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문재인 정부, 형제애 발휘해 북 식량난 고통 덜어줘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대북 대화 제의는 북의 거부로 일단 실패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 및 경제 악화를 장기간 견디지 못해 북이 머지않아 대화에 응하리라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또 북이 대화를 거부하겠다면 지난 2년간 그래온 것처럼 그냥 묵살했을 텐데 북측이 이번 미국의 제의에 연거푸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보도한 사실은 북이 밀당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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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속출하는 일대 비극을 견디면서도 끝내 대미항전 태세를 지키며 핵개발에 일로매진했다. 그 결과로 오늘날 미국이 다시는 대북선제공격을 생각하지 못 할 핵강국으로 우뚝 서버린 놀라운 사실을 돌아 볼 때 북이 과연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킬지는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화 제의에 북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6월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김 부부장의 이 발언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월 20일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한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언급을 두고 '흥미로운 신호'라고 발언한데 대한 반응이자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한 거부이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도 6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며 미국의 대북 대화 제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핵 관련 북미 대화의 역사가 너무 길어 똑 같은 말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미국이 진심으로 북미 간 대화를 바란다면 이것저것 묵은 얘기로 시간 끌지 말고 즉시 본론부터 시작하자는 뜻으로 풀이 되는 대목이다.

어쨌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번을 계기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정책, 즉 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없이는 북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없음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평화를 바란다면 이번 실수를 되풀이해 시간 낭비할 게 아니라 8월에 있을 한미연합훈련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후 2차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파탄 직전 때부터, 즉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결과에 이어 다시 대화를 이어가자고 나설 때 북은 미국의 제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3월에 이어 8월 한미연합훈련마저 강행한다면 북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가 8년간이나 허송세월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며 결국 북의 도발은 격해져 미국을 극도로 자극할 확률이 크다.



생색내기식 대북지원 조심해야

 


한편, 문재인 정부는 심각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의 요청이 있기 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먼저 북에 ‘우리 능력껏 비축 식량을 선적해 보내겠다’며 일체 생색내기 언행 없이 진심으로 대할 때 북의 굳어진 대남자세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생색내기 언행은 자존심이 강한 북에 상처를 줘 남북대화를 방해하기 십상이다.

남북 형제간 대화의 물꼬는 이렇게 간단히 틀 수 있는 것을 거기에 무슨 형식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과거 역대 선임 정부들이 북의 식량난 때 어떻게 도와왔는지를 중년 이상의 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닌가. 게다가 미국은 G7 정상회의부터 한미는 대등한 관계임을 세계에 공개했다. 그런 미국이 인도주의에 입각한 북의 식량난 타개용 비축미 원조를 두고 전처럼 발목을 잡는 표리부동한 짓을 할 수 있을까?

만일 전처럼 미국이 그 조차도 방해한다면 미국의 이중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한미동맹에 적극성을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사소한 요청부터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배짱을 발휘, 한미동맹에 금이 갈 정도의 자극을 줌으로써 한국이 예전의 한국이 아님을 당당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북녘 1만5천명의 가정주부를 농촌의 일꾼으로 투입하는 동원명령을 내렸다. 북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가 평화통일 후 북녘 형제들을 떳떳하게 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남쪽 정부가 지체 없이 북녘 형제들의 고통을 가능한 한 덜어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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