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법과 정의에 대하여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글을 쓰려다 미뤄둔 주제가 있다.

어떤 목사가 교회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근로계약을 맺은 목사와 그 교회의 장로의 웃는 모습의 사진도 함께 게재되어 있었다.

오늘날 교회에서는 정말 한심한 일들이 벌어진다. 도무지 복음과는 관련 없는 일들이 전통과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고 있다. 나는 신대원에 들어간 이후 다니던 교회에서 교회 일을 맡지 않으려 노력했다. 목회자들의 사회라고 알려진 그곳의 상태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회의 특성이 ‘인신매매단’보다도 더 악랄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 길에 들어서면 내릴 수가 없다.

특히 목사가 될 때까지는 어떤 불의한 일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 되기 때문이다. 복음이나 하나님의 뜻 따위는 없다. 그곳에는 오직 담임목사의 말과 의중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 목사가 어떤 일을 결정하고 어떤 처분을 내리더라도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그런 인신매매단보다도 못한 교회에 항거하던 부목사들도 자신들이 담임목사가 되면 그런 불의한 일들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사실이다.

맞다. 교회의 사역자들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 도무지 보호 받을 길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위에 인용한 목사와 장로들은 노동법이라는 세상의 법에서 그 길을 찾았다. 세상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세상의 법과 상식을 통과해야 복음이 이루어질 수 있다거나, 복음이 상식적이라는 사고가 그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복음이 상식을 지나거나 만족시켜야 가능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복음은 상식적이지 않다.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복음은 래디컬(radic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물론 래디컬하다는 말의 의미는 혁명적이라는 의미이다. 그것도 너무나 혁명적이어서 혁명적이라고 하지 않고 급진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음이 상식에 부합하는가. 어림없는 생각이다. 래디컬한 복음은 상식을 산산조각 낸다. 합리적이지도 않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이해할 수 없고 도리어 불의하기까지 하다. 나는 복음을 상식과 관련시키거나 합리의 틀 안에 담으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한다.

아브라함의 아케다 사건을 생각해보라. 나는 이 사건을 믿음의 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의 길에서 누구나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들의 목에 칼을 꽂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이성적인가. 상식에 부합하는가. 합리적인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 말도 안 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순종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하인에게 장작을 지게 하고 아들 이삭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아내 사라에게 어떤 언급을 했다는 기사도 없다.

다시 한 번 이 상황을 생각해보라. 이 상황은 그야말로 그 어떤 것으로도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명령에 대한 아브라함의 순종이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만든다. 하나님은 독재자이신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독재는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과 사랑으로 선이 된다.

복음이란 이런 것이다. 복음은 우리에게 불가능을 요구한다. 불가능이란 비합리적이라는 의미이다. 불가능이란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데리다의 말처럼 종교란 이런 ‘불가능성에의 열정’이다. 복음에는 상식이 자리할 곳이 없다. 합리가 자리할 곳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 그분은 모든 것을 선으로 만드신다. 우리의 신앙은 이것을 믿는 것이다.

이제 두 번째로 세상의 법을 통해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 대답은 ‘없다’이다. 세상의 법으로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이 명제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교회가 어떤 곳인가.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는 곳인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곳인가. 당연히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세상의 법으로 정의를 도모한다면 그곳은 교회인가 세상인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금 오늘날의 교회가 세상의 하부구조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테드 제닝스를 인용하고 싶다. 그는 ‘무법적 정의’에 대해 말한다. 그는 기독교를 종교적 기독교 이전의 기독교와 그 이후의 기독교인 종교적 기독교로 구분한다. 물론 지금 우리가 보는 기독교는 종교적 기독교이다. 그는 종교적 기독교 이전의 기독교의 대표적 인물인 바울을 통해 ‘무법적 정의’를 이야기한다.

“초기의 모든 기독교 지식인들은 정의가 근본적으로 인간의 문제임에 동의하고 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정의롭게 되고, 정의로운 환경에서 살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했고, 당시에 많은 바울 이전 이후 사람들이 법을 그 해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울은 반대했다. 법은 결코 정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봤다. 여기서 바울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바울이 보기에 당시 법은 완전히 실패했는데, 모세의 법에 따르면 메시아 예수는 저주받았고, 로마법은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선의 두 가지 법이 메시아로 나타난 하나님의 정의와 완전히 대립되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종교, 정치, 법, 그 모든 것이 종합된 이러한 체계 자체로는 하나님이 요구하는 정의는 절대 만들 수 없는데, 이때 정의는 과부, 노예,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용되는 정의를 말한다. 법은 언제나 그 테두리 안에 힘을 가진 이들의 그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기 때문이다. 바울은 그래서 법은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테드 제닝스는 법은 결코 하나님의 정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바울의 천재성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바울을 발견해낸 테드 제닝스의 천재성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울 이전과 이후의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법을 해답으로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 인용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목사와 교회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법을 이용해서 정의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이 최소한의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사고는 확장해보면 결국 법으로 정의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닝스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세의 법에 따르면 메시아 예수는 저주받았고, 로마법은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선의 두 가지 법이 메시아로 나타난 하나님의 정의와 완전히 대립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법으로는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나님의 정의는 무법적 정의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정의는 과부, 노예,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용되는 정의를 말한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그 테두리 안에 힘을 가진 이들의 그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다. 바울은 그래서 법은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정의는 오직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방식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교회는 예수의 제자들의 사회이다. 그곳에서 제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셨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 그렇게 생명의 역사의 선순환이 일어날 때 그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열린다.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 방식을 테드 제닝스는 ‘무법적 정의’라고 명명하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법으로 정의(어떠한 정의든)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단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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