 있었는데, 땅에 떨어진 눈발을 잡으려 이리뛰고 저리 뛰며 쫓아다녔으나 이내 녹아버려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뛰쳐 나와 ‘눈맞이’를 했으나, 재수없게 어쩔 수 없이 눈을 놓친 사람도 있었다.

당시 포트 로더데일 내륙에 있던 WAXY-106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던 댄 쇼우씨는 방송중에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 부랴 뛰쳐 나갔으나 그 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고 있었다는 것. 투덜거리며 스튜디오로 돌아온 그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악을 크게 트는 것으로 서운함을 달랬다고 한다.

 

어쨋든 그날은 마이애미의 임시 축제일이었다. 폼파노 비치의 한 청소회사는 눈이 온 당일은 물론 다음날 시내를 도는 청소차량에 "공짜로 눈 치워드립니다"라는 글씨를 크게 써 달고 동네를 돌게했다. 눈이 쌓여 있는 곳은 전혀 없었으나 '눈맞이 기념' 농담을 즐긴 것이다.

 

 

혼비백산한 '누드촌' 주민들

 

 

그러나 당시 때아닌 '눈벼락'에 모두가 환호한 것은 아니었다. 마이애미 중부 데비 지역 누드촌 '세미놀 헬스 클럽' 주민들은 혼비백산하여 옷을 챙겨 입느라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집단거주하는 은퇴부락 인근의 병원과 소방서에는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와 눈발에 감기증세를 보인 노인들이 구급요원을 보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물론 마이애미 지역에서 오렌지 자몽 등 과일 농사와 화홰 농사를 지어 미 전역에 공급하던 농장주들도 울상을 지어야 했다. 눈이 온 그해 1월 19일 이후 지역 농장의 수입이 반절로 뚝 떨어져 주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려는 농부들이 마이매이-데이드 카운티 사무실에 줄을 이었다.

 

눈이 온 그 날 마이애미 기상관측소는 '적설량'은 발표하지 않고 '눈이 흩날렸다'고만 공식 기록했다. 눈이 땅에 닫기도 전에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눈이 온 그 시각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던 온도계는 25도 안팎을 기록했으나, 기상관측소의 온도계는 35~36도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마이애미 지역에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눈이 내릴 수 있을까?

 

마이애미 기상관측소의 한 직원은 <선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물론이다, 눈이 한 번 내린 곳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집앞에서 눈사람을 만들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다, 요즈음은 평균보다 6~8도가 더 높아져 아마 100년쯤 기다리면 눈이 올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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